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대폭 넓힌 '수사준칙' 개정 입법예고
보완수사‧재수사 검사 마음대로…"시행령 쿠데타"
대공‧정당‧선거‧노동 등 공안 사건 전반에 개입
상위법 무시, 삼권분립‧법치 뒤흔드는 무소불위
"독소 조항 대거 추가…여권 수사엔 선택적 무능"
"검찰 숱한 악행…한동훈, 법치주의 조롱 멈춰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또 다시 노골적인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위법·위헌적 수법인데도 윤석열 정부가 주특기처럼 남발하는 '시행령 통치'의 일환으로 경찰 수사권은 좁히고 검찰 수사권은 대폭 넓히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꺼내든 것이다. '적과 아군'에 따라 극단적인 편파 수사를 일상화한 정치 검찰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또 어떤 '수사 농단'을 벌일지 야권과 시민사회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1일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을 입법예고했다. 기간은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다. 경찰의 보완수사 전담 원칙을 '폐지'하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분담'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부여된 1차 수사종결권을 유명무실화하면서, 경찰이 원칙적으로 전담하던 보완수사 및 재수사를 검찰이 직접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수사준칙 개정안은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은 뒤 1개월 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은 사건' 등의 경우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또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이행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재수사 사건에 법리 위반, 명백한 채증법칙 위반, 시효·소추 요건 판단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송치 요구가 가능했다. 이렇게 조건이 엄격했는데 이젠 검찰이 입맛에 맞는 사건을 마음대로 골라 요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수사지휘권의 부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사가 일단 수사를 개시하면 이후 법률(검찰청법)상 수사 개시 범위 밖으로 확인되더라도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게 '이송 강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법무부는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한 국회의 검찰청법 개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하는 등 하위 시행령 개정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는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부여된 권한이 아니고 입법으로 조정‧배분할 사항이라는 지난 3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상위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반헌법적 불법 시행령'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는데, 법무부가 또 다시 이를 거슬러 검수원복 2차 시도에 나선 것이다. 국회와 헌재까지 우습게 여기는 한동훈 법무부의 무소불위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수사준칙 개정안은 특히 송치 전 검·경의 의무적 사전 협력 대상인 중요 사건 유형으로 '대공, 선거(정당 및 정치자금 관련 범죄 포함), 노동, 집단행동' 사건을 명시했다. 기존에는 '내란, 외환, 선거,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국가적·사회적 피해가 큰 중요한 사건'만 규정했는데 새로 추가했다.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에 관한 '공안' 사건 전반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검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 3개월 전'부터 검찰과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했다.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가 매우 짧아 6개월에 불과하다. 경찰의 범죄 인지 시점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수사 초반부터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이처럼 수사준칙 개정안 전반에 걸쳐 국회가 만든 상위 법률을 무력화하고 하위 시행령 손질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근본 취지를 뒤엎겠다는 노림수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논평을 내고 "법무부는 지난해 시행령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늘렸고, 이번에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부활시켰다"면서 "검찰은 노동, 선거범죄 등 이른바 '중요 사건'들을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현 정권의 입맛대로 관리하고 통제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은 상위법에 반하는 것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위법한 시행령 통치의 일환"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볼썽사나운 시행령 통치를 그만두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개정안은 곳곳에 수사권 조정을 무력화하고, 검찰 입맛에 맞는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골라 직접 수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독소 조항들이 대거 추가됐다"며 "다시 검찰 집중 일변도의 형사사법제도로 회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직접 수사 개시 대상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종류의 사건을 우선 접수 및 수리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일단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특정 사건을 직접 수사 대상 범죄로 보아 접수 및 수사 착수하면, 도중에 다른 성격의 범죄로 밝혀지더라도 타 기관에 송치하지 않고 계속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해 검찰 직접 수사가 사실상 제약 없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검경 사전 협의 의무 대상 사건의 기준과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넓다. 특히 노동과 집단행동 사건 등을 추가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공공연히 노동계를 적대시하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상황에서 정권의 관심 사건에 검찰이 직접 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권력 분립과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및 협력을 통해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고 사건관계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재량을 지나치게 키우는 독소 조항들을 삭제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경찰에게 이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장 등 치안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원내부대표는 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사는 부패‧경제 범죄가 아닌 다른 어떤 범죄에 대해서도 보완 수사, 송치 요구, 재수사를 빌미로 선택적 수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된다. 수사권 조정 이전 수준으로 검수원복이 완성돼 그간의 검찰 개혁은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라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법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이뤄진다는 게 놀랍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한동훈 장관의 시행령 개정은 '검찰의 수사권은 국회의 입법 사항'이라며 국회가 통과시킨 검찰 직접 수사 축소 입법에 대해 헌법적 정당성을 확인한 헌재 결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시행령 쿠데타"라면서 "위헌, 위법적인 시행령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명백한 탄핵 사유다. 한 장관은 말장난과 억지 논리로 법치주의를 조롱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그간 검찰은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어버리는 악행을 숱하게 저질러 왔다.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고, 검찰은 공인된 범죄 집단이자 최대의 인권 파괴 집단이라는 악명을 얻었다"면서 김학의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 윤우진 세무서장 뇌물 사건 등 사례를 길게 열거했다.
황운하 원내부대표는 "검찰의 잔인한 국가 폭력은 지금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사냥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허망하게도 검찰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며 "망치를 쥐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검찰 손에서 망치를 빼앗지 않는 한 정치 검찰의 광기 어린 사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동훈 장관은 반헌법적, 반인권적 검찰만능주의자에 불과하다"면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행정입법을 국회에서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1일 발의했다.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시행령 쿠데타는 신속하게 진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참여 범위를 넓히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폐기하는 '검수원복'의 완결판"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국회 입법권 침해이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실과 부처 곳곳에 검사 출신을 배치한 것도 모자라 수사권마저 검찰이 독식하려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이냐"면서 "시행령 통치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의 권한과, 법 개정의 정당함을 인정한 사법부 판단도 법무부 장관의 발 아래 두려는 삼권분립과 법치를 뒤흔드는 오만한 시행령 통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리, 50억 클럽 수사나 특권 카르텔에 대한 수사에서 유독 시간을 끌며 선택적 무능을 보여온 검찰의 모습을 온 국민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한동훈 장관의 민생 수사 운운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송치 전 의견 제시 중요 사건 유형에 대공, 정당, 노동, 집단행동 관련 사건을 추가로 명시한 부분은 검찰이 민생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 확대를 악용할 생각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