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2명 늘어 67명…"모임 대표성 인정ㆍ의견 들어야"
정부, 접촉 않고 무신경…문제해결ㆍ국조ㆍ진상규명 지연
조력 나선 민변 등 정치적 색깔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유가족간 소통 지원' 공익인권 차원의 접근…역할 제한적
유족 자율성ㆍ당사자성 있어 '단체 매개'로 모이면 실마리
표창원 전 의원이 진행하는 MBC 표준FM ‘뉴스하이킥’(오후 6:05~08:00)이 29일 김준우 변호사(민변)와 김완 기자(한겨레신문)를 초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협의체 구성 진행 등에 관해 좌담회를 가졌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표 전 의원과 두 패널의 얘기를 진행자와의 일대일 문답으로 재구성해 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인다. 방송 중 발언이라 그대로 싣기에는 부자연스러워 부득이 인터뷰 기사형식의 문장으로 바꿨다는 점도 알려 드린다. 편집자주
대화1 = 김준우 변호사
- 유가족 성명문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나?
“정부가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소통의 노력이 전혀 없다, 유가족들이 민변이 주선한 기자회견을 한 후에도 공식적인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성명문이었다. 기자회견 당시에 비해 유가족 숫자가 늘어난 것도 특이할 만했다.”
- 참여 유가족 수가 계속 늘고 있는지?
“담당 간사인 변호사 말로는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기자회견 뒤로 정부에서 또 이상한 문자를 유가족들에게 보냈다. ‘협의체를 만드는데 오늘 저녁까지 답이 없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대단히 부도덕하고 무신경한 문자였다. 정부는 여전히 전혀 섬세하지 못한 접근을 하고 있다. 성명문 발표 시간이 저녁이었다. 더 이상 날짜를 미룰 수 없어 일단 발표를 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성명문도 준비모임 이름으로 나갔다. 더 많은 분들이 나오시기 전까지는 구체적 사항에 대해 논의를 유보하거나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
- 행안부와 서울시가 유가족들에게 공간은 마련해줬는지?
“민변 쪽에서는 확인 못했다. 공식 접촉이 온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과거의 참사들을 돌아보면 유가족들이 모인다해서 반드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건 아닌데, 현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민감한 것일까?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우리 사회가 과거의 사회적 재난에서 학습한 효과들을 정책 결정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 유가족협의체를 조직하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마치 사건이 숙성되길 기다리는 판사 혹은 형사의 책임 중심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핵심 책임자들이 판사나 검사 출신이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진 몰라도 상당히 부적절하다.”
- 유가족들 가운데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특정후보를 찍은 분도 있더라.
“일부 유가족들은 민변이 정치적 색깔이 있어 부담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족은 유가족의 자율성과 당사자성이 분명히 있다. 민변 포함 모두 조력 지원하는 단체일 뿐이다. 지원 단체를 매개삼아서라도 유가족들이 자꾸 모이는 게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아닐까. 정부도 지금 60명 좀 넘는 유가족들의 대표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서 그분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유족의 절반도 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문제해결도 늦어지고, 국정조사도 늦어지고, 진상규명도 늦어지고, 기억은 휘발되고, 증거는 사라질 것이다. 정신좀 차리면 좋겠다. 이렇게 세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화물연대 파업과 이태원 참사는 같은 것” 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주무 장관이 굉장히 무신경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화2 = 김완 기자
- 유가족들이 정부에 6가지 요구를 했다. 정부는 잘 응답하고 있는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국가애도기간이라는 걸 일방적으로 정해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얘기, 유가족들이 가장 불쾌해 하는 배상에 관한 얘기를 했다.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건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후속조치, 성역 없고 엄격한 책임자 규명, 유가족간 소통 보장이었다. 근데 정부는 유가족끼리 소통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이상민 장관은 “유가족 명부와 연락처가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정부는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때처럼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의 구심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에만 혈안이 됐던 건 아닌지. 정부는 협의체가 있는 게 여러 산적한 문제를 규명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정보경찰들이 쫓아다니고, 기동대 동원해서 방패로 막고 하다가 결국 유가족들이 저항하게 되지 않았나.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지금 대응이 훨씬 퇴행적이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 때는 당시 이주영 주무부처 장관이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내려가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참사 초기에는 유가족들이 장관에게 직접 얘기할 수 있는 통로라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그 이후 진상규명 과정 등 유가족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틀어지긴 했다. 지금은 어떤가.”
- 정부가 특수본 만들어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 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인물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유일하다.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등도 조사받고 있다. 이번 주 내로 특수본은 누구한테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인지 결론을 낼 방침이다. 그런데 공무원 노조라든지 공무원 게시판에 가보면 '아래쪽에 대한 수사에만 혈안이 돼있다', 이런 목소리가 높다. 총체적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가, 굉장히 회의적이다.”
한편,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 따르면 29일 현재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에는 67명의 유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만에 2명이 늘었다. 지난 15일 민변을 통해 희생자 17명의 유족이 모여 첫걸음을 뗀지 14일이 지나며 유족 협의회의 구성이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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