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향한 공격 지지 연령대별 큰 격차 보여
65세 노인층 81% 반해 34세 이하는 27%뿐
복음파 80% 공화당 통해 이스라엘 지지 활동
정작 미국 거주 유대계 70%는 민주당 지지자
공화-민주 구분 없이 팔레스타인 처지는 ‘공감’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 침공 대규모 지상전 강행을 공언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과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흔들리지 않는 이스라엘 지지 입장 뒤에는 ‘이스라엘 로비’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들이 많다. 과연 그런가?
미국인구 25% 복음파 기독교도, 그들의 80%가 공화당 지지
‘이스라엘 로비’란, 미국의 중동정책을 친이스라엘 쪽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로비활동 또는 그런 활동을 벌이는 조직으로, 주로 유대계 단체와 기독교 일파인 복음파 세력이 중심을 이룬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지만, 미국 내 유대계 인구는 전체의 2.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압도적 다수인 복음파 기독교도들인데, 미국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복음파 교도의 80%는 공화당 지지자들이며, 공화당 정치가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이스라엘 지지 활동을 한다.
기독교 복음파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이유
기독교 복음파 교도들은 왜 이스라엘을 지지할까?
마에시마 가즈히로 일본 조지대(上智大, 소피아대) 교수(미국정치)는 “간단히 말하자면, 기독교 성서에 ‘팔레스타인은 하느님이 유대인에게 준 땅’이라고 씌어 있기 때문”이라며, “복음파 교도들은 성서에 적힌 것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예수가 재림하려면 유대인 국가가 팔레스타인의 ‘약속의 땅’에 재건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다.”(<아사히신문> 10월 20일)
친공화당 성향의 AIPAC
마에시마 교수는 전통적인 이스라엘 로비로, 주류파 유대인 단체들이 구성한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를 든다. 1950년대에 조성된 시오니즘 운동(세계 각지로 이산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민족적 거점을 만들려는 사상, 운동)을 지원하는 단체였다가 이름을 바꿔 지금 형태가 됐다.
당파를 초월해서 활동하고 있으나 친공화당 성향이 강하며,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과 같은 우파를 지지한다. 우파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지 확대를 추진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무력행사도 불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친민주당 성향의 ‘J스트리트’
그러나 지금은 미국 유대계 사람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시각도 다양해지고 있다. 2008년에 발족한 새로운 로비 조직인 ‘J스트리트’는 평화를 추구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이뤄진 ‘2국가 공존’ 체제를 주장한다. 이 조직은 AIPAC와는 대조적으로 친민주당 성향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유대계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70%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며, 공화당 지지자는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아픈 기억 때문에 리버럴하고 ‘큰 정부’를 선호한다고 한다.
미국정치를 움직이는 압도적인 친이스라엘 여론
유대계 재력(돈)이 미국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있다는 언설들에 대해 마에시마 교수는 “헌금으로 정치가들을 움직인다기보다는 친이스라엘 여론이 정치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구의 절대 다수는 기독교를 믿고 있고, 당파나 개인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독교의 뿌리에 유대교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인구의 2.4%에 지나지 않는 유대계 인구가 미국정치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이 장기간에 걸쳐 이스라엘 군사지원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이슬람 인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반이스라엘파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다.
미국인 70% 가자 공격지지, 젊은층은 27%
이번의 하마스-이스라엘 충돌을 미국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CNN이 이번 사태 발생 1주일 뒤인 이번 달 12~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해 군사행동(공격)을 벌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0%였다. 그런데 연령별로 큰 차이가 있다.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81%였으나 18~34세는 27%에 지나지 않았다. 젊은층이 이스라엘 지지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이민이 늘면서 백인의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2국가 공존’ 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닮은 극심한 ‘정치적 분단’
이런 사정은 내년의 미국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CNN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80%,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13%였다. 극심한 ‘정치의 분단’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이 무엇을 하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를 지지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반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현실과 거의 쌍둥이처럼 닮았다.
하지만 대다수가 팔레스타인 처지에 공감
그런데 놀랍게도 팔레스타인에 ‘공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96%,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77%나 됐다. 서로 관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 미국인들 중 다수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타냐후와 바이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앞으로 이스라엘이 강행하고자 하는 군사행동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여론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의 과잉행동이 국내외의 여론을 악화시킨다면 이스라엘을 강하게 지지해 온 미국 내 공화당 지지자들이 노선을 바꾸고, 2국가 공존 체제를 지지해 온 민주당 지지자들의 친팔레스타인 자세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고 마에시마 교수는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 지형, 나아가 중동정세가 바뀔 만큼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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