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호국단, 유창훈 판사 "직권남용" 고발

"검찰권 통한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정진석 실형 선고한 판사도 고발…검찰은 내사 호응

문 정부 시절 ‘판사 사찰’보다 더한 ‘사법부 겁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3.9.27.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3.9.27. 연합뉴스

야권 인사 관련 재판에서 판결한 판사에 대한 겁박이 심화되고 있다. 검찰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판사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고발됐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다수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권을 통한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자유대한호국단은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를 고발했던 단체다.

<이코노믹 리뷰> 보도에 따르면 자유대한호국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은 적법절차의 원리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가 짙은 피고발인 유창훈 판사의 혐의를 엄정히 수사해 그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법률대리인 도태우 변호사 등은 “대체 얼마나 더 큰 범죄혐의에 얼마나 더 확증적으로 범죄가 증명되고, 얼마나 더 위증교사 및 핵심 증인에 대한 진술 번복 개입과 같은 노골적 행위가 더해지며, 얼마나 더 많은 증인의 죽음과 관련자의 구속기소가 있어야 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것인가?”라면서 “우리 법 공동체는 피고발인, 유창훈 판사에게 이 사건 구속영장 기각과 같은 자의적 결정을 할 권한을 부여한 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도 변호사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피고발인(유창훈 판사)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 출신으로,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근무한 전력까지 가진 자”라면서 “피고발인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이 사건 영장 재판을 회피했어야 마땅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유창훈 판사가 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자유대한호국단은 정진석 의원에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를 고발해 검찰의 내사를 이끌어 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3.9.14. 연합뉴스
국회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3.9.14.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펜앤드마이크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박병곤 판사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접수하고 해당 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했다. 2017년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은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부부싸움 후 부인 권양숙 씨가 가출한 뒤에 이뤄졌다는 글을 올렸고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검찰은 정 의원에게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지만, 박병곤 판사는 “피고의 글 내용은 악의적으로,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라면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펜앤드마이크에 따르면 박 판사에 대한 수사 의뢰는 그의 정치 편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판사는 약 20년 전 대학 재학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1985년 수원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영덕고등학교 진학 후 수원 영통 지역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좌파 언론 ‘진보누리’에서 기자로 활동한 한편 법조계의 적화를 도모하라는 지하당의 명을 받아 한양대학교 법대에 진학해 예비 법조인들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박 판사는 대학에 진학한 2004년 한 블로그 게시글에서 “대학 입학 후 많은 집회를 나갔다”면서 “그러한 행사에 순전히 내 의지로 나갔다”라고 적었다.

자유대한호국단이 박 판사를 고발한 근거는 이러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린 게시글이었다. 정진석 의원에 대한 판결과 개인 블로그 게시글 사이에 어떤 논리적 인과관계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한 뒤 검찰이 나서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단체는 박 판사가 20년 전 대학에 진학하던 시기에 올린 블로그 소개 글을 근거로 직무 유기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이라면서 “기가 막힌다. 웃어넘기고 무시해야 할 고발을 가지고 내사에 착수했다니 제정신인가. 야당 탄압, 언론탄압도 부족해 이제는 사법부를 겁박하고 길들이려고 하느냐”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정권은 우익단체에 고발을 사주하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빙자한 탄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면서 “검찰은 당장 사법부에 대한 겁박을 중단해야 한다. 권력과 야합해 무자비하게 사법권을 남용하는 검찰에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 백병원 폐원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서울 도심살리기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2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 백병원 폐원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서울 도심살리기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25. 연합뉴스

박 대변인의 우려처럼 검찰이 여권에 불리하다고 평가되는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향후 다른 재판에서 부당한 영향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과 대장동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남FC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영장 청구 당시 적시된 백현동,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기소가 이뤄지면 4~6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김용, 정진상, 이화영 씨 등 측근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다수의 이 대표 관련 재판에서 검찰이 판사 옥죄기에 나설 때 법리와 증거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판사 사찰’ 문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판사 개인의 성향, 과거 판결, 참가하고 있는 모임, 친인척 관계 등을 적시했는데 사소한 정보처럼 보여도 이를 토대로 판사 개인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친인척이나 지인을 통한 압력 행사가 가능해질 수도 있는, ‘재판 공정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징계 관련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에서 ‘판사 사찰’ 관련 내용이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법령준수 의무 등을 위반한 행위로 인정된 바 있다. 판사를 겨냥한 보수단체의 고발과 이를 통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판사 사찰’보다 더 심각한 사법부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이 사법부를 겁박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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