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북한에 최신무기 줄 수 있다”

회담장소 우주기지 보스토치니부터 심상찮아

윤 대통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 발언 빌미

남방-북방 삼각동맹의 냉전 2.0체제 가속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공식 만찬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담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자료사진] 2023.09.12. AFP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공식 만찬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담의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왼쪽)과 푸틴. [자료사진] 2023.09.12. AFP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그 나라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지난 4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텔레그램에 올린 글이다. 그가 말한 “그 나라”란 대한민국이다. 메드베데프는 “최근까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도 배제한다고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우리의 적을 돕고자 하는 새로운 열성가가 등장했다. 한국의 윤 대통령은 한국이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 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최신무기 제공 가능성이란 협박 카드를 꺼내 보였다. 그리고는 “그들 말대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서로 주고 받기. 맞대응)”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웃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전용 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6시 하산에 도착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제공] 2023.09.13. 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웃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전용 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6시 하산에 도착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제공] 2023.09.13. AFP 연합뉴스

메드배데프 자극한 윤 대통령 4월 <로이터> 회견

메드베데프가 발끈하고 이런 위협 문구를 날릴 정도로 러시아 쪽을 자극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방문을 닷새 앞두고 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지원이나 재정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지만, 그때까지 한국정부가 견지해 왔던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기본입장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러시아군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전쟁법 위반이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지금 전개되고 있다. 어떤 결정이라도 내릴 수 있는 상황이고, 한번 내려진 결정이 상호 상승작용을 거쳐 확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장(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경을 넘어 하산역에서 러시아 관리들의 환영 인사를 받았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제공] 2023.09.13. 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장(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경을 넘어 하산역에서 러시아 관리들의 환영 인사를 받았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제공] 2023.09.13. EPA 연합뉴스

보스토치니 정상회동, ‘퀴드 프로 쿼’의 실현?

10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아무르 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향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메드베데프가 약 5개월 전에 했던 말 “퀴드 프로 쿼”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 주는 구체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진 보스토치니는 하바로프스크에서 북서쪽으로 약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스보보드니 바로 위쪽에 있는 러시아의 새 우주기지다. ‘동쪽’이란 뜻을 지닌 보스토치니는, 푸틴 정권이 옛 소련시절 카자흐스탄에 있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대신에 새로 건설한 러시아 우주개척의 거점이다.

2019년 4월 푸틴-김정은 회담이 열렸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거기에서 약 2천 킬로미터나 더 올라가는 우주기지 보스토치니에서 만나기로 한 것 자체가 특별한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하는 의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메드베데프가 얘기한 ‘북한의 손에 쥐어지게 될지도 모를 러시아의 최신무기’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와 ‘궁합’이 잘 맞는 그럴싸한 이미지 조합이 될 수 있다.

메드베데프가 최신무기 얘기를 한 것은 한국정부가 러시아의 전쟁상대인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러시아는 한국의 전쟁상대인 북한에 그에 상응한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협박이었다. 그야말로 ‘퀴드 프로 쿼’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나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으나 모두 실패했다. 북의 김 위원장은 또 지난 8일 수중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 ‘김군옥 영웅호’ 개발 사실을 전격 공개하며 “해군의 핵 무장화는 더 미룰 수도, 늦출 수도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이들 야심적인 북의 군사무기 개발에 핵심적인 기술들을 러시아가 쥐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를 '정치적 기소'로 규정하며 "미국 정치 체제가 썩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23.09.12.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를 '정치적 기소'로 규정하며 "미국 정치 체제가 썩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23.09.12.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최신무기로 무장할 북한

만일 장기전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포와 포탄, 로켓탄(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위성이나 소형 원자로 등 첨단 핵 미사일 기술이 절실한 북의 정상이 만나 거래를 한다면 보스토치니만한 데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런 거래가 이뤄지든 않든 그런 절실한 필요와 욕구를 지닌 쌍방 정상들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메드베데프가 꺼낸 ‘퀴드 프로 쿼’의 협박카드의 효용은 극대화되지 않을까.

만일에 실제로 그런 내용의 거래가 이뤄진다면 북의 무장능력은 일거에 몇 차원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첨단무기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 강세를 누려 온 한국의 군사적 우위도 상당 부분 상쇄될지도 모른다. 메드베데프가 ‘퀴드 프로 쿼’ 협박카드를 꺼낸 것도 그것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집요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직접 지원을 꺼리게 만들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계산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겐 ‘천우신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23억달러(3조751억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내년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무상 개발 협력,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지원 등 3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20억달러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재건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살상무기 지원은 아니지만 러시아로선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대량의 155밀리 포탄을 폴란드와 미국의 재고 공백 보충용 명분으로 판매 이전하기도 했다. 우회 방식이지만 이런 지원도 러시아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북의 김 위원장을 보스토치니까지 초청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한국정부의 이런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절박한 자체 필요 때문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및 서방쪽과 마찬가지로 포탄 등 전쟁물자 소진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워줄 우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고립무원에 가까웠던 북에게는 기사회생의 호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북의 격한 대립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궁핍해진 북을 위기에서 구해낸 셈이 될까. 일본 우익들이 패전 뒤 국망의 폐허로 변한 일본을 기사회생시킨 ‘한국전쟁’을 두고 ‘천우신조(하늘이 도왔다)’라고 했듯이.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023.08.20. 로이터 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023.08.20. 로이터 연합뉴스

민족해체로 가는 냉전 2.0체제

이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냉전(신냉전. 냉전 2.0체제)은 더욱 선명해진 진영대결 형태를 띠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미일의 남방 삼각동맹(‘공조’라는 이름의)과 북중러의 북방 삼각동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윤석열 정부의 등장, 한일 유착과 그 총지휘자라 할 미국 주도의 한미일 ‘동맹’의 결성과 함께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 남방 북방 동맹 대결의 최전선은 불행하게도 또 다시 분단당한 지 70년이 넘도록 ‘동족상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휴전선이다. 임진왜란 이래 청일, 러일 전쟁, 한국전쟁(‘미중전쟁’) 등 ‘제n차 조선전쟁’의 주전장은 늘 ‘우리 땅’이었다.

일본에겐 다시 천우신조의 시절이 도래했고, 미국도 중국도 손해볼 게 전혀 없는 구도다. 한민족은 신라 통일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가 남은 일본에, 북은 중국에 흡수통합되는 민족해체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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