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문제 정순신 물러난 지 며칠 됐나"

장관 등 '주요 인사 검찰 출신' 24명

대사관 파견 검사 포함하면 더 많아

 

한석훈 변호사가 지난 2020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6차회의장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20.12.28. 연합뉴스
한석훈 변호사가 지난 2020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6차회의장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20.12.28. 연합뉴스

검사 경력의 한석훈 변호사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으로 선임되자 “또 검사 출신이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출신이다.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업 주주권을 자문하는 기구로 주로 연기금 및 금융·회계 전문가들이 위원을 맡는다. 한 변호사의 이력을 보면 그런 전문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한군데도 없다.

최근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임기 시작 하루 전에 사의를 표하고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이름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또다시 검사 출신이 등장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에 임명돼 현직에 있는 검찰 출신은 무려 24명이나 된다. 국외 대사관 파견 검사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정순신 변호사처럼 임기 시작 전 물러났거나 청문 과정 등에서 낙마한 검사 출신 인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또 늘어난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 <현황>에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검찰 수사관 출신도 일부 포함돼 있다.

검사 출신 장관(급)들은 권영세 통일부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5월 임명됐다.

이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내정되자마자 ‘과연 전문성이 있느냐’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취재진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조 경험이 있으니 그런 것이 다 경험이 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검사 출신 차관(급)은 2배인 8명이다. 이노공 법무부차관을 비롯해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다.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측근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취임한 뒤로 평통은 강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MBC ‘스트레이트’는 5일 평통이 주관하는 전국적 극우 집회에 관한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기도 하다. 평통은 평화통일 정책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헌법 기관인데, 평통이 이런 극우 집회를 주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른바 ‘오또케’ 논란으로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사법개혁 공약 실무를 총괄하면서 공약집에 여성 경찰을 비하하는 ‘오또케’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오또케’는 ‘어떡해’로 여성 경찰들이 범죄 현장에서 ‘어떡해’만 남발한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 관련 직접적인 경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직무적합도에 안 맞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다.

그런가 하면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임명 뒤에도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업을 계속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겸직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비난을 샀다.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29차 촛불대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와 그를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3.4. 연합뉴스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29차 촛불대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와 그를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3.4. 연합뉴스

대통령실로 가보자. 현직에 있는 검찰 출신은 윤재순 총무비서관 등 모두 7명이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운영지원과장으로 당시 윤 검찰총장의 비공개 특수활동비를 관리했던 인물이다. 그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된 뒤로도 관저 예산과 대통령 활동비 등을 총괄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는 지난 1997년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했다.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 재직 시절 성추행 등 성비위로 2차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지만 비서관 임명을 강행했다.

강의구 부속실장은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로 재직할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사람이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받아 보는 온갖 보고서를 전달한다. 윤 대통령의 일정도 총괄 관리한다. ‘실세 보직’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 출신이다. 그는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재직중 당시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밝혀져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인사였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2020)과 ‘드루킹의 댓글 여론’(2018)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두 건 모두 정치적 기획 수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이들 가운데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을 제외한 6명을 지목해 ‘6상시’라는 격한 말까지 쏟아냈다. 그때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6상시’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은 왜 빠졌을까. 그는 금년 1월 9일 첫 출근을 했기 때문에 그때 청와대에 없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참여연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으로 타부처 파견 검찰 출신 인사들 면면을 살펴보자. 국외 대사관 파견 검사는 제외했다.

금감원에 파견된 천재인 검사는 특수통 출신으로 윤석열·한동훈 핵심 라인이다. 최근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재조사를 위해 10여 명 안팎의 특별점검 TF팀을 꾸렸는데, 천 검사는 이 팀에서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우재훈 검사는 교육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파견 근무중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상 ‘법무보좌관’이라는 직제는 없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법과 원칙을 그토록 중시한다던 윤석열 정부에서 규정까지 위반하며 현직 검사를 파견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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