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로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저속한 표현

다른 사안도 아닌 이태원 참사 두고 그토록 패악

민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유가족‧국민 모욕"

김기현 아들 가상자산 투자 관련 거짓말도 포함

"언오픈드 최고운영책임자, 일개 직원으로 둔갑"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정책수석부대표(왼쪽)와 홍성국 원내대변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7.4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정책수석부대표(왼쪽)와 홍성국 원내대변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7.4 [공동취재] 연합뉴스

야당을 향해 '마약 도취' 운운하며 막말을 내뱉었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결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제소됐다.

집권당 대표가 이 정도로 저속하고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다른 사안도 아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두고 그처럼 패악을 부려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준 만큼 윤리특위를 통해 제대로 철퇴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 정책수석부대표와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4일 소속 의원 20명이 서명한 '국회의원 김기현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등 쟁점 법안들을 다수결로 처리한 데 대해 "이미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며 "마약에 도취 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이에 민주당은 징계안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또 다른 비극을 막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막말로 야당의 정당한 입법행위를 폄훼하고 국회의 품격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진상 규명을 바라는 국민까지 모욕한 것으로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국회의원 김기현 징계안'
민주당이 제출한 '국회의원 김기현 징계안'

아울러 민주당은 김 대표가 아들의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 거짓으로 해명했다고 보고, 이 역시 징계 사유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아들이 수십억 원대 '먹튀 사기' 의혹을 받는 블록체인 전문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 언오픈드에 재직 중인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을 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며 "제 아들이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벤처기업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들 김모 씨는 일개 직원이 아니라 언오픈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고, 지난 연말부터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사내이사로 참여해 NFT와 관련된 법인을 2개나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김 대표는 아들의 비도덕적 행태를 감추기 위해 최고운영책임자인 아들을 일개 직원으로 둔갑시키는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아들 수사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에서 본회의 후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에서 본회의 후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도 전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의 망언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은 온갖 핑계로 거절하더니, 200일 넘게 길에서 살다시피 한 참사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서 유가족들의 뜻을 받드는 야당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으니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막말을 던진다고 코인 의혹을 덮을 수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이 마약에 취한 것이라는 김기현 대표의 막말이야말로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김기현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막말이 아니라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들의 코인 의혹에 쏠린 관심을 딴 것으로 돌리기 위해 막말로 시선 분산을 유도한 것이라면 '작전'은 실패했다"면서 "즉시 본인과 가족의 코인 거래 내역과 보유 현황을 공개하라"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기현 대표의 막말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입에 담기 힘든 저주의 망언이다. 그런데 여당은 '할 말 했다'며 김기현 대표의 망언을 두둔하고 있다"면서 "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국정 책임을 면피하려는 행태가 참으로 뻔뻔하다. 국민 보기 민망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박 대변인은 "국회를 거친 막말과 욕설만 난무하는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당장 사죄하라"며 "김기현 대표의 아들은 당당하다면 국회 가상자산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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