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해 국경없는기자회 발표 47위로 하락

방송장악·비판언론 탄압 계속되면 더 추락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3일 발표한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47위로, 작년보다 4단계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41~43위와 비교하면 4~6단계 하락한 것이다.

윤 정부 출범 1년 만에 이런 언론자유 순위 하락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 출범 초부터 시작된 윤 정부의 언론장악,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과 길들이기가 올해 들어서는 더욱 심해지고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이런 언론정책이 계속되면 언론자유는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

국경없는기자회 ‘한국, 정부가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 정치인 압력 직면’ 등 지적

국경없는기자회가 올해 한국 순위를 4단계 떨어뜨리면서 설명한 근거는 이렇다. 한국은 보수 신문의 점유가 높고, 방송분야에서 규제를 통해 정부가 공영방송사의 고위 경영진을 임명할 경우 편집권의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언론사 수익이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광고는 편집 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언론계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언론매체를 인수하며 이해상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언론자유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밖에 명예훼손법과 국가보안법의 문제, 언론인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 등도 올해 한국 언론자유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언론자유지수 순위 발표에 앞서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는 두차례 한국 언론을 향해 항의 성명을 낸 바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에 윤 대통령이 ‘욕설’, ‘비속어’를 한 내용을 보도한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는 조치에 대해, 이 단체는 ‘대통령의 행보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것이며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MBC에 대한 공격과 차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갑자기 중단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재개를 촉구했고, 김어준 프로 폐지를 노린 TBS 공적자금 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정부 공영방송 장악·비판언론 탄압과 길들이기, 점점 더 심해지고 노골화 

국경없는기자회가 지적한 지난해 전반적인 한국의 언론환경의 문제점 가운데 ‘보수신문’의 친정부 여론 확대, K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정치후견주의, 건설회사의 언론사 소유 증가 등은 윤 정부 들어선 뒤 더 강화되거나 악화될 조짐이다. 특히 윤 정부와 여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퇴임 압박과 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반대를 통해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노골화하는가 하면, YTN 사영화 추진으로 방송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방송통신위원이 전원 교체되어 여당이 유리한 체제가 만들어지면, 윤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에 곧장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과 압수수색을 남발해온 윤 정부가, KBS·MBC·YTN에 낙하산 사장을 보내고, 비판 언론인을 쫓아내고,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을 잡아가둔 이명박·박근혜 시절보다 더 가혹하게 언론자유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근거없지 않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두 차례 성명을 통해 촉구한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 언론사에 대한 공격과 차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사과한 적이 없다. 사과는커녕 올해 비판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있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재개는 기대난망이고, 대통령의 친일 망언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짜증과 협박을 가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 2023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
국경없는 기자회 2023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

최근 윤 대통령은 국내외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회 날 때마다 ‘가짜뉴스가 문제’고 ‘정부가 직접 나서 가짜뉴스 퇴치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즉각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만들어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고소·고발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상세히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송을 장악하고 비판언론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언론철학, 언론정책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권위주의 정부의 그것과 그대로 닮았다. 잘못하다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2년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정부가 가혹하게 괴롭혔다가 언론자유순위 147위로 추락한 필리핀의 길을 따라가게 될까 걱정이다. 필리핀 정권이 불러온 것은 결국 정치불안과 경제침체, 그리고 국격추락이다. 결국 우리는 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해 언론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레사같은 언론인을 기다리는 것으로 희망을 품어야 하나?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을 내세운 권위주의적 통치로 끝내 불행한 말년을 보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언론자유지수는 69위, 70위까지 추락했다. 두 정부의 출범 첫해 언론자유 수준(47위, 50위)은 공교롭게도 윤 정부 첫해 순위인 47위와 비슷하다. 출범 1년 만에 드러난 윤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위기도 걱정인데, 이제 언론자유 추락으로 인한 국격 추락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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