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 간 은행서만 엔화 환전 2732억원
원/엔 환율 8년새 최저…환전액 작년의 5배
엔화 예금 40%↑…이달 보름새 1조원 늘어
증권사 엔화 예수금·평가액도 4조원 넘어서
"엔화 가치 추가 하락해 장세 변화 가능성도"
엔화 가치의 하락이 역대급으로 계속되면서 일본 여행과 엔화 예금을 위한 엔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본 주식 투자 열풍이 분다. 환차익을 노린 수요까지 가세해 과열 양상마저 빚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화 대비 엔화의 가치가 약 8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규모가 지난해 같은 시기의 5배 가까이나 되고, 엔화 예금도 40% 가깡이 증가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현 수준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엔화를 무조건 많이 확보하는 게 최선의 투자는 아니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월 엔화 매도액은 301억 6700만 엔(약 2732억원)으로 4월의 228억 3900만 엔(약 2068억 원)보다 73억 2800만 엔(약 664억 원) 증가했다. 이는 5월 한 달 동안 고객이 원화를 엔화로 바꾼 규모가 지난해 5월의 62억 8500만 엔의 4.8배나 된다는 의미다.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9월 91억 8300만 엔에서 10월 197억 3300만 엔으로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이후 전반적으로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엔화 환전 건수는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월 엔화 환전액이 가장 많은 한 은행의 환전 건수(14만 1743건)는 전달(7만 8643건)의 거의 두 배, 전년 동월(1만 8041건)과 비교하면 약 8배로 늘어났다. 엔화 환전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해제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엔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해지면서 환차익을 기대하는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978억 5900만 엔에서 이달 15일 현재 8109억 7400만 엔으로 16%(1131억 1500만 엔·약 1조 243억원)나 크게 늘어났다. 이는 작년 6월 말 잔액(5862억 3000만 엔)보다 38%나 늘어난 규모다
이 예금 잔액의 상당 부분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의 예금인 만큼 무역 결제 수요 등에 따라 달마다 변동성이 크고 증가 요인도 다양하지만, 여기에도 엔저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엔화 예금은 무역 결제 수요에 대비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증가분이 모두 엔저에 따른 투자 수요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엔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사두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원화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엔화는 달러·유로 등에 대해 모두 약세다.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엔화는 1유로당 152엔을 넘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엔/달러 환율도 1달러당 141엔대에 올라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만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일본 주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의 자본총계 기준 상위 8개 주요 증권사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은지난 15일 기준 총 4조 946억 2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3조 1916억 원)보다 9000억 원 이상(28.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1월 말(3조 4924억 5000만 원)과 비교해도 6000억 원 이상(17.2%) 증가했다.
엔저일 때 일본 주식을 매입해 앞으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까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총 3441만 7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달에도 지난 15일까지 이미 1851만 3600달러를 순매수한 상태다.
최근 두 달간의 순매수 규모 합계(약 5293만 1000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674억 원 수준이다. 이는 2021년 4월∼올해 4월 2년간의 순매수 규모(한화 약 401억 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7757건으로 올해(1∼4월) 건수 평균인 5625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이미 5900여건에 달해 월간 건수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가 당분간 강세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본 증시 내 외국인 수급과 차익실현 수요 등에 의해 장세가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