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등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추가검사
의구심만으로 특혜성 환매 야당 의원 지목
여권서도 “증거 없이 정치인 거론 무리수”
“이 원장, 금감원의 중립성 훼손 책임져야”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추가검사 내용을 발표한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야당의 다선 의원을 특혜성 환매 의혹 연루자로 특정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할 금감원을 정치 도구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추가 검사한 3개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사태는 이미 검사를 진행해 제재까지 일단락된 사안이다. 그런데도 금감원 최초의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추가 검사를 예고했고 지난 24일 결과가 공개됐다.
가장 큰 쟁점은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 의혹이다. 라임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위험성이 큰 자산을 펀드에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실체가 알려지며 라임펀드에 들어 있던 자산 가격이 폭락했고 1조7000억 원가량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추가검사 과정에서 라임의 개방형 펀드 63개를 대상으로 환매 중단 직전 환매 신청 내력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지난 2019년 9월 환매된 개방형 펀드 31개 중에 27개 펀드는 자체 자금으로 환매됐으나 4개 펀드는 다른 펀드 자금 또는 운용사 고유자금으로 지원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환매할 때 특혜가 제공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며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해 환매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 추가로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혜성 환매 의혹에 연루된 투자자 중에는 다선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더 나아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가 횡령한 자금이 민주당으로 흘러갔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자금흐름과 사용처 등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검찰과 공조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이 지목한 다선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인 것으로 드러났고 김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라임 펀드 투자로 수천만 원 손실을 봤고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권유에 따라 환매를 신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근거로 같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16명 모두에게 환매된 사실을 제시했다. 금감원을 방문해 이 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혀 관계없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꿰어 넣은 것 같다”며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정치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또 “이복현 금감원장은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국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내년 총선까지 수사로 질질 끌면서 야당 흠집 내기나 하려는 수작”이라며 “공정한 금융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감원이 의혹 던지기나 하는 수준 낮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역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 원장이 임명되더니 고작 한다는 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치 공작질인가”라고 반문했다.
여권 내에서도 금감원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다선 국회의원’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매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다 불법행위의 명확한 증거자료를 내놓지 않고 특정인을 거명한 것은 정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복현 원장의 ‘금감원의 검찰화 또는 금감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금감원 직원들은 이 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라임펀드 재검사 결과 발표 때 합리적인 근거 없이 야당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금감원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이 원장이 ‘합리적인 의구심’이라는 모호한 말로 ‘원님 재판’을 하는 행태가 부끄럽다고 토로한 직원도 있고, 금감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의 정치 도구화는 이 원장이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검사였다. 금감원장 취임 이후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는 외면하고 야당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파헤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그가 출마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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