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부의 친일매국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주권을 말살시키려는 국체 논쟁
국무총리가 헌법 제1조 1항이 뭔지도 몰라 쩔쩔맸다. 하바드 출신임을 자랑하는 한덕수 총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의 기본보다는 대통령 윤석열이 말한 ‘자유민주주의 국체’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실로 난데없는 ‘국체(國體) 논쟁’이다. 일본 군부 파시스트세력이 천황 절대주권론을 내세우기 위해 들이밀었던 국체론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되살아났다. 친일 뉴라이트의 밀봉교육을 받은 것인지, 윤 대통령은 국체 논쟁과 함께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 운운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사이에 권력을 강화해가던 일본 파시스트들의 논리와 동일하다.
일본의 의회주의 체제를 구축해가던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에 반전(反戰)과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국민주권 내지 인민주권의 사상적 기세가 몰아치려 하자 일본 파시스트 세력들이 이를 제압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을 강화하면서 내세운 국체론은 기본적으로 국가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다. 윤 대통령이 ‘이념’ 운운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 장관 김영호가 “국민들이 모두 주권을 행사하면 무정부 상태가 된다”고 한 것도 이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주권 행사의 권리는 국체를 지키는 특별한 소수에게 있는 것이지 어디서 감히 국민들 모두가 다 주권을 행사하려 들겠다는 것이냐는 오만에, 이걸 통제해야 무정부 상태를 막을 수 있다는 독재권력의 착각이 뒤섞인 주장이다.
독일 나치스의 헌법체계를 세운 칼 슈미트가 주권자를 “예외적 상황에 대한 비상 결정권을 가진 존재”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총통 히틀러가 그 비상 결정권을 가진 존재가 되는 셈이며 국민주권은 이로써 말살되었다. 이를 배운 일본의 군부 파시스트 세력의 연장선에 서 있는 친일 뉴라이트의 국체론을 자신의 이념으로 삼은 윤석열 정권은 결국 반국가세력이 난동을 부리는 무정부상태를 막기 위해 국민주권 행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윤석열은 이로써 총통이 되고 천황이 된다. 시대착오적 확신범들의 영구집권 망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통일부 장관 김영호는 주권의 소재는 국민에게 있지만 행사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행사할 수 없는 주권은 이미 주권이 아니며, 행사의 방법도 주권자 국민이 결정한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매우 위험한 자들이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주권자로서의 국민’만이 자주독립의 주체가 된다
그 정체는 매일 드러나고 있다. 항일독립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지도자들의 희생적 헌신의 기억들을 국민적 사유 속에서 추방하려는 것에서 본질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과의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완성시키는 것이 이들의 국가론이다. 일본에 대한 국민적 태도가 이른바 한미일 핵전쟁동맹에 걸림이 되지 않도록 항일투쟁의 역사를 말살시키는 기도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이 되었다. 미국이 총지휘하고 일본이 지역 사령관이 되며, 한국은 돌격대가 되는 구도를 보다 깊게 내면화하기 위한 책략이다. 결국 중국의 성장을 공격 목표로 삼은 미-일 제국동맹을 위해 동원시킬 한국군대의 용병화 전략이 여기에 있다. 이는 단지 역사 논쟁의 차원을 넘는 실질적 장치를 설치하려는 국제적 공작의 산물이다. 미국과 일본에게 주권을 헌납한 대가로 국민주권 발동의 진정한 주체들을 희생시켜 얻는 막강한 권력이다. 자신들의 행패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아무리 거세도 그걸 일거에 제압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폐수 무단투기도 단지 생태계 위기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바로 이 미-일 제국동맹의 가동을 위한 결탁에 끌려간 우리가 피해 당사자로서의 주권 발동을 할 수 없게 된 상태가 그 원인이다. 국제법상 인접국의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고, 동해가 일본해로 공식 표기가 되어도 항변 하나 하지 않고 있는 정부는 따라서 국민주권의 토대 자체가 붕괴된, 그야말로 반국가적 세력의 서식처에 불과하며 주권자 국민, 또는 자주독립의 권리를 지닌 민족적 차원에서 볼 때 ‘무정부 상태의 정부’다. 과연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조속한 교체가 답이다. 이것이 주권자의 주권발동이 가진 의의다. 예외적 상황에 대한 비상결정권은 주권자 국민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권의 기본 토대가 되는 항일 투쟁의 역사
그런데 우리의 주권은 전방위적으로 침탈되고 있는 중이다. 항일투쟁의 역사는 우리의 주권, 그 기본 토대다. 따라서 이회영, 홍범도, 김좌진, 이범석, 지청천 장군 등의 흉상 제거 공작은 주권 침탈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대체흉상을 세울 인물로 관동군 앞잡이로 활약한 만주 간도특설대 출신의 백선엽과 맥아더까지 거론되면서 반대가 심해지자 홍범도 장군 하나만 딱 골라 전면적인 공격을 가했다. 비열하고 악랄한 행위다. 소비에트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삼고 철거가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고, 이와 맞서는 이들은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은 편의적으로 불가피했던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 정도의 옹호는 역사적 현실을 왜곡하고 홍범도 장군을 모욕하는 일이 되고 만다. 현실은 어땠는가?
1917년 레닌을 중심으로 한 볼셰비키 혁명은 거대한 세계사적 지진이었고, 이는 연해주 한인사회에도 중대한 충격을 주었다. 볼셰비키 혁명이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마침내 구축되면서 레닌이 이끄는 코민테른은 반제투쟁을 위한 식민지 민족해방과 관련한 테제를 내놓는다. 이에 따라 이뤄진 1922년 ‘극동 피압박 민족 인민대표자 회의’는 제국의 통치에 고통을 받고 있던 피압박 민족의 항쟁을 지원하는 중요한 모임이었고 여기에 우리 혁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총 140여 명에 달하는 참여자 가운데 우리의 대표단이 52명 수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그 명단만 해도 이동휘·여운형·김규식·박헌영·김단야·홍범도·최진동·권애라 등 기라성이다.
당시 조선은 1919년 기미 독립항쟁이 처절한 토벌을 당했으나 각처에서 소작쟁의와 파업투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항쟁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일제는 급기야 1925년 치안유지법을 발동해 그 탄압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이런 와중에 1920년 조선 노동공제회가 만들어졌고 1924년에는 조선노농총동맹이 결성되었으며, 여러 분파가 있긴 했으나 이미 1918년에 하바로프스크에서 한인사회당이, 1921년 상해에서 고려공산당이, 같은 해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이 생겨난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확립되어간 공산주의 운동사다. 1922년의 극동 피압박 민족 인민대표자 대회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항일투쟁이 세계혁명사와 함께 가는 길을 열었던 것이다.
냉전 논리로 반제 항일투쟁 역사 말살하려는 자들의 흉심(胸心)
1925년에는 드디어 조선공산당이 서울에서 창설되었다. 그해 4월 17일이었다. 조선공산당의 기치 가운데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 일본 제국주의의 완전한 타도
- 8시간 노동제 및 각종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보장제 실시
- 여성의 정치적 권리 개선
- 식민지 노예교육 박멸
-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반제국주의 혁명전쟁으로
- 조선은 조선인의 것이다.
- 투옥된 혁명가를 석방하고 일본군대와 경찰을 절거시켜라.
기치가 명료하지 않은가? 철저한 비타협 투쟁노선이다. 조선 공산당은 일본 제국주의와 정면으로 맞선 항일투쟁조직이었다. 소비에트 공산당이 당시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이끌고 피악밥 민족 해방을 코민테른의 기조로 세워나갔던 현실에서 조선 공산주의 운동은 당연히 애국적 청년세대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친일매국 세력들만이 이런 노선에 반대했을 뿐이다. 윌슨의 이른바 ‘민족자결론’은 기만이었다는 것은 이내 드러나게 된 상황이었다.
<조선공산주의자들의 인식과 논리>를 쓴 심지연 교수는 “일제 강점기 많은 수의 청년과 학생들이 공산주의 이념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한다. 이어 그는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독립을 쟁취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없는 세상을 실현하려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너무도 타당한 입증이다. 따라서 당대 항일투쟁이 반제투쟁의 선봉에 섰던 국제공산주의운동과 손을 잡은 것은 불가피한 수준을 넘는 ‘당당한 역사’다. 항일투쟁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과시했던 만주와 연해주의 독립운동사가 가진 이런 내력을 냉전의 논리로 공격하는 자들은 그 흉심(胸心)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항일투쟁의 역사 말살이다.
정면으로 마주해야 드러나는 역사의 진실
해방공간에서 친일파들이 항일투쟁 혁명가들을 빨갱이로 몰아대고 자신들을 도리어 빨갱이 잡는 영웅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미군정 덕분이다. 조선공산당과 그 후신인 남로당이 불법화된 것은 미군정의 결정이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 외세에 불과한 그들이 어떻게 이 땅에 거대하게 뿌리박은 민족혁명 운동사의 역사를 짓밟을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이 있겠는가?
그러나 분단과 냉전은 이러한 역사를 모조리 불법화했고 땅속에 매장시켰다. 우리의 항일투쟁과 반제 혁명사에는 불멸의 지도자들이 무수하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 최고의 투쟁가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항일 반제투쟁의 선봉에 섰다. 가령 여운형 선생은 1921년 상해의 고려공산당 창당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를 토대로 이후 인민당을 건설했다. 장준하 선생과 함께 일본군에서 탈출, 광복군으로 들어간 김준엽 선생이 김창순 선생과 함께 자신들의 황금기를 바쳐 쓴 역작이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5권이다. 서대숙 교수의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가 1967년, 스칼라피노와 이정식 교수의 <한국 공산주의>가 1972년에 간행되었던 것에 반해 김준엽-김창순 선생의 역작이 나온 것은 1967년이고 쓰기 시작한 것은 5.16 쿠데타가 있던 1962년이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역사를 정직하고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조선 공산주의 운동사와 조선공산당의 항일투쟁사가 복권의 기회를 누려야 저 친일세력들의 입을 제대로 봉할 수 있을 것이다. 간토 조선인 학살 100주년을 맞이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자들이 윤미향 의원의 기념식 참여를 조롱하고 총련 관련으로 공격하는 것도 모두 이런 역사의 진상에 대한 무지와 왜곡의 결과다. 일본 사회에서 합법적 조직으로 건재하고 있는 총련을 반국가세력으로 판결한 대법원의 처사는 무효화되어야 하며,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더는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
야마베 겐타로 “일본 근현대사는 일본의 조선침략사”
야마베 겐타로(山辺 健太郞)는 일본의 식민지 조선통치에 대한 연구로 이름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기행(奇行)으로도 유명하고 한번 집안으로 들인 자료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서 집안이 온통 쓰레기더미처럼 여겨질 정도라고 전해진다. 1905년에 태어나 1977년에 세상을 뜬 그는 재일사학자 고(故) 강덕상 선생에게 조선사를 연구하라고 일깨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야마베 겐타로는 일본사 연구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일본 근현대사는 일본의 조선침략사를 연구하는 것과 떼어낼 수 없다.” 하여 그는 한일병합의 역사와 일제의 조선침략사, 일본의 조선 식민통치에 대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는 일본의 침략사와 침략주의는 일본의 정부 차원에서 단 한번도 반성되고 철회된 바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근대는 조선 침략이 그 기반이었고, 오늘날에는 단독이 아니라 미국과 공식 결탁한 조건에서 침략주의를 외교로 포장해 밀고 나가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 침략주의와 함께 일심동체가 되어 움직이는 자들이 다름 아닌 우리 내부의 친일매국 세력이며 이 최전선에 윤석열 정권이 있다. 오늘날 이들을 물리치는 것이 21세기 항일투쟁이 되었다. 우리의 주권을 되찾는 것은 여기에 달려 있다. 주권자 국민으로서 권리, 자주 민족의 권리로서의 주권을 찾는 주권혁명, 그 항일투쟁의 불길을 타오르게 하는 것이 우리 시대 최대의 역사적 임무가 되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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