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외교, 안보·경제서 더 많은 것 잃을 수도"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퇴임 후 첫 공식 연설

"진보 정부서 안보·경제 성적 모두 월등히 좋았다"

"남북군사합의 폐기, 무책임한 최후의 안전핀 제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19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9.19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인사말을 통해 "지나치게 진영 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윤 정부의 반중국, 미·일 맹종 외교를 지목했다.

이날 행사는 김대중재단, 노무현재단, 한반도평화포럼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가운데 주변 국가들과 균형 있는 외교를 펼칠 때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들고 수출경제도 활기를 띠기 마련"이라며 "동맹을 최대한 중시하면서도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나가는 섬세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대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 2023 09. 16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대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  2023 09. 16 [AFP=연합뉴스]

"진영 외교, 안보·경제서 더 많은 것 잃을 수도"

본인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맺은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그는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반공 이념'을 내세운 윤 정부를 겨냥한 듯 문 전 대통령은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남북 화해 정책의)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됐다"며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 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고,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고, 아까운 장병들과 국민이 희생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다르게, 과거 서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념과 상관없이 동방정책과 동독 포용정책이 중단 없이 이어졌다"면서 "평양공동선언 역시 훗날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 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 06. 30. 연합뉴스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 06. 30. 연합뉴스

재임 기간 중 '평화가 경제'라고 역설했던 문 전 대통령은 '평화가 경제'라는 것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이라며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 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직접 비교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 정부, 문 정부 때뿐이고, 윤 정부 때인 작년엔 세계 13위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3만5000 달러를 넘었으나 윤 정부 첫해인 작년에 3만2000 달러 대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가부도위험지수, 즉 CDS 프리미엄지수가 가장 낮았던 시기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였다"며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하는 가운데 다중 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천952억원으로 6월(34조8천468억원) 대비 5천483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안내 스티커. 2023.8.22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확대하는 가운데 다중 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천952억원으로 6월(34조8천468억원) 대비 5천483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안내 스티커. 2023.8.22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경제성적표 직접 비교

또한 그는 "적자재정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그는 "지금 남북관계가 매우 위태롭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더해 최근의 외교 행보까지 한반도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남북관계의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길은 대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제재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북한과의 대화 역시 미국과 동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다는 원칙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며,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화 노력과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합의를 끌어낸 사실도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남북군사합의 폐기, 무책임한 최후의 안전핀 제거"

북한의 지속적 도발을 내세워 최근 정부·여당이 폐기 검토 주장을 하는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그는 "9·19 평양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방지할 목적으로 남북 간에 사상 최초로 체결된 구체적인 군비통제 합의"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홍범도 장군 등 항일 무장독립 투사들 흉상에 대한 윤 정부의 철거 시도 등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관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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