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댁 "시아버지가 경찰에 '너 누구냐, 어딜 감히'"

또 다른 전화 받은 경찰 돌변 "서에서 들어오래"

'수사무마 배후=이정섭 차장검사' 정황 폭로

"담당 경찰 여섯 번 바뀌어…제출 증거도 조사 안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정섭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정섭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정섭 차장검사가 마약수사 개입, 리조트 접대, 처가 가정도우미 범죄이력 불법조회 등 각종 비위 의혹들을 부인하는 가운데, 이 차장검사의 처남댁이 공개 인터뷰를 통해 이 차장검사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 차장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는 21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강 씨 본인의 남편이자 이 차장검사의 처남인 A 씨가 지난 2월 6일 대마 흡입 혐의로 112에 신고됐으나 불송치된 사건과 관련, 이 차장검사의 배후가 의심되는 정황들을 밝혔다.

당시 신고는 A 씨로부터 위협을 느껴 강 씨 본인이 했으며, 강 씨는 현재 A 씨와 이혼 소송 중이다.

강 씨는 "출동한 경찰들이 수서경찰서 강력계 (마약) 검사 도구를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갑자기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남편이 안 나왔다"면서 "경찰관이 문을 두들겨서 남편을 나오라고 했다. 그게 두세 차례 있었고, (그 이후 남편이) 경찰한테 전화를 바꿔줬다"고 했다.

강 씨에 따르면 해당 전화는 이 차장검사의 장인이자 강 씨의 시아버지인 B 씨에게 걸려왔다. 강 씨는 담당 경찰이 받는 전화기 너머로 B 씨가 "너는 누구냐" "어느 서에서 왔는데 감히 여길 오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출동한 경찰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강 씨는 "현관 밖으로 나가서 강력(계) 형사들에게 진술을 하고 자료를 보여줬다. (형사들이) 심각하게 듣다가 지금 들어가서 (마약) 검사를 할까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며 "통화한 분이 전화를 끊으면서 '우리 들어오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강 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 차장검사 장인의 전화를 마친 뒤, 수서경찰서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출동한 형사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경찰에서 갑자기) 본인이 검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철수해야 한다고 하고 갔다"며, 그 배후로 이 차장검사를 의심했다. 

강 씨는 "본인(남편)이 항고이유서에 (경찰이 출동한) 그 시각 마침 가족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영장이 없이는 임의동행 혹은 임의제출, 간이 시약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는다"며 "(가족 중에) 법조인은 그분(이 차장검사) 한분"이라고 했다.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담당 수사관 여섯 번 바뀌어…증거도 조사 안해"

경찰의 갑작스런 철수 이후, 관련 수사도 '봐주기'나 '사건 무마'가 의심되는 정황들이 이어졌다. 강 씨는 "마약 사건 수사관이 자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발령이 나서 이 사건을 더 이상 못 맡게 됐다고 전화를 했다"며 "그렇게 바뀐 수사관이 6명"이라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수사관이 6명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른바 '유령 수사관'도 있었다. 3번째 바뀐 수사관의 경우, 강 씨가 직접 변호사를 동반해서 경찰서에 만나러 갔는데 경찰 측에서 "그런 수사관이 없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했다는 게 강 씨의 주장이다.

아울러 강 씨는 머리카락이나 (대마) 카트리지 등에 대한 검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거부했다. 강 씨는 "(경찰에서) 머리카락은 본인 동의 없이 신체 일부이기 때문에 받으면 안 되고, 카트리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만 검사해 줘라 그랬더니 그것도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씨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 SD카드라도 디지털 포렌식(전자 법의학)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휴대전화 SD카드가 사라진 일도 벌어졌다고 밝혔다.

강 씨는 "휴대전화 SD카드를 포렌식 해달라고 마약수사팀 팀장이 써서 봉투에 넣어가지고 증거물로 보냈는데, SD 카드가 없었다"며 "6번째 수사관에게 SD카드 어디갔냐니까 대답을 안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수사관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카카오톡만 했다"며 "당황한 건 저랑 서울청 포렌식 담당 수사관 둘이었다"고 했다.

SD카드 없이 포렌식을 했지만 그 내용도 형편없었다고 강 씨는 밝혔다. 강 씨는 "개인적으로 포렌식을 맡겼더니 (경찰 조사보다) 데이터량이 확 늘었다"며 "(그 안에) 마약을 언제했다고 특정할 수 있는 날짜의 사진들, 예를 들면 리조트 사진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대기업 임원 이름 대고 스키장 리조트 예약"

강 씨는 지난 2020년 12월 24일 이 차장검사의 스키장 리조트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혔다. 강 씨는 "이정섭 검사 와이프가 자연스럽게 그분(대기업 임원) 이름을 대고 들어갔다"면서, 이 차장검사나 남편 A 씨 등이 결재한 것을 본 적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 임원 C 씨와 관련, "○○아저씨라고 불렀고, 소개팅도 해드렸다"며 '○○아저씨'라고 부를 만큼 "친하다"라고 했다.

또 코로나 당시 집합금지가 된 스키장 리조트를 이 차장검사의 가족들이 단독으로 사용하며 특혜를 누린 것과 관련, 강 씨는 "아무도 쓰지 않은 스키장에 들어가서 눈을 보자고하고 출발할 때부터 이야기했다"며, 특별 대우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 차장검사가 리조트에 방문한 C 씨와 우연히 합석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우연히 들를 수가 없다"며 리조트와 식당 거리가 차로 5~10분 거리라고 반박했다. "추운 날이었는데, 아저씨가 기다리니까 빨리 애들 챙겨 가자고 했다"며 "가서도 (C 씨에게) 아이들 챙기느라 늦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식사 대금 역시 이 차장검사나 남편 A 씨가 결재하지 않았다며, 이 차장검사가 "잘 먹었습니다"하고 식당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접대'로 보이는 자리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도 말했다. 과거에도 접대로 보이는 정황들이 "많았다"며 "자리에 늘 제가 함께 했었다"고 했다. 강 씨는 "리조트가 강촌에만 있는 건 아니"라며 "남해에도 있고 여러 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때마다 저는 갔었다"고 했다.

이어 "○○아저씨나 그의 딸 이름으로 예약을 해준다든지 방에 들어가면 웰컴 푸르트(Welcome fruit)라고 해서 환영한다는 과일바구니와 함께 만능 쿠폰이 있었다"며 "밥도 먹을 수 있고 놀이기구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과일 바구니 속에 두툼하게 함께 (넣어뒀다)"라고 했다. 그때마다 강 씨는 결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 차장검사가 C 씨로부터 2020년 스키장 리조트뿐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다.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밖에 강 씨는 이 차장검사의 가사도우미 범죄이력 불법 조회 의혹과 관련해선 "주변에 개인 신상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권한이 다른 분들한테는 없다"며, 이 차장검사가 조회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강 씨는 "한 번은 이정섭 검사 아내가 카카오톡으로 급하니 전화 달라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지금 계시는 아주머니가 전과 3범이라고 했다"며 "무슨 전과인지도 모르는데 어떡하죠라고 (이 검사 아내에게) 물었더니 폭력이나 살인은 아니고 사기, 절도 이런 거기 때문에 집에 있는 물건 조심하고 행동을 잘 살펴보라 했다"고 밝혔다.

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사 아내가 가사도우미의 범죄이력을 상세하고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차장검사가 범죄 이력을 조회하고 자신의 아내와 처가 등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이정섭 검사 의혹 '뒷북 수사'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이 차장검사의 각종 비위 의혹과 관련, 용인CC 골프장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이 이 차장검사를 검찰에 고발한 지 약 한달 만이다. '뒷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차장검사는 리조트 특혜 의혹 외에도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선후배 검사들을 위해 해당 골프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예약해주고 카트와 캐디까지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검찰청은 압수수색을 한 20일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하고 "내부 구성원에게 제기된 의혹에 관해 엄정한 기준으로 수사와 감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지는 의문이다. 검사가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의 기소율은 0.1% 수준이다.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용인CC에서 검찰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고발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용인CC 골프장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리조트를 압수수색 했다. 2023.11.20. [중부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용인CC에서 검찰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고발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용인CC 골프장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리조트를 압수수색 했다. 2023.11.20. [중부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민주당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고발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함께 각종 비위 위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 차장검사의 탄핵소추안을 오는 30일 발의하고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 9일 탄핵안을 발의하고 10일 처리하려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철회해 본회의를 산회시킴으로써 탄핵 시도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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