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분 실질임금 -2.4%…18개월째 감소

대기업 부가가치 중 인건비 비중 50년만에 최저

일본경제, 지금과 같은 저임구조로는 한계

명목 GDP, 독일에 뒤져 세계 4위로 떨어질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가처분 소득을 뒷받침해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목표로 소득·주민세 감세를 골자로 한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2023.11.02. 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가처분 소득을 뒷받침해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목표로 소득·주민세 감세를 골자로 한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2023.11.02. AFP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반세기만에 다시 독일에 뒤진 세계 4위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일본의 실질임금이 지난 9월 기준으로 18개월 연속 줄었고, 기업의 인건비 지불 비율을 보여 주는 ‘노동분배율’도 5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지금의 저임구조로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일본의 저임금 구조로는 일본사회와 일본경제가 더는 버티기 힘든 한계상황에 다가서고 있다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보여지고 있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연속 동결했다. 2023.11.02.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보여지고 있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연속 동결했다. 2023.11.02. AP 연합뉴스

9월 1인당 실질임금 전년대비 2.4% 감소

일본 노동후생성이 7일 발표한 9월분의 월별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물가 영향을 감안한 노동자 1인당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줄었다.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 감소는 9월까지 18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명목임금에 해당하는 현금급여 총액은 21개월 연속 상승 중이지만, 물가 상승분이 임금 상승분을 크게 초과했기 때문에 실질임금은 계속 줄었다.

현금급여 총액은 27만 9304엔(약 243만 원)으로, 1.2% 늘었으나, 상승률은 3개월 연속 2%를 밑돌았다. 이에 비해 실질임금 계산에 사용하는 9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5% 올라갔다.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10월 이후의 통계에서도 물가의 상승이 명목임금을 웃도는 경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름 상여금을 지불한 업체의 1인당 상여금은 전년에 비해 2.0% 오른 39만 7129엔(약 344만 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노동자수와 지급액수가 비교적 큰 제조업은 1.5% 증가해, 지난해의 7% 증가에 비해 상승률이 둔화됐다. 부동산과 물품 임대업(32.7%), 생활관련 서비스업(18.4%) 등이 크게 늘었고, 광업과 채석업(7.7% 감소) 등과 음식 서비스업(6.0% 감소), 전기 가스업(3.6% 감소)은 눈에 띄게 줄었다.

 

11월 2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 그는 이날 '새로운 자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11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경제진흥책을 발표했다. 2023.11.02. AFP 연합뉴스
11월 2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 그는 이날 '새로운 자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11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경제진흥책을 발표했다. 2023.11.02. AFP 연합뉴스

대기업 ‘노동분배율’ 50년만에 최저

기업이 인건비를 어느 정도로 지불하는지를 보여 주는 ‘노동분배율’은 대기업의 경우 5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법인기업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일수록 인건비에 들이는 돈을 억제했다. 중소기업은 인건비에 비교적 많은 돈을 들이고 있으나 앞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을 경우 임금인상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업의 경영상태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노동분배율은 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임원이나 종업원의 인건비, 경상이익, 임차료, 세금이나 이자 지불비용, 감가상각비의 합계)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인데, 수치가 높을수록 노동자에 대한 분배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성이 발표한 2022년도 법인기업 통계를 토대로 기업 규모별 노동분배율을 산출한 결과, 금융 보험업을 뺀 전체 산업의 노동분배율은 53.7%로, 전년도보다 1.0 포인트 내려갔다. 지난 50년간의 평균치(58.8%)에서 더 멀어져, 인건비에 돈을 덜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뚜렷한 하락을 보인 쪽은 자본금 10억 엔 이상의 대기업들이다. 2008년의 리먼 쇼크(월스트리트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거의 연속적인 하강곡선을 그렸으며, 2022년도의 경우 전년도보다 2.0포인트 낮은 36.6%로, 대기업의 과거 평균치(44.4%)를 크게 밑돌아, 지난 5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숄츠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2023.10.18. AFP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숄츠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2023.10.18. AFP 연합뉴스

실적 회복분 임금 아닌 사내유보나 배당으로 돌려

대기업은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종업원들에게 실적 향상분을 환원시키지 않고 사내 유보나 배당 쪽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2022년도 경상이익은 15.8% 늘어난 57.3조 엔이며, 지금까지의 이익을 적립한 사내 유보는 280조 엔으로, 모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건비는 0.7% 증가한 53.8조 엔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자본금 1억 엔 미만 기업의 노동분배율이 66.3%로, 전년도 대비 0.3포인트 내려가, 지난 20년간의 평균치(68.8%)와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업보다 분모에 해당하는 이익수준이 낮은데다,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거나 임원 보수가 점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쉽게 올라가기도, 또한 내려가기도 어려운 처지다.

다케다 아쓰시 이토츄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조금이나 감세로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 손이 부족한데 그대로 방치해도 임금은 올라간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점점 더 중소기업 쪽에 사람들이 오지 않게 된다”면서 “중소기업의 노동분배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임금인상의 실현에는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전가(가격 인상)로 돈을 벌 수 있는 힘을 길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매력을 더욱 높이고 사람 수에 기대지 말고 생산성을 높이는 선택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분배율 높은 중소기업도 한계에 봉착

역사사회학자 오구마 에이지 교수는 일본에선 기업 규모가 클수록 노동분배율이 낮고, 반대로 자본금 1천만 엔 미만의 소기업들은 분배율이 80% 전후로 임금인상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하청이 다층적으로 겹치는 구조 때문에 소기업에는 ‘수지 맞지 않는 일’, 즉 일손 들이는데 비해 이익이 적은 일밖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구마 교수는 전체 임금이 올라가면 존립이 불가능한 소기업들도 나오겠지만, 사회 전체의 저임금을 유지한 채 노동자들을 소진시키는 상태로는 더는 지속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재적 잉여노동력도 이미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면서, 지난 20여년간은 여성이나 고령자, 일부 젊은층 등 주변부 노동력을 동원해서 저임금 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미 인구감소로 그마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OECD 데이터를 보면, (일본의) 여성의 노동참가율도 이미 미국이나 프랑스 수준을 넘어섰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들 노동참가율도 OECD 중애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여성과 고령자들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다수여서 노동참가율이 높다는 인상을 별로 주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한계에 가까운 상태까지 잠재적인 잉여노동력을 소진하고 있다.

일본사회와 일본경제가 어쩔 수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됐다. 마찰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변화는 불가피하다.”

 

닛케이 주가 지수를 보여 주는 도쿄 거리의 전광판. 지난 주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아시아 주가가 상승했다. 2023.12.06. AP 연합뉴스
닛케이 주가 지수를 보여 주는 도쿄 거리의 전광판. 지난 주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아시아 주가가 상승했다. 2023.12.06. AP 연합뉴스

55년만에 GDP 독일에 역전, 임금 생상성 기술혁신 모두 뒤져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4일 일본의 올해(2023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독일에 뒤져 세계 4위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엔 약세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의 인플레율 등의 영향이지만, 더 실질적인 요인으로 양국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누적돼 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MF는 10월에 공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일본의 2023년 명목 GDP를 전년 대비 0.2% 줄어든 4조 2308억 달러, 독일은 8.4% 늘어난 34조 4298억 달러로 예측했다.

일본은 55년 전인 1968에 당시 GDP 규모에서 분단국이던 서독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나 2010년에 중국에 추월당했고, 반세기만에 다시 독일에도 역전당하게 됐다.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엔 약세다. 지난해 초에는 1달러당 110엔대였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미일 간에 금리격차가 커지는 등의 변화로 올해 6월 이후에는 1달러당 140~150엔대로 엔 시세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만큼 달러 환산 명목 GDP가 줄었다. 유로는 달러 대비 시세가 엔만큼 떨어지지는 않았다.

또 독일은 소비자 물가지수의 전년도 동기 대비 상승률이 올해 1~8월은 6~8%대로, 같은 기간에 3%대였던 일본에 비해 명목 GDP를 밀어올린 면이 있다.

하지만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GDP 성장률 비교에서도 2000~2022년의 단순평균치가 독일은 1.2%였는데 비해 일본은 0.7%에 머물렀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 등 경제 실력에서도 장기적으로 독일이 계속 일본을 추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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