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눈으로만 보고 어떻게 객관적 검증하나

국내외 전문가들 "방사능 총량으로 평가해야"

"시찰단 뭘 얻어오겠나…일본에 명분만 줄 것"

일본 핵 전문가 "오염수 투기는 국제법 위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일본이 올해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한일 정상이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검증을 위해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객관적인 검증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대해 한국이 장단만 맞춰주고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정상회담을 통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하루 만인 8일 시찰단 파견 일정(5월 23~24일)을 발표했다.

핵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며 그 위험성을 감추고 있는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해 한국 측 시찰단 파견에 응한 것은 자국의 이익을 계산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일본의 핵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현지시간) 5번째 중간 보고서에서 오염수 처리 과정을 감독하는 일본 원자력규제당국(NRA)이 독립 규제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IAEA는 지난달 4차 보고서에서도 일본 당국의 방류 감시체계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대로면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IAEA가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별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크다. 권위있는 기구의 평가로 안전성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일본의 노림수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IAEA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6월 말쯤 나올 예정으로, 일본의 해양 투기는 그에 맞춰 7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시찰단을 파견해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할 경우,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들러리 서는 꼴만 될 뿐이다. 일본도 이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의 쓰나미 여파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처리 오염수를 담고 있는 저장탱크들. 2021.2.`3. 교도 연합뉴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의 쓰나미 여파로 수소폭발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처리 오염수를 담고 있는 저장탱크들. 2021.2.`3. 교도 연합뉴스

아울러 시찰단은 그 용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격이 '시찰'로 국한되어 있다. 눈으로 살피기만 한다는 것으로 검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대만만 해도 지난해 3월 조사단을 파견했다. 한국도 최소한 조사단이나 검증단을 파견하는 것이 양 정상이 밝힌 객관적 검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찰 기간도 이틀에 불과하다. IAEA도 장기간 조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겨우 이틀 동안 '시찰'을 통해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양 정상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시찰단의 파견 일정만 잡고 시찰단 규모와 구성, 세부 일정 등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시찰단 파견에도 한국의 독립적인 결정이 아니라 일본과 협의를 거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국장급 협의를 통해 시찰단 구성과 일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측의 의사가 일정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 인적 구성에서부터 객관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찰단에 핵공학 및 핵물리학 전문가들로만 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종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한 핵 오염수 정화 등을 검증하기 위해 이들의 참여는 필수지만, 국민들이 우려하는 핵심은 해양 환경이다. 생태·환경학자,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핵 오염수에 반대 성향이 강한 이들 그룹을 시찰단에 포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설령 관련 전문가들을 포함하더라도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은 관변 단체 성격의 인사로만 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5.6.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5.6. 연합뉴스

제대로 된 생태·분야 전문가들의 참여 없이 단순히 핵 시설 관련 전문가들이 핵 오염수 배출절차만 검증하는 것으론 형식적 검증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검증 방법에 있어서도 환경영향을 포함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 정부는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 스트론튬 등 30개 핵종(62개에서 축소함) 알프스로 정화하고, 정화할 수 없는 삼중수소는 배출기준인 리터(L)당 6만 베크렐(Bq)의 '40분의 1'(1500Bq/L) 수준까지 희석해 해양 투기한다는 계획이다. 삼중수소 총량은 원전사고 이전 관리 기준인 연간 22조 Bq로 정했다.

일본의 절차를 100% 신뢰한다는 가정 하에서 배출 절차만 살펴본다면 표면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삼중수소 농도 데이터 정도 등을 통한 검증으로 생태계 영향까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인된 검증절차도 없을뿐더러 일본은 후쿠시마 이후 생태계 관련 상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발전소에서 남북 490㎞, 동서 270㎞ 이상에서 선량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2022년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14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기준치(100Bq/㎏)를 14배 뛰어넘은 양이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 자료. 2023.4.7. 환경운동연합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결과 자료. 2023.4.7. 환경운동연합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배출된 방사성 물질 총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전체를 살펴보고 배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중대 사고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나갔지만, 공중·육상·지하를 통해 바다로 얼마나 흘러나갔는지 데이터가 없다"며 "데이터에 근거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먹이사슬을 포함한 생태계 영향을 확인해야 하지만 조사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는 어떻게 정상운전 수준으로 희석해서 내보내는 걸 가지고 문제가 없다고 하는가"라며 "가서 시찰만 한다는 것인데, 설명듣고 내용보고 거기서 뭘 얻어올 수 있는 것인가. 명분만 주는 것이고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다. 생태·환경학자가 시찰단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린피스와 해외 원자력 전문가들도 방사성 물질 총량을 고려해 환경을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핵 오염수 해양투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은 8일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열린 제주지역 6개 야당 공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에서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영향을 의도적으로 부정확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과학자, 정치인은 삼중수소가 '약한 방사선원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자주 밝혀왔지만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다른 방사성핵종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면서 "삼중수소가 동물의 체내에 축적된다면 먹이사슬을 통한 최상위 포식자를 공격하는 등 생체 축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8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열린 제주지역 6개 야당 공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이 주제발표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8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열린 제주지역 6개 야당 공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이 주제발표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숀 버니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도쿄전력은 축적 효과,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 등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능 핵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고 유기적으로 결합한 삼중수소가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 히데유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공동대표도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의한 환경축적과 피폭 축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1월 26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 이소베 앞바다 수심 40m에서 잡힌 우럭에서 방사성세슘 1천400㏃/㎏이 검출돼 정부가 출하 제한했다"며 "방사성 물질 축적은 어패류 방사능 오염으로 이어지고, 어패류 피폭은 곧 인간 피폭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은 환경과 인간을 지킬 수 없는 방안이며 국제법 위반"이라며 "방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도심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벌였다.

조계종 사노위 부위원장인 고금 스님은 오체투지 출발에 앞서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에서 열린 약식 회견에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의 해양과 수산 생태계 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100%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8일 오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광화문을 돌아 일본대사관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8일 오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광화문을 돌아 일본대사관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그는 한일 정상이 후쿠시마 원전에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전날 합의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와 한국 정부의 체면치레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며 "시찰이 아니라 완벽한 조사단을 다시 파견하는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와 정부의 시찰단 파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오염수 방출의 들러리'로 오염수 방출 정당화에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물 잔은 너만 채우라는 일본 측의 암묵적 요구에 그대로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절대 안 된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검증단도 아닌 양국 시찰단으로 봉합되어 시찰단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들러리로 전락해 병풍 놀음만 하게 됐다. 사실상 오염수 방류 방조 아닌가"라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조사와 검증단이 아니라 왜 시찰단인가. 정확한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만 보고 오는 것이라면 한국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시찰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개인 감정이 아니라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해서도 시찰단이라니, 검증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시찰단이라며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국민이 통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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