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대만에 무기판매" 차이 "대만평화 헌신"

중국'차이-매카시 회동' 규탄…당‧정‧군 총망라

미국, 앗 뜨거라…"하나의 중국정책 변함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 관계가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G2(주요 2개국)로서 서로 치열하게 전략경쟁을 하되 인류 공동의 도전에는 함께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소통 채널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모처럼 협력 공간이 조성되는 듯했다. 국제사회도 반겼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해가 바뀌고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Spy balloon, 미국 주장)이 미 본토를 침범하고 "기상관측용"이라는 중국의 거듭된 해명에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풍선을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됐다. 그런 와중에 강행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및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은 미‧중 관계를 벼랑으로 떠미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방문은 '경유 형식'이고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만나준 것도 '통상적'인 일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중국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중국은 몇 차례 사전 경고에도 회동을 강행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 5개 조직이 동시에 규탄 담화나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베이징을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의식한 듯 비교적 절제된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공식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04.06.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공식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04.06. 연합뉴스

매카시 "대만에 무기판매" 차이 "대만평화 헌신"

차이잉원 총통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두 사람의 회동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측 간 최고위급 회동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8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을 만났지만, 미국 땅에서 하원의장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권력 서열 3위다.

두 사람은 2시간가량 오찬 회동을 한 다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피트 아길라 민주당 의원 등 공화·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0여 명이 함께 했다. 차이 총통은 중미의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경유'하는 형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렀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대만 관계는 내 생애 어느 때보다 강하다"라고 평가하고 "아주 생산적 논의를 했으며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중대한 방안들을 다뤘다"라고 말했다.

또한 회동 후 그는 트위터 글 등을 통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하고 판매가 제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무역과 기술 등을 비롯해 서로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매카시는 "대만에 대한 지지는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견에서 차이 총통은 대만을 지지해준 미 의원들에게 먼저 사의를 표한 뒤 "우리의 평화와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대만은 평화로운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헌신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라고 역설했다.

두 사람의 회동을 두고 미국 CNN 방송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보복 위협 속에서도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만 총통을 만나 양국 간의 유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했다. 이때 중국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받아들이면서 대만과는 국교를 끊었다. 대만이 독립된 국가로서 정체를 상실한 날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 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에 근거해 대만과 사실상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법은 대만에 대한 방어 무기 제공과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 해양순시선, 대만해협 사이에서 선박 현장 단속. [대만 중상통신사 캡처]
중국 해양순시선, 대만해협 사이에서 선박 현장 단속. [대만 중상통신사 캡처]

중국 '차이-매카시 회동' 규탄…당‧정‧군 망라

베이징 당국은 예상대로 거세게 반발했다. '차이-매카시 회동'을 규탄하는 외교부 대변인 담화, 국방부 대변인 담화, 중국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 대변인 성명,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성명,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 담화 등이 동시다발로 나왔다. 주석궁을 제외하고 중국의 당‧정‧군‧의회를 망라한 데서 이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결연함'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담화나 성명을 통해 말로는 '차이-매카시 회동'을 강도 높게 규탄하면서도 작년 8월 펠로시의 대만 방문 당시 초강경 대응을 한 것보다는 절제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펠로시 때 중국은 대만 포위 형태로 설정한 구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했고, 그 시점부터 계속해서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을 파견하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보면 '차이-매카시 회동'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

첫째, 미국을 향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규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해치고,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주장이다. 담화는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했다.

담화는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하고 대만 독립 반대를 미국이 행동으로 보이고 미국·대만 간 모든 공식 왕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둘째, 차이 총통을 향해서는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승인하길 거부하고, 섬(대만) 안에서 각종 대만 독립·분열 언행을 방임·지지·추동하며, 명목을 바꿔 '점진적 대만 독립'을 추진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심각한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중 간 전구(戰區) 사령관 전화 통화 일정을 잡지 않을 것이며,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각각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마약 퇴치 협력, 기후변화 협상 등의 중단을 천명했다. 대만에는 일부 품목의 수출입 중단 등의 경제 보복 조치를 했다.

 

연합훈련 중인 중국-러시아 해군. 2022. 12. 21.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연합뉴스
연합훈련 중인 중국-러시아 해군. 2022. 12. 21.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연합뉴스

미국, 중국 달래기…"하나의 중국 정책 변함없어"

매카시 의장이 차이 총통을 만나 '대만 지지와 무기 판매 약속'을 통해 중국을 자극한 것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통상적 수준의 비공식적인 면담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회의 참석 후 진행한 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일관되며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동을 중국이 "현상 변경을 위한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양안 간 차이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는 게 미국의 목표라고 블링컨은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전화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처음부터 중국이 거칠거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다"라면서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고 의회 인사들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중국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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