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룹 10년간 제조업 진출 줄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2년 연속 하락

대기업 제조업 외면에 고용 부진 심각

그런데도 정부는 "세제지원 확대" 엇박자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제조업은 뒷전이고 부동산과 임대업 같은 비제조업 계열사만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의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뒷걸음질하게 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에는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투자에 소극적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각종 세금 공제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요 기업체 건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요 기업체 건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자산 상위 50대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계열사들의 참여 업종을 분석한 자료를 26일 발표했다. 50대 대기업집단의 2177개 계열사의 참여 업종을 46개 분류표에 따라 분석했는데 부동산·임대업이 301개 사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건축업(292개)과 유통업(285개), 에너지업(233개), 서비스업(201개), 콘텐츠·엔터테인먼트업(181개) 등이 뒤를 이었다. 계열사 상위 10개 업종 중에 제조업은 유일하게 참여 기업이 줄었다. 제조업으로 분류된 기업은 10년 전 185개 사에서 현재 179개 업체로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업종별 증감 추이를 보면 부동산·임대업이 지난 10년간 193개 사(165.0%)가 증가하며 가장 많이 늘었다. 10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부동산·임대업 진출이 많았다. SK 계열사가 17개 사로 최다였고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16개 사로 뒤를 이었다. 한화 계열사도 13개 사에 달했다. 10그룹 외에는 DL(14개 사)과 넷마블(10개 사)의 부동산업 진출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임대업 등 비제조업에 눈을 돌리면서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기업들이 보유한 설비와 노동력, 작업환경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였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제조업가동률지수나 산업생산·출하·재고지수와 달리 구조적 측면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자료 : 리더스인덱스. 50대 기업 참여업종 개요 
 자료 : 리더스인덱스. 50대 기업 참여업종 개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50년 가까이 상승하기만 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사상 처음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GM대우 공장 철수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 특별한 요인 때문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역주행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주도했다. 역대 정부도 제조업 육성을 위해 이들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국가 차원의 육성 정책이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대기업의 제조업 참여가 줄어든 것은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2분기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5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69만명의 15.5%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1975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 취업자 추이 비교. 연합뉴스
  제조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 취업자 추이 비교. 연합뉴스

대기업이 제조업 대신 부동산을 비롯한 비제조업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대기업집단 국세 감면액은 6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1% 늘어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3배가량 증가했다. 국세 감면 대상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세 감면 대상 중 대기업 비중은 10.9%였고 올해 전망치는 16.9%다. 경기침체와 부자 감세 정책이 겹치면서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세금을 아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내세워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경제단체 등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친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정부가 지원을 줄여도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투자하게 마련이다. 제조업 진출에는 소극적이면서 부동산·임대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도 이런 변화에 맞춰 대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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