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법정 증언에 파문
2020년 3월 19일 서래마을 회식 때 발언 소개
"쿠데타는 중령들이 한 것…검찰로 치면 부장검사"
"검찰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오제도 거론
'고발 사주'에 윤석열 검찰총장 개입 의혹도 제기
"손준성 개인 일탈 아니라 총장이 지시하고 컨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내가 만약 육사에 갔다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는 발언도 했다고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에 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공판은 손 검사 측의 반대심문 위주로 진행됐다. 한 전 부장은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은 손 검사가 아니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 전 부장은 "(2020년) 3월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실에서 번개를 쳤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인근 한우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나는 윤석열 총장 바로 옆에 앉았다"며 "윤석열 총장은 얼마 남지 않은 총선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일제 때 태어났으면 마약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각종 도사나 무속인 얘기도 했다. 그 말을 듣고 '윤석열 총장이 가짜 승려나 무속인에게 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윤 총장은 '내가 만약 육사에 갔다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예전 쿠데타는 중령들이 했다. 5·16 쿠데타는 김종필 중령이 했는데 검찰로 치면 부장검사가 한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쿠데타란 말이 툭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전 부장은 "또 하나 기억나는 게, 조선일보 사주를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윤 총장은 '조선일보 사주는 평안도에서 내려왔는데, 이 사람들이 반공 정신이 아주 투철하다. 평안도 사람들이 전라도보다도 결속력이 강하고 반공 의식이 투철하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이 말씀도 하셨다.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해방 직후에 활동한 오제도 검사 얘기를 하시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회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오제도(1917-2001)는 평안남도 출신으로 1939년 일본 와세다대학 법과를 졸업해 일제시대 신의주지방법원 검사국에서 일했으며 해방 뒤 월남해 '극우 반공 검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빨갱이 사냥'으로 악명을 떨쳤던 보도연맹 결성을 주도했고 국회 프락치 사건,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 등 공안 사건을 주로 담당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때 마산의 시위를 북한이 조종한 것이라고 선전하다 4‧19 혁명 이후 검사직을 사직하고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전두환의 민정당에 입당해 전국구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총장 시절 이런 인물을 거론하며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 말한 데 대해 한 전 부장은 "나는 공안 정국도 아닌데 현직 검찰총장이 어떻게 이런 말씀을 하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놀라웠다"면서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저 분은 반공이데올로기를 말씀하시는구나'라고 이해했다"고 전했다.
한 전 부장은 당시 윤 총장의 '쿠데타' 등 발언이 충격적인 내용이라 회식을 마친 후 바로 업무수첩에 적어뒀다고 한다.
한 전 부장은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전 부장은 "손준성 검사 개인이 혼자 했을 리 만무하다는 건 검찰에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안"이라며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검사 개인의 일탈이나 스스로 결정해 이뤄진 일이 아니다. 검찰총장 지시하에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와 수사관들이 함께 작성했고, (외부로) 나가기 전에도 총장 컨펌(확인)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준성 검사는 순종적 엘리트다.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 총장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할 근거로 검찰총장 및 대검 차장검사의 비서와 손 검사 사이의 메신저 기록을 제시했다. 한 전 부장은 "2020년 4월 2일 저녁과 4월 3일 아침 최○○, 문○○ 총장실·차장실 비서와 손준성 검사가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통상 대검에선 총·차장이 찾을 때, 또는 총·차장에게 보고가 가능하냐고 물을 때 이런 메신저들이 간다"면서 "총장을 보려면 '뵙고자 한다'고 총장 비서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메신저를 받으면 바로 내려간다. (고발장 전달 당일) 메신저가 있는 상황으로 봐서 그 시간에 바로 내려가서 대면보고를 했을 거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그 시기 수정관실(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현안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 검사장 변호인은 "작성 지시나 컨펌과 관련해 직접 경험한 게 있냐"며 "추측으로 증언을 하는 것 아니냐.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한 전 부장은 "옆자리에서 듣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범인들의 특성이 '증거 있냐' '봤냐'고 물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아주 강력한 정황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또 "유력한 간접 사실을 모으면 공소사실이 입증된다는 판례도 있다"고 했다.
한편, 한 전 부장은 "대검 내 모 부장검사로부터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서울중앙지검 차장으로 근무할 때 회식 자리에서 폭탄사(폭탄주 건배사)로 윤석열 총장의 대권을 바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2020년 3월 19일 서래마을 한우집 회식 자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일부 언론의 오보로 와전된 것이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서래마을 회식 자리는 물론 '어느 자리에서든'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 차관은 "허무맹랑한 거짓 증언이다. 2020년 2월 검사직을 사직했고, 한동수 씨가 언급한 2020년 3월 19일 회식 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아예 없다"며 "당연히 그날 한동수 씨를 본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든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이 차관은 "한동수 씨의 의도적 거짓 증언에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한 전 부장은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직후 감찰부장에 임명됐다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난해 7월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0년 4월 2일 윤석열 총장님이 (한동훈 검사) 감찰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극히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 책상에 다리를 얹어 놓고, 굉장히 굵고 화난 목소리로 '보고서 저리 놓고 가'라고 했다"며 "윤 총장님에게 감찰에 필요한 증거들을 임의제출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말했더니 '쇼하지 말라'고 격분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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