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기업 세금 감면액 51% 늘어나는데
"투자계획 없다" 5.3% "계획 못 세워" 49.7%
윤 정부, 대기업 퍼주느라 세금 축내면서
말로는 재정건전성…"이런 게 양두구육"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며 세금을 파격적으로 깎아주기로 했으나 세금 감면에 따른 투자 확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액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국내 기업 절반 이상은 아직 투자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결정했다는 기업도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양호한 시장 여건 등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국내 투자계획’ 자료를 4일 발표했다. 지난달 16~24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은 131개 사다.
이들 중 55%는 아직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49.7%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했고, 5.3%는 아예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조사 때인 38%보다 11.7%포인트 증가했다.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는 내년 경제전망 불투명을 꼽은 기업이 31.6%로 가장 많았다. 원가 상승 위험 확대(26.6%)와 금융시장 위축·자금조달 애로(14.3%), 글로벌 통화 긴축 지속(8.9%)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와 노사관계 등 국내 투자환경 악화를 이유로 든 기업은 1.7%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경협을 포함한 경제단체와 정부는 입만 열면 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규제를 거론하고 있으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전체의 45%였는데 이 중 61%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곳은 28.8%였고,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10.2%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투자를 확대하려는 이유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와 내년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을 꼽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경제단체들이 투자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를 투자 이유로 든 비중은 3.9%에 그쳤다.
다만 질문을 바꿔 투자 환경 개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금리 인하와 함께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라고 답한 기업이 많았다. 한경협도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고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투자 이유와 상관없이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최근 5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내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의 국세 감면액은 6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보다 51%(2조2000억 원) 늘어난 것이고 2021년 2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나 급증한 금액이다.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줄면서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는 물론 지난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 지원을 통해 세금 감면액을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 수입 예산안’ 및 ‘2024년 조세 지출 예산서’를 보면 내년도 국세 수입은 367조 원으로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의 예상치보다 33조 원 줄었다. 비과세와 세액공제, 소득공제 등 국세 감면액은 77조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7조6000억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 감면액이 늘면서 내년 국세 감면율의 법정한도는 역대 최대폭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국세 감면율은 16.3%로 직전 3개년 국세 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해 산출하는 국세 감면율 법정한도인 14.0%보다 2.3%포인트 높다. 이는 정부가 2011년 이명박 정부가 폐지했던 임시세액 공제 제도를 재도입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국세 감면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임시투자세액 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에 상관없이 기업투자에 일정 수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 보조금으로 인식돼 투자유인 효과가 낮다며 20011년 일몰 폐지됐는데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다시 도입하며 대기업의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1%에서 3%로 3배 올렸다. 이에 따라 내년 대기업의 감면 비중은 21.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세금 감면 비중은 지난해 16.5%, 올해 16.9%(전망치)로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세금 감면 혜택만 받고 투자는 늘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입만 뻥긋하면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대기업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것을 바로 '양두구육'이라고 한다. 대기업에 편중된 세제 지원 정책으로 세금만 축내고 일반 국민에 대한 혜택은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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