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승 통신원 속보⓹] 5만명 희생된 트라우마 여전

"20여년 안에 7.5도 규모 지진 없다면 그게 놀랄 일"

"안전지대를 찾아라"…지진 이후 200만 대이주 행렬

가뭄 등 자연재해에 경제난으로 물가까지 크게 올라

5월 대선 앞둔 정치권은 민생 뒷전 서로 네탓 공방만

이혜승 튀르키예 통신원
이혜승 튀르키예 통신원

강진 발생 후 한 달 반 동안 1만 2000번 넘는 여진이 뒤따랐다. 지질학자의 경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진은 도미노처럼 남동부에서 중부지방을 훑고 지나갔고, 1999년 대참사가 일어났던 마르마라해를 한 번 더 뒤흔들었다.

매일 지진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가장 큰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지진이다.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재앙의 트라우마가 생생한 가운데 '우리가 사는 집이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질학자인 젤랄 쉔교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0여 년 이내에 이스탄불에서 7.5도 안팎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놀랄 일이다" 라고 말했다고 튀르키예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스탄불 시장은 7.5도 안팎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당장에라도 붕괴할 건물은 9만여 채에 달하고, 25만여 채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으며, 450만 명의 이재민이 거리에 나앉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방송, 신문 등은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의 필요성에 대해, 일상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조언에 큰 지면을 할애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일상이 위험한 지반 위에 건설되어 있었다면 어찌할 것인가?

 

지난 2월 초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각각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지난 23일 아디야만의 이재민 수용시설에서 서로 끌어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여전히 통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3.3.23. AFP 연합뉴스
지난 2월 초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각각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지난 23일 아디야만의 이재민 수용시설에서 서로 끌어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여전히 통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3.3.23. AFP 연합뉴스

더 큰 지진 공포 속 안전 찾는 이주 행렬

지진 발생 이후 튀르키예에서 이동한 인구는 약 200여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30여만 명은 지진 지대의 이재민으로 임시 대피소, 혹은 인근 도시나 지인들이 사는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특히 이스탄불 시민들의 움직임은 예년에 비해 수십 배가 늘어났다. 이스탄불의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비수기지만 요즘처럼 바빴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값이 비싸더라도 안전해 보이는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아예 이스탄불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이사 행렬이 줄을 잇는다. 이스탄불 북부의 트라키아 지방, 동부의 흑해 지방에는 최근 들어 유입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트라키아 지방의 소도시 '에디르네'의 부동산 가격은 최고 4배 이상 뛰어 올랐다. 인구 5만여 명에 불과했던 소읍 '크르크랄렐리'에는 주민이 3주 만에 3000명 이상 늘었다. 이 소읍은 단층선이 지나가지 않아 안전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고,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여서 집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사회학자들은 튀르키예의 경제, 사회, 문화가 이스탄불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던 만큼, 이번 기회에 튀르키예에 골고루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디르네' 시의 상공회의소장인 세자이 으르막은 "이렇게라도 우리 도시에 인구가 늘어나서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튀르키예 전역에서 고층아파트 보다는 단독주택, 대도시 보다 지방이나 농촌 등을 선호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남동부 지진지대에는 건물의 높이를 5층 이하로 규제하는 법이 통과될 전망이다. 코로나 대유행 때 이미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은퇴자들, 예술가들 사이에서 대도시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숲속이나 마당 등 숨쉴 공간이 있는 작은 집들은 낭만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작업은 제대로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튀르키예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카라마나라스에서 복구작업대원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3.3.4. AFP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작업은 제대로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튀르키예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카라마나라스에서 복구작업대원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3.3.4. AFP 연합뉴스 

좀 더 안전한 삶을, 그러나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이스탄불에서 경고음이 가장 크게 울리는 곳은 마르마라해 부근이다. 이곳의 집들은 2000년대 이전에 지어졌거나 날림 공사로 인하여 상태가 열악한 탓에 월세는 저렴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대부분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탈출한 난민이거나 튀르키예의 경제적 약자들이다. 1999년 공식적 통계로만 1만 8000여 명이 사망했던 대지진이 일어났던 곳이지만 여전히 이 지역의 건물들은 과거와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 20여 년 동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진 발생시 올해 동남부의 참사는 영화 '트레일러' 수준일 것이라고 지질학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 시와 국가에서도 이 지역의 인구를 이주시키고, 재건축을 하거나 아예 공원지역으로 변경하려는 계획들이 있다. 그러나 재개발은 그리 쉽지 않다. 건물 주민들 모두가 동의를 해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법 때문에 손대지 못하는 건물들이 부지기수다. 이스탄불에서 이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주민들을 강제로라도 퇴거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다.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지금 당장 어디로 가란 말이에요" 라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시나 국가에서 이 주민들에게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만, 지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여진, 가뭄, 홍수, 우박, 광우병… 자연재해와 겹친 경제난

지진 소식이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가뭄 문제가 떠올랐다. 에게해와 흑해 지역을 제외한 튀르키예 전역에서 댐이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농사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곧 정반대의 근심으로 이어졌다. 3월 16일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드야만(4600여 명 사망)과 샨르우르파에서는 1년 강수량의 절반이 하루 만에 쏟아져 도시가 잠겼다. 홍수로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2명은 지진 피해자로 이재민 임시 거주 천막이 잠기는 바람에 사망했다. 3월 중순에는 광우병이 퍼져 튀르키예 전역의 축산시장이 폐쇄되었다. 튀르키예 수의학협회는 특히 지진 피해지역에서 광우병 확산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동부 지방에는 5미터가 넘는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계란 크기의 우박이 쏟아져 자동차들이 파손되기도 했다.

자연 재해 뿐만이 아니다. 2018년 이후 급속하게 쇠퇴한 경제는 코로나 이후 극심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식당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가격이 달라 가격표를 칠판이 대신했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튀르키예는 30여 년 전 당시로 돌아간 듯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는다. 실업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교육계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 지진은 특히 대학을 그로기 상태로 이끄는 듯하다. 대학생들은 올해로 3년 째 온라인 수업에 의존하거나, 전기가 끊어진 지진 지대의 학생들은 아예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에너지 위기, 테러, 시리아 난민 문제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쿠르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이스라엘과 이란과 같은 이웃 나라들의 사회 불안정이 튀르키예의 안보에 경고음을 울린다.

 

지난 3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스에서 복구대원들이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3.3.4. AFP 연합뉴스 
지난 3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스에서 복구대원들이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3.3.4. AFP 연합뉴스 

대재난 속 여전한 부패와 무능

튀르키예는 오는 5월 14일에 대통령 선거와 28대 대국민의회 선거를 실시한다. 1923년 무너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폐허 위에서 탄생한 튀르키예 공화국. 2023년 보이지 않는 암초로 가득한 바다 위에서 거센 폭풍우를 만난 100세 튀르키예 호를 이끌고 갈 선장은 누가 될 것인가?

가뜩이나 어지러운 튀르키예 대선판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이번 대지진이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5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일부 혹은 심각하게 손상된 건물이 19만 7825채, 완전히 무너진 건물이 1만 8200채로 집계된 상황에서 최소한 1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게 민심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월 초 피해 지역을 방문해 어떤 정부라도 이런 규모의 재난에는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상대로 허수아비가 출마해도 당선될 것이라는 정서가 확산되었다.

특히 2월 중순 튀르키예 적월십자의 부패 소식은 콘크리트 여권 지지층에도 균열을 가져왔다. 튀르키예의 적월십자가 재난 사흘째 되는 날 가수 할룩 레벤트가 이끄는 민간 구호단체(Ahbap)에 이재민 천막 2050채를 4600만 리라 (원화 약 31억)을 받고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적월십자 대표 케렘 크늑은 구매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 재난 위기 관리청에 기부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품질 좋은 천막을 원가만 받고 판매했을 뿐 아니라 만약 튀르키예 적월십자가 아니었으면 외국에서 사들였을 테니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튀르키예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일반인들, 기업가들, 그리고 적십자사에서 후원이 쏟아지는 마당에 정직 자국의 적월십자사는 자기 주머니를 불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오는 5월 대통령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레세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14일로 집권 20년을 맞았다. 사진은 2017년 11월 10일 튀르키예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서거 79주년을 맞아 앙카라의 영묘를 방문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오는 5월 대통령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레세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14일로 집권 20년을 맞았다. 사진은 2017년 11월 10일 튀르키예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서거 79주년을 맞아 앙카라의 영묘를 방문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적월십자의 주요 지부가 유력 정치인들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여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아흐멧 다부토올루는 2월 16일 방송에서 적월십자 대표 케렘 크늑의 뒤에 에르도안 대통령 가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전직 총리 비날리 일드름의 동생, 딸, 며느리까지 적십자사에서 요직을 꿰차고 있다고 폭로했다. 적월십자 대표의 사퇴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케렘 크늑은 대표직에 앉아있고, 사퇴를 요구하는 네티즌들과 설전을 이어간다.

'죄는 있고 벌은 없는 사회'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

지난 2월 28일 그리스에서는 열차 충돌 사고로 43명이 사망했다. 교통부 장관은 즉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불법을 저지른 개인 건축업자들 수백 명 이상이 쇠고랑을 찼다. 반면 무능과 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공직자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지진 피해지역에서 2명의 공직자가 사퇴를 했는데 한 사람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서 직위를 내려놓았다.

"튀르키예에서는 왜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가 사퇴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한 지식인은 "사퇴하면 할 일이 없지 않느냐" 라는 자조 섞인 대답을 했다. 2월 중순 '튀르키예, 하나의 심장'이라는 자선 모금 캠페인이 벌어졌다. 기부자가 전화로 기부하는 내용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형식이었다. 원화로 7조 9000억 원 가량이 모였다. 피해지역에 쓴 예산은 절반 정도였다. 총리는 캠페인에서 얼마를 기부하겠다는 말만 해놓고는 입금은 하지 않아 모금액이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아이발륵에서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어즐렘은 "튀르키예 사회에는 죄는 있어도 벌은 없다, 이번 재앙은 부패 권력과 썩은 윤리의식의 합작품" 이라고 개탄했다.

 

튀르키예 야당 공화인민당(CHP)  대표와 앙카라 시장이 지난 6일 수도 앙카라에서 오는 5월 대선에 나설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후보(74, 가운데)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이날 CHP를 비롯한 6개 야당의 통합후보로 선출됐다.  2023.3.6. EPA 연합뉴스 
튀르키예 야당 공화인민당(CHP)  대표와 앙카라 시장이 지난 6일 수도 앙카라에서 오는 5월 대선에 나설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후보(74, 가운데)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이날 CHP를 비롯한 6개 야당의 통합후보로 선출됐다.  2023.3.6. EPA 연합뉴스 

튀르키예 사회를 짓누르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여권은 튀르키예 사회를 위기에서 구해낼 지도자는 에르도안 대통령 뿐이라고 주장하고, 야권은 이 모든 문제들은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재앙인 만큼 민주주의를 회복해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진 피해 극복과 민생 문제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누가 권력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으로 튀르키예 사회는 뜨겁다. 선택은 그러나 그리 수월해보이지 않는다.

피아 식별이 어려운 튀르키예 정치판도

야권이 정권심판론을 등에 업고 싱겁게 대선을 이길 것이라는 예측은 빠르게 시드는 대신 연대가 파토날 것이라는 야권의 우려 혹은 여권의 바람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여권, 야권 양쪽 진영은 보수와 진보, 독재와 민주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할 수 있는 세력들이 아니다. 뿌리가 같은 하나의 당이 한 발은 여권에, 다른 발은 야권에 걸쳐 있어 피아의 식별이 어렵다. 그에 대해 극보수 민족주의자와 소수민족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극좌가 한 지붕 아래서 동거를 한다. 진보와 보수, 민주와 독재, 종교와 세속, 민족주의와 다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당들이 손에 손을 잡고 공생을 하다가 이내 등을 돌리는 광경이 연출된다. 두 진영의 차이는 공약, 지향성, 이데올로기 등으로 규정되는 당의 정체성이 아니라 권력의 유무일 뿐이다.

경제 위기, 코로나 상황에서도 정의개발당은 35%권, 공화인민당은 20~25%의 박스권 지지율을 유지했다. 2월에는 지진이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실제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지진이 일어났던 2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정의개발당도, 공화인민당도, 지지율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한자리에 모인 공화인민당(CHP)과 민주당(DP) 등 6개 야당 지도자들. 이들은 이날 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올루를 통합후보로 선출했다. 2023.3.6. AFP 연합뉴스 
지난 6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한자리에 모인 공화인민당(CHP)과 민주당(DP) 등 6개 야당 지도자들. 이들은 이날 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올루를 통합후보로 선출했다. 2023.3.6. AFP 연합뉴스 

3월 18일 여론조사 기관 게나르(Genar)의 지표에 따르면 "누가 더 지진 피해 복구를 잘 할까" 라는 질문에 65.1%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34.9%가 클르츠다로올루라고 대답했다. "대통령으로는 누구를 뽑겠는가" 라는 질문에 52.3%가 에르도안 대통령, 42.7%가 야권 후보를 지목했다. 또다른 여론 조사기관 '요네일림'(Yoneylem)은 3월 18일 여권연대가 42%, 야권연대가 37.8%의 지지율을 보였다는 결과를 내놨다. 쿠르드인민민주당을 주축으로 하는 좌파 연대는 13%의 지지율을 얻었다. 정치평론가들은 튀르키예의 선거가 대단히 역동적이며, 한 치 앞을 바라보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말한다. 선거 때마다 안갯속 정국이라는 말이 등장했지만, 선거 결과는 20여 년 동안 같았다.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현란한 발놀림으로 골을 집어넣는 축구 선수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재자 겸 게임 플레이어로 활약하면서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들에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튀르키예는 한번 더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 무너진 나라를 재건할 것인가? 혹은 20여년 동안의 과거를 포맷하고,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펼칠 것인가.

 

시민언론 <민들레> 이혜승 튀르키예 통신원은

튀르키예 에게해에 접한 도시 아이발륵에 거주하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출판한 <두번째 터키>의 저자이다. Instagram/hesungli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