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 첫 기자회견서 절규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국가가 답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십시오.”
“소중한 우리 아이들 죽음이 헛되게 하지 마십시오”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됩니까?”
10·29 이태원 참사 24일 만인 22일 오전 11시 28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족들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등 6가지 요구 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6명의 유족이 대표로 발언하면서 어린 자식을 잃은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고, 진상 규명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희생자 김인홍 님 어머니
저희는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아픔, 이 슬픔, 유가족분들께서 힘겹게 이겨내고 계시지요. 저도 가슴에 묻고 아들을 데리고 곧 비엔나로 갑니다. 아들은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당했습니다
저는 삼십 년을 비엔나에 살면서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외국인이라고 외면당하지 않게 애들을 키워왔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항상 예스와 노를 확실히 가르쳤습니다.
우리 아들을 보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은 말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제가 여기에 동참한 것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랍니다
저는 15일 병원에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제가 이날 아들을 안고 병원에 가서 사과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사망 시간이 틀려서 저희가 외국인이기에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서류가 해결되는 데 6일이 걸렸는데도 사과 한마디가 없어서 제가 아들을 데리고 가서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이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아들의 장례식이 비엔나에서 28일 날 있어서 저는 가야만 합니다. 저는 비엔나에 가서 일하겠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외국인들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힘내셔서 꼭꼭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국가가 답해야 합니다.”
-희생자 이상은 님 아버지
엄마 아빠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마지막까지 애원했을 이태원 참사현장을 찾아가 우리 딸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태워서 딸에게 부치려고 했는데 태우지를 못하게 해서 오늘 이렇게 여기서 편지를 부쳐봅니다.
상은아 잘 가라.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이제 별이 된 사랑하는 우리 딸. 먼저 보낸 미안함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에 가슴을 치며 통곡해보지만 눈물로 채운 가슴에 갈수록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득하구나.
꽃다운 청춘 펼쳐보지도 못하고 꽃이 져서 별이 되었네. 너의 방 사진 속에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데 너의 방엔 꽃내음과 향내음만 가득하구나 보고 싶구나
매일 아침 밥 먹자 하면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투정 한 번 없이 함께 해준 우리 딸 부르면 금방이라도 걸어나올 것만 같은데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구나.
대학 졸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아빠 나 합격했어 하고 울먹이던 핸드폰에 녹음된 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통곡했는지 모른다. 너를 보내고 이튿날 너희 핸드폰으로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의 문자가 날아왔는데 너는 갈 수가 없구나. 너무 원통하고 안타까워 또 통곡을 하였구나.
엄마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모두 버리고 힘내서 잘 가거라. 엄마 아빠도 힘낼게. 우리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딸 상은이를 대신해 절규를 해 봅니다. 국민 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고 심지어 전 대통령까지 수사하려고 하고 있는 이 정부에 묻습니다.
우리 딸과 같은 26세 나이였던 아들을 먼저 보낸 박완서 님이 “한 말씀만 하소서” 하며 신께 물었듯이 저는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국가는 무엇을 하였는지. 이제는 국가가 답하여야 합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제발 한 말씀만 하소서.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십시오.”
-희생자 이남훈 님 어머니
세상 어느 부모가, 내 자식 태어난 곳, 태어난 시간, 날짜, 태어난 순간을 모르는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요.
보십시오. 이것이 저희 아들의 사망진단서라고 하네요. 사망일시도 추정, 이태원 거리 노상, 사인은 미상,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어떻게 부모가 내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도 시간도 제대로 된 장소도 알지 못하고 내 자식을 어떻게 떠나보내라고 하십니까.
그 참사현장을 보며 무슨 꿍꿍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 시신을 경기도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놓으셨나요? 이태원 근처 큰 의료시설에 최소 20~30명이라도 모여있었다면 이러한 의구심은 가지지 않겠습니다.
누가 무엇이 무서워, 무엇이 두려워 이런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린 건가요? 결국은 유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계산속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요?
우리 아들 이 땅의 젊은이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하루하루의 삶이었을까요.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 알았다면 내 앞에 있을 때 더 안아주고 더 도닥거려줄 걸.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말해줄 걸. 얼굴 한 번 더 만져줄 걸. 내 머리를 쥐어박고 가슴을 뜯고 또 치면서 먼저 보낸 미안함에 몸부림칩니다
왜 이런 사태까지 됐는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모른 채 저는 그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무지한 엄마였을까요.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겠습니다. 내 아들의 죽은 이유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엄마는, 우리 가족은 알아야겠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들 잘못 아니라고, 무능한 정부에서 그저 열심히 살아온 아까운 스물아홉 삶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어른들, 무능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이 나라 정치하시는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생각하신다면 솔직해 주십시오. 제대로 된 조사와 제대로 된 사과. 우리 아이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책임 있는 자들은 책임지고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십시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마십시오”
-희생자 송은지 님 아버지
10.29 이태원참사는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었습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 당할 것 같다, 통제를 해야 한다, 숨이 막혀 숨쉬기가 어렵다라는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112 신고가 열한 차례나 빗발쳤지만경찰들은 특이사항 없음으로 상황 종료하였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운명의 10월 29일 저녁 10시 15분, 이태원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 유가족들은 묻습니다. 거짓말이나 일삼고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떠벌인 행안부 장관 이상민, 보고받은 적 없다, 몰랐다라고 일관하고 있는 용산구청장 박희영,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112 종합상황실장 등에게 우리 아들 딸들 생명의 촛불이 꺼져갈 때 뭐 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다면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식당에 가고,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긴박한 상황임에도 상황실을 비우는 행동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오신 기자님들에게도 호소합니다. 찢어지는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김의권 시인의 시를 읽어보겠습니다.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시인 김의곤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마라
꽃들 포개지도 마라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그 골목에 아무 것도 놓지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 있는 우리를......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됩니까?”
-희생자 이민아 님 아버지
먼저 이번 참사를 보시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며 함께 슬퍼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저희 유족들과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 두 가지 말씀을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먼저 이 참사, 이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모이는 인파 군중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는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적인 인과관계를 떠나서 집회 대처와 대통령실 경호경비 등에 우선적으로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찰력 운영에도 참사의 한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었음에도 미온적인 대처와 미온적인 계획을 세운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서울경찰청 등 관련 부서는 모두 마땅히 비난받아야 합니다.
둘째, 참사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족들의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고,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고 발생 경과와 내용, 수습진행 상황 등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 안내 등 기본적인 조치조차도 없었습니다.
참사와 관련해서 가장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은 유가족들입니다. 이를 차단한 것과 다름없는 정부의 대처는 비인도적입니다
저는 화장한 유골을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봉안당을 몇 군데 다녀봤지만 나이 드셔서 돌아가신 분들 사이에 젊은 유골을 두기 싫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유족들끼리 만나 합동봉안당이라도 논의해보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아무 지원 없이 무슨 비밀공작 하듯이 말입니다. 정부가 국가가 왜 이렇게 피해자들을 대하는 것입니까?
158명의 청년들이 죽었습니다. 이미 정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로 갑론을박하게 만든 것도 결국 유족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됩니까? 장례비와 위로금은 그렇게 빨리 지급하면서 정작 왜 우리가 필요가 하는 유족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왜 참사 20일이 넘도록 안 해주는 겁니까?
정부는 유족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얘기들에 이제 답변해야 합니다.
“158명을 쳐다만 보면서 생매장한 살인 사건입니다.”
-희생자 이지한 님 어머니
바지와 셔츠를 다려 구두끈을 매 주면서, 엄마 나 오늘 밥 먹고 가야 돼, 다음 날 촬영이 있어서 금방 올 거야.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날 12시, 아이가 죽었다니요.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어서 병원으로 가보았는데 지한이가 맞았습니다. 그날도 못 먹은 것 같았어요. 볼이 너무 여위어 있었고, 배가 홀쭉해서 지한아 넌 오늘도 못 먹었구나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야 될까 생각하다 그래도 가장 힘 있는 사람이 대통령밖에 없겠구나, 그분에게라도 편지를 써 보자, 그분에게 호소를 해보자 두서 없이 막 적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배우 이지한의 엄마입니다.
해가 뜨는 것이 두렵고,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며, 제 뼈에 붙은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엄마 하며 들어올 것 같고 배고파요 라는 환청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도 받으려 합니다
이 참사는 분명히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 사건임에 분명합니다. 저는 법을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저는 이 사태가 158명을 쳐다만 보면서 생매장한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동대처만 6시 34분부터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158명의 희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간절히 부탁하고 또 부탁드립니다. 10만 명의 아이들도 보호할 수 없다면, 158명의 희생자와 다친 청년들도 구할 수 없다면, 이 5천만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포기해야 합니까? 나라를 버려야 합니까? 이 억울한 마음을 어떡해야 합니까
대통령님. 사고 현장 앞을 밥 먹고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던 이, 상황실에 있지도 않았던 이,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고 말하던 이, 그 중에서 가장 괘씸죄를 추가하고 싶은, 말바꾸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행안부 장관, 책임의 앞과 뒤는 누구의 책임이냐며 비웃으며 빈정대던 이, 이 모두에게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는 물론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여 주십시오.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습니까. 장관의 아이도, 회사원의 아이도, 시장 상인의 아이도 생명의 무게는 다 같지 않습니까.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믿을 것입니다. 저와 제 남편, 그리고 지한이도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망언을 쌓는 공직자들, 죽어가는 청년들을 보고만 있던, 아니 못 본 체한 이들, 이 망나니같은 식물인간들을 응징해주세요.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이 제게는 너무나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망언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어처구니없이 생매장당하지 않도록 형사적으로 엄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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