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무관한 가자 어린이 2000명 이상 사망"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군 25일 하루에만 가자지구 250곳 공격

바이든, ‘안전’ ‘인도’ 배려 조건부 이스라엘 공격 지지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병원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측 누적 사망자가 6천546명이라고 전날 밝혔다. 2023.10.26. 로이터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병원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측 누적 사망자가 6천546명이라고 전날 밝혔다. 2023.10.26. 로이터 연합뉴스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공격으로 가자지구 내에서 어린이 2913명을 포함해 적어도 7023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힌 것으로 <로이터 통신>이 26일 전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공격에 사상자 급증

이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을 인용 보도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 대규모 지상공격을 공언하며 공습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 하루에만 어린이 344명을 포함해 756명이 숨졌으며, 그 전날인 24일에도 70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사망자는 지금까지 약 14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납치해 간 이스라엘 쪽 인질은 22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스라엘 군이 26일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건물 주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지 보건부는 이날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가 7천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2023.10.27. 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건물 주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지 보건부는 이날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가 7천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2023.10.27. AFP 연합뉴스

‘악’을 물리치기 위한 ‘악’은 ‘선’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이 숨지고 납치당한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공격은 정당한 자위권 발동이라 주장하고 있고, 미국도 이를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력공격은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인적·물적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자신들이 믿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불의’를 자행해도 괜찮고, ‘악’을 물리치기 위한 ‘악’이라면 그것은 ‘선’이라는 논법이다. 이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선이 될 수 없다며, 점점 더 강화되는 이스라엘의 무력공격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조차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부터 진영 간 대결로 분열된 상황에서 살상을 막을 방도가 없어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하마스 측은 이날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3.10.27. 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하마스 측은 이날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3.10.27. AFP 연합뉴스

룰라 대통령 “이건 전쟁이 아니라 제노사이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5일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로 많은 어린이들이 숨지는 것과 관련해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누가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전쟁과는 무관한 어린이들이 2천명 이상 살해당했다. 제노사이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한편으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해서도 “비상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3일에도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이 몇 천명의 죄없는 사람들을 죽일 이유가 되진 않는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내 정부청사 앞에서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회원과 지지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6천 명을 넘어서자 각지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3.10.26. 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내 정부청사 앞에서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회원과 지지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6천 명을 넘어서자 각지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3.10.26.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EU 인도지원 위한 정전 요구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리야드 알 말리키 외무장관은 26일 “긴급하게 필요한 인도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정전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가자지구 지원물자 반입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일시적인 정전을 제안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말리키 장관에 따르면, 그 제안은 물과 전기 등 지원물자 반입과 공급 재개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용될 수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이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얻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사흘째 반입됐다. 2023.10.24.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이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얻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사흘째 반입됐다. 2023.10.24.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 25일 하루에만 가자지구 250곳 공격

이스라엘군은 25일 하루에만 가자지구 내의 하마스 거점으로 지목된 250곳을 공격했다. 공격대상에는 하마스 사령부뿐만 아니라 기반설비도 포함됐다고 이스라엘의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26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격당한 하마스의 거점 중에는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 있는 하마스 미사일 기지도 포함됐는데, 그 기지 옆에는 모스크와 유치원이 있었다.

바이든, ‘안전’ ‘인도’배려 조건으로 이스라엘군 공격 지지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이스라엘군이 준비 중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공격을 하마스가 납치해 간 인질들이 석방될 때까지 연기하도록 자신이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지상공격을 연기하도록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내가 그에게 얘기한 것은 인질을 안전하게 해방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지상공격에 대해서는 “그들이 결정할 일이다. 나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물을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간 전쟁이 발발한 이래 양측에서 6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10.23. EPA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물을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간 전쟁이 발발한 이래 양측에서 6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10.23. EPA 연합뉴스

무고한 사람들 희생은 “전쟁의 대가”

바이든은 또 “어려운 일이지만, 이스라엘은 죄없는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인도적인 배려를 강조했다. 또 “몇 명이 살해당했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당국을 그가 철저히 불신하고 있으며, 발표된 희생자 수가 실제보다 많이 과장돼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은 “죄없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전쟁의 대가다”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자들”만을 집중해서 공격하도록 “이스라엘은 매우 주의깊게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인도적인 배려, 안전한 인질 구출, 전쟁을 확대하려는 자들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등을 주문하고 있지만, 무차별적인 대규모 공격에서 그런 배려나 주의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점에서, 바이든과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거의 무조건적인 지지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25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뒤, 하마스 조직을 궤멸시키려는 이스라엘이 전투 뒤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항구적 평화로 가는 길” 등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에게는 국제 인도법에 의거해 국민을 테러로부터 지킬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것,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의 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이 어린아이를 구해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놓고, 남부의 칸유니스와 라파 등지의 난민촌을 잇달아 폭격하고 있다. 2023.10.19. EPA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의 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이 어린아이를 구해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놓고, 남부의 칸유니스와 라파 등지의 난민촌을 잇달아 폭격하고 있다. 2023.10.19. EPA 연합뉴스

미국 하원은 25일 마이크 존슨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약 3주간의 의장 공석 상태를 면한 직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결의를 412 대 10이라는 초당파적인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

결의는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모든 나라들이 하마스를 분명하게 비난하도록 촉구하면서, 하마스에 대해 공격을 즉각 중지하고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쪽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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