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교회 추도 예배서 '참사' 한 번도 사용 안해

조중동도 '참사' 사용…'사회적 합의' 외면하나?

지난해 대국민 담화 때는 '사고' 8번, '참사' 1번

"누군가 이태원이 사고로 정리되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2023.10.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2023.10.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추도 예배에 참석,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사를 읽었다. 428자의 짧은 추모사였다. 

문제는 분량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참사’라는 말 대신 여전히 ‘사고’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였다. ‘참사’라는 말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고는 ‘예상치 못 하고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실족 사고’ ‘음주 사고’ 식으로 사용한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 사고’로, ‘이태원 참사’를 ‘인파 사고’로 쓰면 안 되는 이유다. 특히 ‘불의의 사고’는  ‘불의’를 앞에 둬 예상치 못 했던 ‘뜻밖의 사고’를 강조하는 말이다. 이태원 참사는 ‘뜻밖의 사고’가 아니다. 명백한 인재다. 그 비극적 재앙은 규모로 봐도 ‘참사’로 쓰는 게 옳다.

사건은 ‘사회적 문제나 언론 등의 주목을 받을 만한 예상치 못 했던 일’을 뜻한다. 사상자 발생 등 인명 피해가 동반되거나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방화 사건’ ‘뇌물 사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참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로 사회와 공동체에 어머어마한 충격을 준, 사회 구성원들이 공포감과 함께 참담함을 느끼는 사건을 뜻한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 사용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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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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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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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보수 언론인 조중동도 언젠가부터 ‘참사’라를 말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다. ‘참사’로 사용하자는 사회적 합의 혹은 공감대가 이뤄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사코 ‘참사’ 대신 ‘사고’라고 한다.

하기사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을 때도 ‘사고’라는 말을 사용했다.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였다. 이 담화에서도 윤 대통령은 ‘사고’를 8번 썼다. ‘참사’는 단 1번 사용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사고’를 ‘불의의 사고’ ‘사고 수습’ ‘사고 원인’ ‘유사 사고’ ‘동일한 사고’ 등으로 사용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은 윤 대통령이 ‘참사’를 ‘사고’로 보는 한 밝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금 누군가가 / 세월호가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민규 소설가가 지난 2014년 문학동네 가을호에 쓴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한 말이다. 지금 누군가가 이태원이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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