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일본산 금수 뒤 일본근해 조업 허용은 이중기준"
일, 애초 문제 만들고, 자국민 피해 보자 중국을 비판
중국한테 어로·수입금지 하라 말라 말할 권한 없어
앞뒤 맞지 않는 건 오히려 일본과 그를 지지한 미국
중국이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조치로 맞대응한 지 24일로 한 달이 됐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8월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6% 줄었다. 전면 금수가 시작된 8월 24일 이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9월 수입액은 거의 제로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탄식과 함께 중국정부에 대한 원망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어선들이 일본어선들과 같은 해역에서 잡은 생선을 일본 항구에서 하역하면 일본산이라며 수입을 막고, 중국 항구에서 하역하면 중국산으로 유통시키고 있다며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일본 근해에서 잡은 생선은 위험하기 때문에 수입을 금지한다는 중국정부의 논리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중국정부 논리대로라면 중국 어선들은 해양 투기가 시작된 8월 24일 이후 홋카이도 인근 또는 일본에 가까운 태평양 쪽 공해에서 고기잡이를 하지 말아야 하고, 거기에서 잡은 생선은 중국 어선이 잡은 것이라도 중국에서 유통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면금수 뒤 일본 근해 조업 허용은 “이중기준”
“처리수(오염수)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중국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8월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금지했다. 일본어선이 이 해역(홋카이도 인근 공해 등 일본 근해)에서 잡은 꽁치, 고등어, 정어리 등의 수산물은 일본에서 하역되면 일본산이 돼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중국어선이 같은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중국에서 하역하면 중국산이 돼 중국 내에서 유통된다.”(<아사히신문> 9월 25일)
사나다 야스히로 와세다대학 객원교수(수산자원관리정책)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 놓고,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중국어선들이 일본어선들도 조업하고 있는 북태평양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것은 더블 스탠더드(이중 기준)로, 위화감이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까지 나서서 중국의 ‘이중 기준’을 성토하며 일본편을 들었다. 그는 22일 중국어선들이 오키나와 본섬에서 북서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근해에서 지난 15일 조업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X(엑스. 예전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런 글을 달았다. “중국은 일본의 수산물을 수입금지해 놓고 일본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1천 마디의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선명하게 (진실을) 보여 준다.”
해양 투기 개시 전후 중국어선 활동조사
<아사히>는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선박에 탑재된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로 바다 위의 위치나 조업상황을 특정할 수 있는 ‘글로벌 피싱 워치’(GFW)로 북태평양의 중국선박들의 활동상황을 조사했다.
대상 해역은 홋카이도 네무로 시에서 약 1000킬로미터 떨어진 공해로, 꽁치와 고등어, 정어리 등의 어로작업이 이뤄지는 북위 40~50도, 동경 150~170도 해역이다. 8월 3일 이 해역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어선은 56척, 9월 19일에는 162척이 확인됐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시작된 8월 24일을 전후한 이 기간에 하루 평균 146~167척의 중국어선이 조업했고, 이 수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일본 수산청이 파악한 같은 기간 같은 해역에서 조업한 중국어선 수도 대동소이했다.
국제기관인 북태평양어업위원회(NPFC)에 따르면 2022년의 북태평양 꽁치 어획량은 대만이 약 4만 2천 톤, 중국은 약 3만 5천 톤, 일본은 약 1만 8천 톤 순으로, 이들 3개국지역이 95%를 점했다. 일본 수산청은 올해의 꽁치 어획량은 9월 16일까지 총 6만 76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중국의 꽁치잡이 어선들은 보통 5~6월에 출항해서 연말 무렵에 중국 항구로 돌아가는데, 중국 저장성의 원양어업관계자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 이후에도 “꽁치잡이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말에 푸젠성의 성도 푸저우 항에서 출어한 한 어선은 길이 약 70미터, 2400톤의 대형전박으로 집어등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약 60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중국어선의 일본근해 조업은 자가당착?
사나다 야스히로 교수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 그리고 <아사히신문> 주장에 따르자면, 중국어선들이 지난 8월 24일 이후 일본 근해의 이들 해역에서 꽁치, 정어리, 고등어 등을 잡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같은 해역에서 일본배가 잡아서 일본항구에서 하역한 생선은 수입해선 안 되고, 중국배가 잡아서 중국에서 하역한 생선은 괜찮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볼멘소리를 하고 항의할 만도 하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금수가 부당하다며 철폐를 요구하는 문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하지만 먹혀들 가능성이 없다. WTO 체제를 망가뜨려 기능부전 상태로 만든 것은 WTO를 만든 미국 자신이고 일본도 미국에 동조하고 있다. WTO가 제대로 기능한다 해도 일본 손을 들어 줄까.
일본과 미국이 일본 근해에서 자국 어선들이 조업하게 하는 중국정부의 자가당착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전면금수 조치를 철폐하고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라는 얘기다.
앞뒤가 맞지 않는 건 오히려 일본
하지만 중국에게는 일본과 미국의 이런 주장이야말로 자가당착일 수 있다.
애초에 문제를 만들어낸 것은 일본과 미국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강행했고, 미국정부와 미국정부의 입김이 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런 일본이 정당하다며 두둔했다.
핵종을 걸러낸다는 액체처리시스템(ALPS)의 성능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해양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핵오염수의 장기적 영향이나 안전성에 대한 면밀하고 공정한 조사 연구도 없이 강행한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반발과 거부를 일본과 미국과 IAEA는 그들이 규정한 ‘과학’이란 이름으로 무시하고 투기를 강행했다. 해양 투기는 모든 방사성 물질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 국제해양법협약과 런던협약 규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일본은 핵오염수를 이웃과 전 세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해양 투기가 아니라 자국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용 등을 이유로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다에 버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과학적’ 기준을 들이대며 안전하다고 우기고 있다.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며, 심지어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중국이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금지한 것은 오히려 정당방위에 가까운 것일 수 있지 않은가?
중국어선들의 약탈적인 싹쓸이식 해양 조업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본과 미국은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위험해진 일본 근해에서 중국어선들이 고기잡이를 해서는 안 된다며, 조업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어선과 중국정부를 자가당착이라 조롱하고 있다. 멀쩡한 바다를 핵오염수로 망가뜨린 건 일본이고 그것을 지지한 게 미국이다. 중국어선들뿐만 아니라 한국어선들도 문제의 해역에서 오랜 세월 아무 위험없이 고기잡이를 해 왔다. 그런데 일본이 멀쩡한 그 해역에 핵오염수를 풀어 놓고는, 중국이 자기주장의 논리적 정당성을 유지하려면 그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비웃고 있다. 중국에겐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핵오염수를 버린 일본의 어선들만의 권리란 얘긴가? 오래 전부터 그 해역에서 조업을 해 온 중국어선이나 한국어선들이 그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일 정말로 그 해역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거기에서 고기를 잡아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그것을 결정할 권리는 중국이나 한국에게 있는 것이지 문제를 만든 일본이 마치 정당성을 독접하기라도 한듯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야말로 비웃음을 살 일 아닌가. 일본이 그럴 수 있다며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IAEA 보고서다.
간단하고 완벽한 해결책, 한국은 어느쪽?
지금이라도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중단하면 해양 투기로 인한 국제적인(글로벌) 문제 또는 분쟁은 완전히, 그리고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푸는 명백한 해법이 있는데,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그것을 외면한 채 대다수에게 손해를 안기는 엉뚱한 해법을 제시해 놓고는 거기에 따르지 않는 것을 자가당착이라 비웃다가 결국 자신들까지 망가지는 것이야말로 자가당착 아닌가.
이 문제야말로 사나다 교수와 람 대사, 그리고 <아사히>가 따지고 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일본과 미국 편에 선 한국이 중국을 비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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