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김태우 지지율, 윤 대통령 긍정 평가와 비슷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 재공천’에 정부 심판론 작동

진 후보 33년 경찰 경력, 안전 선호 주민 정서에 부합

‘수도권 공멸 위기’ 여권, 대통령과 차별화 가능성

김기현 국힘 대표 체제 흔들...지도 체제 개편할 수도

이재명 대표 장악력 강화…공천까지 리더십 유지 관측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2023.10.1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2023.10.11. 연합뉴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1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가 90% 진행된 12일 0시 30분 12만 4023표(57.03%)를 얻은 진 후보가 당선을 확정했다.

진 후보에 이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8만 4662표(38.93%), 권수정 정의당 후보가 3896표(1.79%), 권혜인 진보당 후보가 3039표(1.39%),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가 1374표(0.63%), 김유리 녹색당 후보가 447표(0.20%)를 각각 득표했다. 진 후보와 김 후보의 득표수 차는 3만 9361표(18.1%)로 15%p 이상 큰 차이로 진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진 후보의 일차적 승인으로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0%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해 왔고 부정 평가는 60% 내외를 기록해 왔다. 이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번 선거에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물론도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보인다. 김태우 후보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공천돼 나온 후보다. 강서구청장이었던 김 후보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구청장 자격을 상실해 보궐선거가 실시됐는데 보선 원인 제공자인 김 후보가 공천된 것은 선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에 대한 강서구민들의 심판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진 후보는 경찰로 33년을 재직하면서 경찰청장 바로 다음 직제인 경찰청 차장까지 지낸 치안 전문가라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진 후보는 경찰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경찰로 임관해 예산, 대관, 기획, 조직, 인사 등 경찰청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왔다. 김 후보가 내건 ‘안심, 안전, 민생 구청장’이라는 슬로건은 그의 이러한 이력을 잘 포착한 기획으로 평가된다. 안전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정서에 잘 부합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진 후보의 승리는 향후 정국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태우 후보의 공천을 진두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도력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직접적 책임뿐 아니라 낮은 대통령 지지도가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지점이다. 보류하고 있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1일 저녁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김태우 후보 선거사무소를 떠난 가운데 배웅 나온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다. 2023.10.11 [공동취재]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1일 저녁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김태우 후보 선거사무소를 떠난 가운데 배웅 나온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다. 2023.10.11 [공동취재]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국민의힘 수도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지도력 아래 순응하다 보면 내년 총선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배를 탈 경우 패배가 예정돼 있다고 판단한다면 윤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선택해 당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거론되던 대표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까지 나아갈지는 불확실하지만, 내년 총선을 김 대표 체제로 치러서는 수도권 선거에서 선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국민의힘에서 “이번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구청장 선거”라거나 “이번 선거 결과와 총선 결과를 연결해 볼 수는 없다”는 등으로 총선 관련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친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승리로 당내 지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추석 연휴 직전 나온 구속 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를 통해 김은경 혁신안 등으로 당내 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천 과정 전반을 확고한 리더십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민주당 내 강서구청장 후보가 13명이 난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진교훈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도 특별한 잡음이 없었다는 점은 각 후보들의 당을 위한 헌신뿐 아니라 강화된 이 대표의 당내 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 등으로 수세 국면에 있던 이 대표가 이번 선거로 동력을 확보함에 따라 연말까지 야당의 대여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여 공세를 강화한 뒤 11월 양평 고속도로 의혹, 오송 참사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12월 김건희 특검, 50억 클럽 특검 등 ‘쌍특검’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총선 전 이슈몰이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에 맞서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수사권을 동원한 야권 인사에 대한 압박 강화 등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 하겠지만 국민 일반의 공감을 획득하기는 난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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