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서 "모른다"던데 사실일까?

남평오, 첫 제보 자인하며 이낙연 말 맞춤

"언론 제보할 때 보고 안해…몰랐을 것"

꼼꼼하다는 이낙연, 2년 넘게 몰랐을까

제보자 공개로 더 거세진 이낙연 책임론

당 분열 그만하고 이제 입장 밝혀야할 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8. 연합뉴스

성탄절을 앞둔 지난 22일 대장동 기사를 최초로 썼던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기자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이낙연 당시 후보의 최측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이미 지난해 5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쓴 칼럼에서 대장동 의혹은 '이낙연계 핵관(핵심관계자)'이 제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10월 5일자 "민주당 경선 캠프 핵심이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 제보")

하지만 박 기자의 발언으로 '이낙연 최측근'이라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법조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이낙연 전 대표는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인터뷰를 했다.

신장식 대장동 제보자는 '이낙연 전 총리님의 최측근이다'라고, 첫 보도를 했던 지방 일간지 기자가 참고인 출석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윤영찬, 설훈 의원은 아니다. 이 기사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낙연 아직 (기사를) 못 봤습니다, 못 봤고. 제가 파악을 해보겠습니다만 뭔가 누구한테 제보를 받아서 했겠죠? 했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시는 것처럼 그 사건으로 21명이 구속돼 있고요. 4명이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한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기사가 나오네요.

신장식 예, 기사가 사실은 굉장히 오늘 오후에 많이 기사가 나왔습니다. 윤영찬, 설훈 의원은 아니지만 이 전 대표님의 최측근이다라고 하는데.

이낙연 누군지를 한번 파악해 보겠습니다.

신장식 왜 이런 일이 이 시기에 또 벌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2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대표. 2023.12.28. MBC 라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22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대표. 2023.12.28. MBC 라디오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해당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아직 기사를 못봤다" "누군지를 한번 파악해 보겠다"면서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5일 뒤인 27일 그의 최측근인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가 자신임을 밝혔다.

그동안 대장동 최초 제보자에 대해 정치권에선 국회의원급 이낙연 측근이라거나 측근 참모라는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최초 제보자를 두고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과 당직자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남 전 실장이 스스로 밝히면서 최초 제보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또다른 의문은 남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정말 최초 제보자를 몰랐을까.

이낙연은 보고받지 않았다?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라고 밝힌 남 전 실장은 GT(김근태)계 출신으로, GT계와 NY(이낙연)계 가교역할을 하며 이 전 대표를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남 전 실장은 이 전 대표가 전라남도 도지사를 지내던 2016년 전남도청 서울사무소 소장을 맡았으며, 2017년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로 임명되자 총리실로 자리를 옮겨 정무협력비서관, 민정실장 등을 지냈다. 도청 서울사무소나 총리실 민정실장은 기관장의 '민원 소통 창구'로 여겨지는 만큼 통상 최측근이 기용되는 자리다.

이어 남 전 실장은 이 전 대표가 2020년 총선에 나서자 공동선대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았으며, 총선 뒤엔 이 전 대표가 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운영단장으로 실무를 이끌었다.

이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선 2021년엔 친이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의 사무총장을 맡아 외곽 조직을 다졌고, 현재는 연대와 공생 부이사장으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작업을 돕고 있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연대와 공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남 전 민정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2023.12.27. 연합뉴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연대와 공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 전 민정실장은 '대장동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2023.12.27. 연합뉴스

남 전 실장은 수년 간 이 전 대표를 '그림자 보좌'했던 인물로, 이 전 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최측근 중 하나로 남 전 실장을 주저없이 꼽는다. 그는 대장동 의혹 초기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최측근이 대선 당시 경쟁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제보했는데도 몰랐다고 하는 이 전 대표의 말에 더더욱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남 전 실장은 이에 대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경제신문에 제보한 사실에 대해 이낙연 당시 후보나 캠프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이 후보는 9월 13일 조선일보 대장동 보도에 대한 의견을 기자들에게 요구 받았을 때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대장동 사항에 캄캄했다"고 했다.

남 전 실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도 "대장동이 워낙 커져서 이 전 대표는 누가 제보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면서 "(이 전 대표에게) 보고할 건덕지가 없었던 게 언론과 방송에서 너무나 많은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제보자'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남 전 실장의 설명대로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의혹 '초창기'에는 제보자에 대해 정확히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첫 보도 시점이 2021년 8월 31일이었고, 이어 보름 뒤인 9월 13일 <조선일보>가 대장동 관련해 보도를 한 이래 이 대표에 대한 검찰과 정치권, 언론의 공격이 2년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도 최초 제보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는 듯이 말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연대와 공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 전 민정실장은 '대장동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2023.12.27. 연합뉴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연대와 공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 전 민정실장은 '대장동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2023.12.27. 연합뉴스

남 전 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지난주에 (이낙연) 본인이 어느 언론방송(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제보자를 파악해보겠다고 하고, (방송 뒤에) 저한테 물어보길래, 제가 제보한 당사자라고 (말씀 드리고)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했더니 (이 전 대표가) 사실대로 밝히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엄정한 자기검열을 위해 언론, 수사기관의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 분"이라고 설명할 만큼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이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라는 사실을 '지난주'에 알았다는 것을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전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양재원 전 총리실 민정팀장은 저서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에서 'NY(이낙연)의 꾸중을 피하는 방법'과 관련해 "보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이 전 대표가 총리 시절인 2019년 태풍 미탁 피해 현장을 방문한 사례를 언급한다.

이 전 대표가 경북 울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임시주택을 언제까지 공급하는지를 물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바로 제공한다"고 답해서 "바로라고 하지말고, 몇 주 이내에 되냐"고 꾸짖는 내용이다. 결국 담당 공무원은 이 전 대표의 채근에 "2주 이내"라고 답변한다.

양 전 팀장은 이에 대해 "'2주'와 '바로'의 차이가 NY에겐 매우 중요하다"면서, 책의 여러 대목에서 이 전 대표가 보고를 상당히 꼼꼼히 받는, 신중한 성격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측근들이 증언하는 대로 '꼼꼼한' 이 전 대표가 참모의 언론 제보로 인해 당원들로부터 출당 요구까지 받고 있는데, 대충 보고받고 넘어갔을까. '2주'와 '바로'의 차이가 중요한 그가 '최초 제보자가 내 측근 중에 한 명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을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 대화를 나눈 후 배웅을 하고 있다. 2023.12.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 대화를 나눈 후 배웅을 하고 있다. 2023.12.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욱 거세지는 이낙연 책임론

이 전 대표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그가 최초 제보자를 언제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로 남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대장동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그에 대한 당내 책임론과 출당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원인으로 이 전 대표를 지목해왔다. 그의 측근이었던 정운현 전 총리실 비서실장은 대선을 보름 정도 앞두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 최측근의 제보로 시작된 대장동 의혹으로 인해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은 대선이 끝난 지 1년 반이 넘도록 표적 수사를 받으며 사실상 '정치 탄압'을 받고 있다.

검찰은 400여 차례 압수수색에도 대장동과 관련해 '뇌물죄' 증거를 찾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배임죄'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고, 두 차례 구속 시도 실패에는 '쪼개기 기소'로 대응하며 일주일에 3~4번 재판을 받게 만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몰이를 위해 또다시 구속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정운현 전 비서실장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을 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최측근이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임을 밝혔는데도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 전 대표 측이 자진해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를 공개한 시점을 두고 민주당과 '결별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과 이낙연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갈등을 1면에 실은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이재명과 이낙연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갈등을 1면에 실은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특히 3년 전만 해도 '문파'(문재인 강성 지지층)에 대해 "에너지원" "상식적인 분"이라고 했던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팬덤정치, 사당화라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신당 창당을 거론하면서 당 분열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전 대표 최측근이자 서울 강서갑에 출마 예정자인 남 전 실장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 후보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전 실장은 최초 제보자 공개가 당과의 결별 선언 아니냐는 질문엔 "당과 헤어질 결심으로 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기적으로 신당 창당 추진과 맞물려 모종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부른다.

상당 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최근 일련의 이 전 대표 언행을 보며 그가 루비콘 강을 반 이상 헤엄쳐 갔다고 본다. 이러한 시선은 제보자 자진 공개 이전에 만연해 있었고, 올해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수만 명의 출당 청원으로 표면화되기도 했다.

최측근의 제보 사실 공개는 당원들의 출당 요구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을 뿐이다. 이 전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든 잔류하든 당의 분란을 자초한 만큼 당원들에게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시점으로 보인다. 그가 입장을 밝힐 이유도 충분하다.

남 전 실장은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제보를 누가했든간에 본인이 책임을 질 건 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말한 책임이 어떤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최소한 최측근이 대장동 의혹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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