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처럼 중후장대형으로 가는 EV
지난해 세계 EV 판매 절반 이상이 SUV
더 커야 제조업체에 이익, 소비자도 선호
결국 환경과 제조업체들에 불리한 중후장대
소형화에 정부가 나서야
전기 자동차는 정말로 더 친환경적일까? 아니, 전기 자동차는 과연 친환경적일까?
<이코노미스트>의 비즈니스 분야 칼럼니스트 ‘슘페터’는 지난 10일 기사(‘당신의 전기 자동차는 정말로 친환경적인가?’)에서,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렇다”고 주장할 것으로 본다. 전기 자동차(EV) 제조에 들어가는 희소금속이나 광물 등의 조달을 포함한 EV(배터리 포함) 제조 과정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지만 일단 그 과정이 끝나면 배기관에서 더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제조과정의 마이너스 부분을 신속히 보상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비정부기구(NGO) ‘운송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의 루시엥 매튜는 가장 큰 EV도 운용연한이 끝날 때까지 전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 더 적다고 얘기한다. 중국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의 전기 충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 소비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까. EV가 친환경적이라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익을 키우기 위해 중후장대형으로 가는 EV
하지만 칼럼니스트 슘페터는 EV가 오히려 환경에 더 유해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 이유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EV도 더 커지고 우람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도 주행거리가 더 길고 고급스런 것을 선호하게 된다. 컨설팅 회사 BNEF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EV의 배터리 평균크기가 매년 10%씩 커졌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첫 번째, 이익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EV도 클수록 제조업체와 판매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더 많아진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도 큰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운전자들은 소형차보다 큰 SUV나 픽업트럭 쪽을 선호했는데, 이는 EV에도 적용된다. 배터리 충전 인프라의 가용성과 주행거리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더 크고 더 성능이 좋은 배터리를 원한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 EV 절반 이상이 SUV
결국 EV도 수익 무한추구가 제1원칙인 자본주의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소비자들의 의식도 EV로의 전환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그것을 조장할 수 있고,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적인 계층(계급)의식이 더 크고 비싼 것에 대한 과시적 선호를 부추긴다.
제너럴 모터스도 테슬라도 더 크고 더 장대한 근육질의 SUV나 트럭들을 출시하고 있다. 엘런 머스크는 올해 생산을 시작할 ‘사이버트럭’을 “대단한 미래형 장갑차”라고 치켜세웠다. 더 장대함을 추구하는 이런 추세는 완고한 내연기관 운전자들을 전기차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EV의 절반 이상이 SUV인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하고 있다.
중후장대형 EV 추구가 지진 문제들
이런 추세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슘페터는 정리한다.
첫째, 배터리가 클수록 공급망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배터리 크기가 커지면 원료인 리튬과 니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커진다.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비용을 증대시켜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탄소중립적인 방식으로 더 큰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더 많은 저탄소 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발전과 송전체제에 병목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EV 생산에 필수적인 희소자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그럴수록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적절한 가격의 EV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그것은 운송의 전반적인 탈탄소화를 늦추게 될 것이다.
다섯째, 안전을 위협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할 수 있는 전투 탱크와 같은 전기 SUV들은 행인들을 위협하고, 도로와 타이어, 브레이크 마모도를 높이며, 오염물질을 양산한다. 이는 차량이 크고 무거울수록 더 심해진다.
EV 소형화, 정부가 나서야
슘페터는 EV의 장대화를 막고 소형차를 장려해야 하며, 이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우선 충전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하도록 지원해서 더 크고 멀리 가는 EV를 찾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줘야 한다. 그리고 더 장대하고 무거운 차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매겨 불이익을 주고, 가볍고 작은 차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교통혼잡과 주차에 대해서도 유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이 하는 것처럼 차량의 에너지 및 재료 효율성에 등급을 매겨 식별표를 부착하게 하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들 EV 소형화 추구?
이런 중후장대형 EV 추구가 반드시 제조업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포드 자동차의 CEO 짐 팔리는 최근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EV 주행거리를 최장화하더라도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했다. 제너럴 모터스의 매리 바라가 저렴한 체비 볼트 EV를 퇴역시키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도 중후장대형 추구가 돈을 버는 데 유리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폴크스바겐과 같은 유력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작고 저렴한 EV를 만들고 있고, 테슬라는 멕시코에서 소형 모델 EV를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 EV 고급화로 미국과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현대기아의 전략은 자동차산업의 일반적 속성을 충분히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슘페터에 따르면 ,현대기아의 고급 EV 양산이 전통적 내연기관차보다 더 환경 친화적인 것일지, 장기적으로 돈 벌이에 더 유리할 것인지는 따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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