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인 김관진을 국방 정책 컨트롤 타워에
박근혜 안보 총괄…계엄문건 사건 핵심관계자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 사건도 재판 중
일부 파기환송 됐지만 유죄 벗기는 어려울 듯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급 위원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쿠데타를 모의한 '계엄 문건' 사건의 핵심 당사자다. 또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으로 재판도 받고 있다.
계엄 문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치 개입 사건으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인사를 국방정책 컨트롤 타워 자리에 내정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시스템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10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은 조만간 국방혁신위 위원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국방혁신위는 윤 정부의 국방개혁 정책인 '국방혁신 4.0' 계획 수립과 정책 조율, 법령 정비 등을 하는 조직이다. 윤 대통령이 위원장이며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통상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위원회의 운영은 사실상 부위원장급인 위원인 김 전 장관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있는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바로 위에서 '상왕'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자리에 '쿠데타 모의'로 불리는 '계엄 문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 전 장관이 내정된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계엄령 문건' 사건은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가 탄핵 기각 시 폭동을 대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기계화 사단과 특전 여단 등을 투입하는 세부 계획을 세운 사건이다. (3월 30일자 <웃으며 귀국한 계엄문건 '키맨' 조현천…뒷배 누굴까?> 기사 참고)
문재인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민·군 합동수사단까지 꾸려 수사했지만,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씨가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관련 수사가 중단됐다. 조 씨가 도주 전 받은 혐의는 반란수괴예비, 반란수괴음모, 내란예비, 내란음모, 업무상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공문서 작성 행사, 정치관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그는 최근 자진 귀국해 내란이 아닌 일부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박근혜 안보 라인을 총괄했던 국가안보실장으로 계엄 문건 작성에 개입한 정황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승인한 조현천 등에 대한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16년 10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신모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 선포 등을 검토시켰다.
또한 김 전 장관은 계엄 검토 과정에서 신 행정관으로부터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시 대처 방안과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과 매우 유사한 내용이다.
당시 기무사 수사단장이었던 기우진 씨는 검찰 수사에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 씨로부터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하고, 국회가 계엄해제를 건의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계엄 문건에 반영했다고 진술했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을 앞둔 2017년 2월 10일쯤 기무사령관이었던 조 씨와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도 수사과정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장관을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소환해 조사를 펼쳤지만, 핵심 당사자인 조 씨가 도주하면서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와 함께 김 전 장관은 2017년 1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2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치관여, 대선개입 수사 무마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중 일부(사이버사령부 간부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시 혐의)만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내려보낸 만큼, 최종 판결이 나더라도 댓글부대 운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는 그대로 인정될 전망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력으로 촛불을 진압하려 한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을 사실상 안보 수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계엄 문건의 진실을 은폐하기로 결심했다는 증표나 다름없다"며 "계엄 문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장병 인권을 과거로 회귀시키고, 군을 더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조직으로 전락시키며, 군을 국민의 군대가 아닌 정권의 친위대로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퇴행 인사"라며 "군인 시절 직무와 관련해 범할 수 있는 범죄를 종류별로 저질러 온 이에게 국가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김관진 씨에 대한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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