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원·권리당원 합산 72% 찬성 확정

투표 홍보 부실…권리당원 투표율 23%불과

'안건보기' 힘들고 찬성유도 메시지 포함

공천 검증위, 관리위 단계서 '꼼수' 거를 여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현역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22대 총선 공천 특별당규 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됐다. 변재일 민주당 중앙위 의장은 8일 오후 중앙위 온라인 투표를 개표한 결과 83.15%의 찬성률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변 의장에 따르면 중앙위원 594명 중 445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74.92%를 기록했으며 이 중 370명이 찬성해 찬성률은 83.15%로 나타났다. 반대는 75명으로 16.85%였다. 앞서 지난 3~4일 실시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전체 권리당원 113만 7261명 중 26만 9944명(23.38%)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만 2226명(61%), 반대 10만 3718명(39%)로 과반수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당원과 중앙위원을 합산하면 찬성 72.07%, 반대 27.93%였다.

부실 홍보가 근본 원인

공천 특별당규 제정안이 가결된 것은 당원에 대한 홍보 부족과 함께 찬성을 유도하는 듯한 홍보 문구가 원인으로 꼽힌다.

5월 3~4일 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미리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권리당원은 “투표한다는 것도, 특별당규를 알기 쉽게 설명한 정보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친절한 행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권리당원은 “그냥 좋은 방향일 것 같아서 찬성했는데, 투표를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송했던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아래의 [안건 보기]를 통해 상세 내용을 확인하시고”라는 간단한 문구만 포함됐다. 안건 보기를 클릭하면 법조문처럼 구성된 공천 특별 당규 내용이 나온다. 평소 법에 다소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려운 법조문을 마치 금융거래 시 약관을 보듯 대충 살펴본 뒤 별다른 고민 없이 ‘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이 발송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특별당규의 찬성을 유도하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메시지에는 “이번 특별당규는 ‘국민 50: 당원 50’ 국민참여경선의 ‘시스템 공천’은 유지하되, ~ 중략 ~ 등 진일보한 내용으로 마련됐으며”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에서 좋은 일 한다는 데 찬성해야겠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내용이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공정한 공천룰을 만들어야 함에도 사실상 ‘깜깜이 투표’가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당원의 적극적 개입이 해법

총선 공천 특별당규가 통과됐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공천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부실 현역의원’을 솎아내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선 본경선 통과 여부를 결정할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와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에 당원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본경선 이전에 공천적합도조사(여론조사)에서 20% 이상 차이가 나거나 사전 심사 점수에서 30점 이상 차이가 나면 단수공천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단수공천을 해야만 한다는 강행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검증위와 공관위에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신인에 대한 사전 심사 점수의 고의적 과소 계상을 막는 것은 물론 설령 단수공천 가능 조건을 충족했더라도 신인들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치 신인의 가장 큰 핸디캡은 경선 시 당원 명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당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만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본 경선은 내년 초이며 이미 본격적인 총선 분위기로 접어든 다음이다. 이에 따라 당원들이 현장에서 일반 국민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에 집중하면서 당원 경선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존 당원 조직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당원이라면 정치 신인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것도 좋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교체율은 28.5%에 그쳤다. 특히 공천을 받은 현역 중 74.2%에 달하는 69명은 단수 추천을 받았다.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중 경선을 치른 사람은 25.8%인 24명에 불과했다. 공천에서 컷오프되거나 경선을 치러서 탈락한 사람은 18명에 불과하다.

결국 본경선 진출을 사전에 결정하는 공천 검증위, 관리위 단계에서부터 적극 개입해 최대한 현역의원과 신인이 경선을 많이 치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치신인이었던 강선우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서울 강서갑에서 공천을 받았다. 당시 강 의원은 인지도가 낮은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이었다. 금 전 의원처럼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할 현역의원을 확실히 하고 당원들이 이를 공유한 상태에서 대응한다면 강 의원처럼 일반 여론까지 지지층을 움직여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내년 총선 공천룰이 현역의원에게 유리하다 하더라도 당원들이 합심해 대응한다면 신인의 원내 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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