김 ‘대표 사퇴’, 장 ‘불출마 선언’…‘김장 연대’ 퇴장

혁신위 압박에도 버티다 윤 대통령 만난 뒤 선회

다른 영남권 3선이상 ‘물갈이’ 신호탄 될 수 있지만

김건희 특검법 반란표 우려, 신인 공천시 경쟁력 의문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적십자회관에서 열린 부산 포럼에서 장제원 국회의원이 특강을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뉴스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적십자회관에서 열린 부산 포럼에서 장제원 국회의원이 특강을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뉴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13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김-장 연대’를 구축해 당권 장악에 성공했던 두 사람의 동반 퇴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완전한 당 장악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여전히 변수가 남아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 의원은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면서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 조건”이라면서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 놓는다.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도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라면서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장 의원은 이른바 ‘김-장 연대’를 구축한 당권파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후퇴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장 의원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어묵집을 찾을 당시 따로 시간을 내어 윤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용퇴를 요구하자 장 의원이 버스 92대를 동원해 지역구에서 세 과시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넌지시 장 의원의 ‘캐비닛’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캐비닛’이란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확보한 비위 의혹을 의미한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5일, 그리고 지난 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만났다. 이날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역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물갈이’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8일 전격적으로 봉합했고 13일에는 사퇴까지 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언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와 장 의원의 후퇴 과정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낙마시킨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보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도 사실상 윤 대통령 친위 세력의 ‘압력’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에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 놓고도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지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불만이 곳곳에서 응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거론한 점은 의미가 있다. 이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처리하고 나서 공천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용산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당의 선거 일정을 뒤로 늦추려고 하는데 사실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 용산의 누군가는 대통령에게 12월 28일에 특검법이 처리되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통해 국회로 돌려보내고, 그러면 1월 중순쯤에 최종 부결되고 나면 그다음에 공천으로 의원들 잘라버리면 된다고 보고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헌법과 국회법 조항을 봐도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을 언제 다시 재의결해야 되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5월 6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6·1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3.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22년 5월 6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6·1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3.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전 대표는 또 “민주당과 김진표 의장의 의사에 따라 국민의힘 공천탈락자가 나오는 시점 이후에 재의 안건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원래 공천 탈락하고 나면 그냥 국회에 안 나오는 분들도 있고 열받아서 무기명 투표니까 당론과 반대 투표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출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서 재의결 되어 버릴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부권도 쓰고, 특검도 통과되면 그냥 그 시점에 선거는 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이러한 의견 표명이 김기현 대표를 만난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에 김 대표를 만나 약 1시간가량 대화했다. 이후 김 대표는 오후 5시께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표가 상정한 본회의에 불출석하거나 참석해 무기명 투표로 당론과 반대투표를 하는 의원들 가운데 김 대표와 장 의원이 포함될 수도 있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뜻을 꺾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전 대표도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김-장 연대’의 후퇴는 외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정치로 당을 완전히 장악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지적처럼 이는 그동안 누적된 국민의힘 인사들의 불만이 ‘김건희 특검법’으로 분출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구 경쟁력이다. 만약 부산 사상에 장 의원이 아닌 신인을 내보낼 경우 장 의원의 조직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에서 배재정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지지기반을 다져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이 장 의원만큼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기현 대표의 울산 남구을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경고등이 켜진 지역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당시 김 대표의 바로 옆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 지역에서 민주당 최덕종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구도에 따라서는 자칫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 나섰다가 국민의힘이 패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울경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김 대표와 장 의원을 시작으로 다른 영남 지역에서도 물갈이 공천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의 진단처럼 ‘김건희 특검법’이 거부권이 행사되고도 통과될 경우 후보 개인의 역량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선거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지도가 낮은 신인들이 나선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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