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집권여당과 검찰이 사법부를 향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6일 오전 10시 7분부터 오후 7시 24분쯤까지 총 9시간 17분 동안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시 면밀한 검토 끝에 27일 오전 2시 25분쯤 영장을 기각하자 국민의힘과 검찰은 잠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들은 전략적 반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곧이어 법원 결정을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극렬 반발에 나섰다.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 "유권석방 무권구속"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등의 황당한 생떼를 부리며 기각 결정에 흠집을 내고 판사 개인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여권이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거센 역풍에 맞서 어떻게든 맞불을 놓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추석 연휴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론 지형이 불리하게 조성될 게 뻔해 다급해진 것이다. 여당과 검찰은 특히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까지 검토하고 있어 이들이 과연 '재기각'의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제2의 악수(惡手)를 둘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27일 오전 예정됐던 당 지도부의 추석 귀성객 인사 일정을 취소하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달아 소집하며 법원 성토에 나섰다.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선 기각이라는 결론도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지만, 기각 사유도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마치 기각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결정한 것처럼 앞뒤 논리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윤 원내대표는 "증거인멸의 염려는 차고도 넘친다" "뜬금없이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리를 한참 벗어난 판단이다" "판단의 합리적인 근거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등 법원 결정을 총체적으로 부정한 뒤 "판단이 순수하게 법리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본인이 판사 출신인 김기현 대표도 "영장 기각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양심이 있는 의원들의 결단, 정치 심폐소생술로 어렵게 살려낸 정의가 김명수 체제가 만들어 놓은 편향적 사법부의 반국민적· 반역사적·반헌법적 결정에 의해 질식당해 버렸다"고 말했다. 또 "법치의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조폭 두목이나 마피아 보스는 영구히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막말에 가까운 비약으로 법원을 맹비난하던 김 대표는 "이번 유창훈 판사의 결정은 한 마디로 권력의 유무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유권석방, 무권구속'이라고 하는 결과"라면서 영장전담 판사의 실명을 반복해 거론했다. 이어 "유창훈 판사는 죄가 의심되고 혐의도 소명되는데 결론은 영장 기각이라는 앞뒤도 맞지 않는 궤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또한 유창훈 판사는 (…)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이런 비논리적 결정의 배경에 정당 대표라는 권력이 작용되었다고 보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유 판사를 잇따라 정조준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사법부가 정치편향적 일부 판사들에 의해 오염되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날"이라며 "비록 유창훈 판사의 정치 편향적 궤변으로 정의와 상식이 잠시 후퇴했지만 우리 국민의힘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 정의로운 나라, 법 앞의 평등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정한 나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끝까지 유 판사를 이념 몰이하듯 공격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모순적인 결론을 가진 기각 사유"라고 발언했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재명 수호 판결이고 황제 판결이란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의원들은 의총을 마친 뒤 '법치몰락 정의기각' '유권구속 무권석방'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사법부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영장 기각을 규탄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은 범죄를 뒤에서 조종하는 권력자의 신병은 불구속, 힘없는 민초나 아랫사람은 구속이라는 '유권석방, 무권구속'이냐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한술 더 떠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이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법원이나 담당 판사가 대통령과 집권여당, 검찰 집단이라는 '살아 있는 권력' 눈치를 보는 대신 야당 대표에 조종되고 심지어 '개딸'에 굴복했다는 주장은 논리라고 할 수도 없는 코미디 같은 설정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은 영장 기각의 논점을 흐리고 물타기를 하면서 법원이나 판사가 '좌편향' 돼 있다는 식의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사만 70여 명을 투입해 이 대표를 2년에 걸쳐 300회 이상 압수수색하고 6차례 소환조사한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 집단도 기각 결정을 승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국민의힘과 같은 수법으로 판사의 '정치 편향'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정치 검찰이 정치 편향을 운위하는 것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이지만 이 역시 정치 검찰다운 대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영장 재판 결정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표적 수사'라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모두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사법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서도 안 되고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수도 없으며 변질되지도 않는다"고 항변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주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비슷했다. 한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검찰은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수사팀 입장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검찰과 상당한 견해차가 있어 수긍하기 어렵고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판사를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증거인멸 우려 배척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수사팀은 도저히 사법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법원 판단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춘 수사적 표현"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가운데 여당과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과연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추가로 보강해서 수사할 부분을 잘 찾아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영장 재청구 여부는) 일선 수사팀과 충분하게 점검해서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의원에 대한 영장을 두 번째 청구한 끝에 구속을 관철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그 위상과 상징성에서 차원이 달라 검찰이 '안 되면 말고'식으로 섣불리 밀어붙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 장기간 광범위하게 먼지떨이 수사를 한 뒤라 영장을 재청구할 만큼 내용을 더 보강할 여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두 번째 영장 청구까지 기각당하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동력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되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장관은 직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야권이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매우 높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대형 악재로 고착화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기국회 회기가 지난 1일 이미 시작돼 12월 9일까지 100일간 진행되기 때문에 검찰은 또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이라는 무리수를 선택해야 한다. 이 대표의 민주당 장악력은 대폭 강화된 반면, 비명계 '가결파'는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거의 초토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 체포안이 또 가결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검찰은 영장 재청구라는 도박을 하기보다는 불구속 기소를 택한 뒤 특기인 언론 플레이에 집중하며 법정에서 '사법 리스크' 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인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결국 밥이 덜 된 상태에서 영장청구를 한 것 아닌가,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며 "(영장 재청구를)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의원은 "단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영장 재청구했을 때 발부 가능성은 거의 20%, 10%대로 떨어진다. 재청구를 해서 발부받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면서 "일반인에 대해서도 재청구는 굉장히 신중하게 하는데, 하물며 이렇게 떠들썩하게 영장 발부를 꼭 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는데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한 번 통과해야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과연 통과하겠는가"라며 "여러 가지로 비춰봤을 때 그건 별로 가능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자택을 또다시 압수수색했다. 지난 4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송 전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15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서울 용산구의 송 전 대표 자택과 김모 전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자택 등 3∼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당초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서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불법 자금 유입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또 확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