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공식 출범 논의…임시 대표 이종철 씨
“희생자들 억울한 죽음 진상 규명, 책임 물을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성명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성명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유가족협의회’(가칭) 준비모임이 출범했다. 정식 출범은 토요일인 오는 12월 3일 유족들이 협의하여 결정할 계획이다. 임시대표는 ‘이지한 아빠’ 이종철씨가 맡았다.

65명의 유가족들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협의회 준비모임의 발족을 알렸다.

전체 희생자 158명 중 34명의 유가족들은 지난 2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일주일여간 중지를 모아왔다.

유가족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참사 초기부터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 해명을 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비판, 앞으로 정부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어떻게 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지, 향후에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를 유가족들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 및 책임 규명이 간절하다”고 정부의 진상 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 성명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있어서는 안 될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입니다.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158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해주시고, 기억해주시며, 물심양면으로 유가족들과 연대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참사로 마음과 건강을 다친 생존자분들을 비롯한 피해자분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회복을 기원합니다.

참사가 지난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유가족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고립된 채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만 했고, 지금 이렇게나마 희생자 65명의 유가족들이 모일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시민분들이 유가족들을 도와주시고, 또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시고 있습니다. 아주 큰 힘과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거기에 있었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했던 정부는 참사 초기부터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해명을 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번 참사는 분명 드러난 사실에만 비추어봐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발생한 인재인데 여기에 대한 책임인정과 답변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어떻게 그 병원으로 가게되었는지, 향후에 어떠한 조치를 취해줄 것인지를 유가족들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유가족들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위패 없는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추모기간을 설정하였으며, 선심을 쓰는 양 장례비와 위로비를 지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대로 된, 빠짐없는 진상 및 책임규명이 아니라 일부 책임자들에 대해서만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면서 어떠한 설명도 유가족들에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 및 책임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국가배상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부터 하십니까? 국가배상을 받아봤자 우리가 사랑하는 158명의 희생자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추모공간과 소통공간의 마련도 유가족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유가족들을 위하는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정부였다면, 유가족들과 어떠한 협의를 선행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협의체구성과 추모공간에 동의하느냐를 묻는 무례한 설문조사를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과하라.” “명백한 책임을 인정하라.” “유가족과 협의하라.” “유가족의 의견을 물어봐라.” 이러한 단순한 요구에 조차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정부를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에게 떳떳한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억울하게 돌아오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런 참사가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 및 책임규명이 간절합니다.

희생자 65명의 유가족들은 용기를 내어 협의회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모든 희생자 유가족들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는 협의회로, 정부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함께 서주신 모든 시민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주신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송구한 부탁이지만 시민분들께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과 책임이 규명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저희와 함께 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1월 28일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 

(희생자 65명의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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