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방문 마크롱 베이징 떠나자 즉각 무력시위 돌입
군용기 42대·함정 8척 동원…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미 하원 외교위원장, 시진핑·푸틴을 '히틀러'에 비유
대만 총통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미국과 공동수호"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강도 높은 무력 시위에 돌입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8일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 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경비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라고 발표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스 대변인은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훈련의 목적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레이건도서관에서 진행됐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 현직 총통이 미국 본토에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시진핑 "대만 문제에 중국 양보 기대는 망상"
중국은 차이-매카시 회동 직후인 6일 외교부 대변인 담화, 국방부 대변인 담화, 중국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 대변인 성명,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성명,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일제히 규탄했다.
7일에는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활동에 관여한 레이건도서관, 허드슨연구소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도 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고 못 박고 "누군가가 만약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타협하고 양보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며, 돌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 될 뿐"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군용기 42대와 함정 8척이 8일 오전(현지시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으며,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 부근에서 대함 공중 공격과 전자전 시뮬레이션, 대잠수함전 훈련 등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도 대만포위 형태로 설정한 구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시행했고, 그 시점부터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을 파견하곤 했다.
앞서 7일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성명을 통해 10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 핑탄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번 사태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중국군 항모 산둥함은 7일 현재 대만 최남단인 어롼비 동쪽 약 200해리(약 370km)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 68)도 대만 동부 약 400해리(약 740km) 지점에 있다고 대만언론이 전했다.
국빈방문 마크롱 베이징 떠나자 즉각 무력시위
중국이 대만포위 군사훈련 돌입 날짜를 8일로 미룬 까닭이 있다. '문제의 회동'이 있었던 지난 5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국빈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시점이었다. '귀빈들'이 떠난 직후를 택일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중국군을 자극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차이 대만 총통은 귀국 이튿날인 8일 대만을 찾은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국 의원단 8명과 오찬 회동을 갖고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 중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차이 총통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대만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한다"면서 "대만은 미국 및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귀국 기자회견에선 그는 "우리는 국제 사회에 대만이 압박과 위협에 직면해 더욱 단합할 것이며 결코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장애물 탓에 세계와 교류를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라며 "대만은 세계와 교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시진핑·푸틴을 '히틀러'에 비유
한편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7일 대만 입법원 연설에서 "중국은 대만 침공이나 봉쇄 시 군사 및 경제 측면에서 감당할 대가가 너무 크고, 그런 행동을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그것이 바로 무기 판매와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미국이 대만 방어를 강화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매콜 위원장은 "매우 공격적인 공산당 국가"라고 중국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6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과 만난 자리에서는 "아버지 세대엔 히틀러가 있었고, 지금은 푸틴과 시진핑이 있다"라며 시 주석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콜 위원장이 이끈 대만 방문 미국 의원단은 한국계 영 김 인도·태평양 소위원장, 코리아 코커스 및 코리아 스터디그룹 공동의장인 아미 베라 의원 등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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