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는 애초에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 아냐
1차 집회 비교해 "행사비 30배 증가" 황당 의혹
"그만큼 참가 규모 커지고 후원도 늘었다는 것"
촛불행동 카페 등 온라인상에 회계자료 공개돼
'어용단체가 고발, 검경 수사 착수' 상투적 수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매주 열고 있는 촛불행동을 상대로 "기부금을 불법 모금했다" "1년 전 첫 집회 때보다 행사비가 최대 30배까지 늘었다"는 의혹을 꺼내 들었다. 이를 매일경제 등 친윤 보수 매체들이 '수상한 행사비' 운운하며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촛불행동과 같은 사회단체는 애초에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집회 참가자와 후원금 규모가 초기보다 대폭 늘었으니 행사 비용 역시 그에 비례해 증가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촛불행동이 온라인상에 투명하게 공개 중인 회계 자료를 토대로 이처럼 상식 이하의 선동을 하는 것은 '여당 의혹 제기 ⇒ 언론 보도 ⇒ 어용단체 고발 ⇒ 검경 수사 착수'의 상투적 수법을 또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밑도 끝도 없는 폭로를 주도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 경기북부청장, 경찰대학장(치안정감) 등을 지낸 고위 경찰 출신으로 지역구는 울산 울주군이다. 국민의힘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공격을 위해 지난달 29일 구성한 소위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위원장 하태경) 소속이다. 대표적 '친박'인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촛불행동은 26일 성명을 내고 "촛불시민들의 후원을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촛불행동에 마치 무슨 불법과 부패라도 있는 듯 몰아 수사 대상으로 삼으려는 윤석열 일당의 술책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촛불시민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촛불행동 카페와 카카오톡 채널, 텔레그램 채널, 유튜브 채널 등 모든 온라인 공간에 공개돼있는 회계보고 자료를 서범수 의원이 마치 비밀자료를 확보했다는 듯이 보도가 됐다"면서 "그가 경찰 출신이라는데 무슨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씀이 어디 하나 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그간 촛불행동의 성장과 발전을 알면 당연한 것을 무슨 수상한 일이라느니, 수사를 해봐야 한다느니 하는 망발을 일삼고 있는 것"이라며 "서범수는 1차 촛불대행진의 행사 비용이 15차에 이르러 30배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는데, 행사 비용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후원이 늘어났다는 것이고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촛불행동은 "참가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행사 비용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민심의 집결이 더욱 강력해질수록 후원 액수는 커지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서범수 의원은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는가 보다. 무식한 것인지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냥 냅다 던져보는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그야말로 자신이 바로 그 '수상한 자'이다. 아니면 검찰 측의 요구로 슬쩍 흘려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아울러 "촛불행동은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촛불국민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된다. 위대한 국민들의 힘으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이 45차까지 줄기차게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엄청난 후원을 해오신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촛불국민들의 진심과 헌신을 우롱한 서범수 의원의 괘씸한 행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서범수 의원이 검경에 촛불행동의 계좌를 뒤지라는 선동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검찰로부터 지침을 받아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서범수 의원에 대한 법적 절차에 돌입한다. 국힘당의 선동과 언론의 여론공작, 극우단체의 고발과 검경의 압수수색. 이러한 공격 방식을 또 써먹을지 지켜보겠다. 자충수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후원금 관련 음해 보도를 한 매일경제 등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로 했다.
앞서 서범수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촛불행동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 후원 시스템과 계좌이체, 현장 모금 등 방식으로 총 7억 7000만 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행정안전부 또는 지자체에 기부금품 모집단체로 등록해야 하는데, 촛불행동은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서 의원 주장이다. 의원실 측은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기부금품 모집법 위반 사안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심을 드러냈다.
서 의원실은 또 촛불행동의 후원금·기부금이 초기 700만 원 규모에서 11차 집회에선 1억 67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이에 맞춰 집회 비용도 1차 331만 원에서 11차 9732만원, 15차 집회에서는 1억 767만 원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부금품법 위반 주장에 촛불행동은 과거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불기소 처분된 사례 등을 들어 반박했다. 지난 2016년 12월 보수단체는 "정부에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40억 원대 기부금을 불법 모금했다"며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등 퇴진행동 집행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퇴진행동은 당시 기부금품법 적용 예외 대상인 사회단체 또는 친목단체로 정관에 따라 의결을 거쳐 진행됐고 투명하게 관리돼 문제 소지가 없었다. 기부금품법 제2조 1호는 '법인·정당·사회단체·종친회·친목단체 등이 정관이나 규약에 따라 구성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의 경우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대법원은 2016년 1월 온·오프라인 모금활동을 통해 2억 3200만 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단체가) 정치·사회적 의견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한 조직체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최소한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로서의 실체를 갖추는 등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정하는 '사회단체' 또는 '친목단체'에 해당한다"며 "정관에 따라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모금을 전개한 것이므로 불법적인 기부금품의 모집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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