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보고서'로 본 민주당 혁신과제 ①

새 유권자지형 제시한 '이기는 민주당' 보고서

'시급 추진 희망 공약' 1순위, 기본소득·기본금융

'이재명의 기본사회' 백안시하는 민주당 내부

조중동이 만드는 '역풍' 프레임 탈피가 제1과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7,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7,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려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마녀사냥'식 반발에 부딪혀 발표 당일 사퇴하는 등 혼란을 빚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총선이 코앞인데 혁신은 무슨 혁신이냐"는 시비도 일어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논란이 일어나기 전 여러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당 누리집을 열어 혁신위에 하고 싶은 당원들의 얘기들을 모두 받아 검토하겠다. 그 이상으로 혁신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적극적인 당원이 있다면 기탄없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원 배척하고 훌리건 취급하는 이상한 정당

"당원들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것은 누구나 그 직책을 맡으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민주당의 혁신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대 정당 중에서 "당원의 말을 제일 안 듣고, 당원을 가장 배척하며, 더 나아가 당원을 훌리건 취급하는" 이상한 정당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말과 23년 초에 전국을 돌며 주로 당원들의 얘기를 듣는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는 정말 '기탄없는'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경청투어의 결과로 실현된 것은 중앙당사에 '당원 존'을 설치해 당과 당원과의 접점을 만든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당원의 요구를 듣는 것을 곧 '포퓰리즘'으로 등치하는 당내 기득권 세력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재명 대표와 열성 당원과의 '결별'만을 요구할 뿐 당원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치부한다. 그들에게 있어 당원은 가끔 얘기 들어주는 시늉을 해주고, 총선 때 당내 경선을 위해 동원하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22년 8월 우상호 비대위 당시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발간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보고서
2022년 8월 우상호 비대위 당시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발간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보고서

국민의 말, 듣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민주당

민주당은 당원의 말만 안 듣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말도 듣지 않는다. 아예 관심이 없다. 민주당이 '국민의 말'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는 2022년 8월 우상호 비대위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에서 발간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보고서 발간 이후의 민주당 행태는 한편으로는 보고서 제안과는 무관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작년 발간 당시 대외비로 돼있던 이 보고서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언론 브리핑에서는 온갖 험악한 소리만 골라서 강조했지만, 그 험악한 소리조차 충분히 경청해야 할 지적인데다가 장점도 제시되어 있고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대안도 담겨 있는 매우 충실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지적과 분석, 그리고 대안과 제안 중에서 반의 반만 실천했어도 민주당은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커녕 지금까지 본 기자가 만나본 현역 의원을 포함한 수십 명의 민주당 관계자 중 이 보고서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보고서의 존재조차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새 유권자지형 제시한 '이기는 민주당' 보고서

우선 이 보고서가 제시한 유권자 그룹의 분류부터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3,0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중심으로 유권자를 △평등평화(37.7%), △능력주의보수(21.5%), △친환경신성장(18.8%), △반권위포퓰리즘(9.3%), △민생우선(6.3%), △개혁우선(6.3%) 등의 6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진보-중도-보수의 기존 틀을 벗어난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6개 그룹의 비율은 △평등평화 55.7%, △능력주의보수 6.3%, △친환경신성장 18.4%, △반권위포퓰리즘 7.8%, △민생우선 5.5%, △개혁우선 6.3%이고, 각 그룹 내에서의 민주당 지지 성향은 △평등평화 50.7% △능력주의보수 10.1%, △친환경신성장 33.7%, △반권위포퓰리즘 29.0%, △민생우선 29.3%, △개혁우선 34.0% 등이다. 

각 그룹의 특징을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평등평화그룹은 민주당 지지그룹이고, △능력주의보수그룹은 국힘 지지그룹이며, △친환경신성장그룹은 가장 강력한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그룹이지만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고, △반권위포퓰리즘그룹은 소위 '이대남' 그룹으로 윤석열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오히려 정책 성향은 민주당에 가깝다. △민생우선그룹은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겨워 정치에 기대를 가지지 않는 정치무관심층이고, △개혁우선그룹은 모든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민주당의 이념 지향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은 좀 특이한 그룹이다. 

보고서는 각 그룹의 특성과 지향, 지켜야 할 지지층, 끌고와야 할 지지층, 설득해야 할 지지층 등에 대한 분석과 방안, 민주당이 취해야 할 태도 등에 대해 자세하게 조언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민주당의 행태와 활동이 이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과 제안에 일치하는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시급 추진 희망 공약' 1순위, 기본소득·기본금융

이 보고서에서는 대선 및 지선 정책 중 시급히 추진해주길 희망하는 정책에 대한 조사 자료가 수록돼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모든 유권자그룹을 포함한 전체 조사대상자 중 10.8%가 기본소득·기본금융을 1순위로 꼽았고, 기본주택을 5순위(7.5%)로 꼽았다. 민주당 지지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평화그룹에서는 기본소득·기본금융이 16.1%로 1순위, 기본주택이 7.1%로 4순위로 꼽았다. 

또한 가장 강력한 잠재적 지지그룹인 친환경신성장그룹에서는 탄소중립을 13.4%로 1순위로 꼽았고, 현재는 적대적 지지자로 인식되고 있는 반권위포퓰리즘그룹은 기본주택(11.6%)과 기본소득·기본금융(11.5%)을 1, 2순위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대선평가보고서도 아니고 정책선호조사 또한 대선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탄소중립 공약을 더욱 강력하게 부각시켰다면 승부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포퓰리즘 역풍'이 두려워 기본소득 관련 공약을 뒤로 숨기기에 급급했고, 탄소중립 공약은 두드러지게 내세우지 못했다.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붉은 색 숫자는 각 그룹별 1순위 혹은 1ㆍ2순위 공약.   
출처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 붉은 색 숫자는 각 그룹별 1순위 혹은 1·2순위 공약.   

'이재명의 기본사회' 백안시하는 민주당 내부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민의'에 충실한 민주당 내 인사는 이재명 대표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있었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정책을 '기본사회'로 개념화해 제시했고, 올해 초에 당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기본사회위원회를 발족해 5차례에 걸친 토론회 등의 활동을 진행했으며, 지난 6월 1일에는 중앙당 조직을 광역지자체 단위로 확장하는 광역기본사회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당내 호응이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구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안티세력은 바로 민주당 자신이다. 차라리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이 있다면 토론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 구상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한 마디로 '냉담' 그 자체다. 

민주당 내에서 '기본소득' 하면 '이재명의 개인 브랜드'로 의미가 축소되고,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역풍'을 불러올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보고서를 보고, '시급 추진 희망 공약' 자료를 봤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소득과 기본금융이 '이재명 브랜드'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전통 가치인 '보편 복지'로 그 논의를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의 보편복지 아젠다는 2010년 무상급식 이후, 노인수당과 아동수당 단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광역 기본사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에게 기본사회위원회 자문단장 위촉장을 주고 있다. 2023.6.1. 연합뉴스

조중동이 만드는 '역풍' 프레임 탈피가 제1과제

또한 전체 4순위로 꼽힌 탄소중립 공약은 가장 강력한 잠재적 지지그룹인 친환경신성장그룹에서 압도적 1순위로 꼽힌 공약으로,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특히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탄소중립'은 정책의 지향과 가치는 물론, '전략'의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아젠다인데도 이에 대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당원들을 백안시하고 배척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뜻'에 대해서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으며,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들이 언제나 벌벌 떨며 무서워하는 것은 오로지 조중동이 만들어 전하는 '역풍의 우려'뿐이며, 이에 따라 당원을 배척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병폐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민주당의 제1혁신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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