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일방적 양보에도 일본을 '화해 주체'로 규정

'윤석열-기시다 화해'를 진정한 화해로 보는 바이든

"캠프 데이비드 회담, 한‧미‧일의 새로운 장 축하"

한국의 대미 반도체 투자도 "미국이 안전하기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좌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보좌하고 있다. 2023.5.18. A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좌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보좌하고 있다. 2023.5.18. AP 연합뉴스 

"일본과 한국 지도자들이 2차 대전으로부터 화해했다. 근본적 변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메인주의 프리포트에서 진행한 대선 관련 모금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나는 다음 주(다음 달을 혼동) 캠프 데이비드에서 작은 (행사를) 주최한다. 나는 일본과 한국의 지도자들을 데리고 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8일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초청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성명을 통해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미‧일 간, 미‧한 간 굳건한 동맹과 강력한 우정을 재확인하면서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 한‧미‧일의 새로운 장 축하"

한‧미‧일 3국 정상은 작년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렸던 스페인 마드리드와 11월 동아시아정상회의가 개최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잠시 짬을 내 회담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오직 3국 정상회담만을 위해 세 정상이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서구 동맹국들의 재결속 작업과 아울러, 한국민 대다수가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일제 과거사 문제를 묵살한 채 강행한 한국과 일본 '정부 차원의 밀착'을 역사적인 한‧일 화해라면서 본인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지난 6월 19일 캘리포니아주 로스가토스에서 열린 대선 관련 모금 행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동맹국들을 다시 결속하고 세계를 통합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일본의 관여를 끌어냄으로써 일본의 한국에 대한 태도와 함께 그들의 국방예산과 유럽에 대한 관여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일은 예전에 전혀 일어난 적이 없지만 일어났다"며 "그들(일본)은 어마어마하게 관여하고 있다. 어마어마하게"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고 한국과 화해했다.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33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어깨에 두른 채 무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33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어깨에 두른 채 무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윤석열-기시다 화해'를 진정한 화해로 보는 바이든

한‧일 간 역사적 화해가 이뤄졌다는 바이든의 평가에는 몇 가지 왜곡된 시선이 깔려있다.

첫째 윤석열-기시다 간 화해를 '진정한' 한국과 일본의 화해로 여긴다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한국 대법원의 2018년 10월 일제의 불법적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 판결 및 그 집행 문제와 관련해 윤 정부는 3월 6일 일본과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3자 변제안'을 거센 반발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는 윤 정부가 한국의 사법주권마저 훼손한 채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할 위자료(판결금)를 한국 기업들 돈으로 대신 변제하고 구상권마저도 포기한 희대의 '대일 굴종적' 조치였다.

나아가 윤 정부는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는 징용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판결금 법원 공탁 강행에 이어 국민 혈세로 재판까지 준비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호응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시다 총리가 내놓은 것은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발언한 게 전부다.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이 뭔지 일 길이 없음은 물론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조선 강제 병합과 36년간의 일제 식민 지배를 합법이라 우기고 불법적인 군대 위안부 운영과 강제 동원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1905년 러‧일 전쟁을 계기로 독도를 강점했던 일본은 지금까지 "일본 땅"이라 주장하며 야심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제104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친일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일제 식민지 전락은 우리 민족의 무능 탓이라는 취지와 발언과 함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란 구실로 불법 식민 지배와 일제 침략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세탁해주기도 했다.

일제 식민 통치의 피해자인 한국민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면서 일제 침략사와 관련해 일본이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만든 '화해'가 진정한 화해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깨어질 운명인 셈이다.

윤석열 일방적 양보에도 일본을 '화해 주체'로 규정

둘째,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갈등의 시점을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으로 잡았다.

근대사만 봐도 그 연원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멀리 잡으면 조선의 외교권을 강탈한 을사늑약과 가츠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권을 인정한 1905년, 가깝게 잡아도 일본이 조선을 강제병합한 1910년이다. 조선의 식민지 전락에 미국도 원죄가 있다는 얘기다.

그때부터 2차 세계대전 발발 때까지 30년 가까운 식민 통치를 통해 일본은 조선을 경제적으로 수탈하고 조선어 금지 등 가혹한 문화 말살 정책을 폈으며 독립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셋째는 한‧일 화해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바이든이 그 공(功)을 윤 대통령이 아니라 기시다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일본의 관여를 끌어냈고 일본이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노력한 결과, 일본이 한국과 화해했다는 게 바이든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대일 양보에도 화해의 주체를 일본으로 여기고 있음을 들킨 것이다.

국내에서 "굴욕적" "굴종적" "매국적"이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윤 대통령이 일제 과거사에 눈감고 일본 전범 기업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나름의 정치적 결단을 했지만, 정작 바이든은 '한‧일 화해'를 주도한 것은 기시다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이다. 윤 대통령의 위상이 어떤지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사옥.
삼성전자 사옥.

바이든, 한국의 대미 반도체 투자 '아전인수' 주장

바이든의 아전인수식 주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관련해서도 나왔다. 그는 프리포트 행사에서 "내가 한국에 가서 반도체 공장들에 미국 투자를 설득했고, 그들은 지금 1000억 달러(약 127조 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바이든은 투자 이유를 묻자 "그들은 '단순하다. 첫째는 미국이 세계에서 투자하기 가장 안전한 곳이고, 둘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노동자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농담이 아니고 지어낸 말도 아니고 이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인플레감축법(IRA) 상의 보조금 문제와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무기로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 기업들을 '압박'해온 사실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캠프 데이비드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역사적 합의를 끌어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는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의 말에서 드러나듯 세 정상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언제 충돌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는 국면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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