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문제연구소장
민귀식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장

대만해협 긴장이 위험 경계선을 배회하고 있다. 최근 미국외교협회(CFR)가 발표한 금년 ‘예방우선순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해협은 2021년 이후 3년 연속 최고 등급의 ‘잠재적 분쟁’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는 미중 갈등이 종합 패권경쟁으로 격상됨에 따라 대만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가치가 더욱 커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로써 아시아의 3대 화약고인 한반도와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중에서도 대만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기억의 정치’가 부른 ‘중국몽’과 독자생존론

여기에 건국 100주년에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의 정치목표 제시는 중국 대중을 보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묶어내고 있다. 또 ‘근대 100년의 치욕’이라는 역사적 열등감을 간직한 ‘기억의 정치’는 '미국 체스판의 말’로 간주되는 대만을 수복해야 한다는 열망을 부추기는 강력한 에너지로 작동한다. 경제력과 군사적 힘에 대한 자신감이 건국 100년의 시간표와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강한 애국심과 민족주의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또다른 ‘기억의 정치’가 탈 중국과 대만정체성 확립을 강화하는 힘이 되고 있다. 국민당이 진주하며 본성인을 학살한 ‘2·28사건’은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고, 토지개혁을 명분으로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이 경제권력을 독점한 후유증이 여전하다. 이것이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인식한 ‘대만정체성’을 형성한 동력이다. 그리고 중국의 홍콩시위 진압과 코로나 발생 및 시진핑의 3연임은 대만인이 스스로를 대륙인과 구별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분위기에 편승해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사실상의 독립정책과 ‘미국 편승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어 양안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위기도 해법도 미중관계가 핵심인 대만해협

대만해협 위기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긴장 수위가 높지만 해결방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 패권 향배를 좌우할 만큼 폭발력 강한 사안이 되었다. 이제 대만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의 부상을 막는 지정학적 핵심기지인 동시에 미국 우산 아래 있는 국가들에게 보여주는 신뢰의 징표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팽창의지가 확고해지자 그 동안 견지해 온 현상유지 전략인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고 대만을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는 ‘전략적 명확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대만 안보에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강국인 대만을 중국의 기술굴기 타도 파트너로 설정하자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보복과 수출시장 상실이라는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비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한 중국은 양안관계를 국내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영토문제가 아닌 통일문제로 접근하지만, 결국 핵심은 미중관계이며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약한 고리라는 점을 절감한다. 따라서 대만문제 해결, 즉 통일을 하지 않고는 중국이 패권은 고사하고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고 있다. 특히 미국이 대만 관련 법률을 연속 제정하면서 사실상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민주가치’를 명분으로 주변국을 동원해 겹겹이 포위하는 ‘스파이더맨’ 전략을 사용하자,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 대내외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피 때문에 잡힌 표범의 운명

영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대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한 것처럼, 세계 패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기에 대만은 이맛돌(keystone)의 역할로 격상되었다. 이는 대만이 원해서가 아니라 지정학적 존재 자체가 미중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무거운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마치 귀한 털을 가진 동물이 죄 없이 사냥감이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대만은 미군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는 저지선, 즉 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잇는 중심에 위치해 있다. 대만해협은 전세계 물동량의 50%, 아시아 물동량의 80%가 통과하는 길목이면서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핵심지역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 직결된다.

한편, 중국은 대만이 미국에 고삐가 낚인 통한의 땅이자 통일을 달성하는 최종 대상이기에 무력사용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전략적으로는 태평양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를 통제하기 위한 거점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중국이 통일하면 태평양이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되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에 대만을 직접적인 이해상관 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강대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중심에 위치한 대만은 서세동점 시대 이후 지금까지 국제정치 회오리에 휩쓸리는 운명을 걷고 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사라진 전략적 유연성

강대국 간의 적대적 경쟁 국면에서 대만은 ‘미국 편승전략’을 분명히하고, 미국과 ‘2인 3각 관계’를 만들어 명운을 같이 하려고 한다. 2016년 민진당이 집권 이후 대화채널이 봉쇄된 데다 중국의 군사력이 이미 미국의 억지력을 무력화할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차이잉원은 미국에 더 밀착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편승전략은 대만의 국가안보에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협력을 통해 민주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으며, 탈 세계화 추세에 맞춰 시장 다양화를 통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반도체동맹인 Chip4에도 적극 참여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조 강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미국과 이익을 공유해 경제안보동맹을 강화하며, 설계기술 제고와 시장 확장에 유리하며, 국민소득을 획기적으로 올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대만 정부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자국이 지역안보와 경제번영의 주요 행위자가 되었다고 보고, 비록 잠재적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대만 정체성을 너무 강조하고 중국과 적대적 정책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탈 중국과 통일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강대강 대결에서 위축된 ‘양안 공존 목소리’

그러나 소수이지만 민진당 정책이 오히려 안보 불안과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대만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굴레가 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차이잉원이 지나치게 대결적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정책은 정치적 긴장과 군사적 충돌 위험을 높이고, 국방과 안보에 집착해 경제 성장과 발전을 희생했으며, 사회문화적 유대를 강화할 기회를 스스로 놓아 버리고, 양안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것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진정한 국방은 신뢰와 외교로 확보하는 것이지 군사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중국 시장에 40%나 의존하는 현실을 중시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미중 경쟁이 격화되고 양국이 대만을 이익 관철의 지렛대로 사용할수록 미국 편승논리와 현실론에 묻히고 만다. 또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규정하는 인식과 인구구성의 변화, 중국체제에 대한 불신과 시진핑의 공격적 태도에 대한 두려움이 이런 경향을 짙게 한다.

그러나 양안관계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사라짐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그 위험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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