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 1600억·한국씨티 732억원 배당 결정

금리인상기 예대금리차 '떼돈' 공익환원은커녕

"독과점 손본다" 으름장 놓던 당국 대응 관심

"돈 잔치" 비판 여론에 "건전성 문제 없다" 해명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들이 크게 불어난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을 해외 본사에 배당하기로 해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두 외국계 은행의 본점 건물. 연합뉴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들이 크게 불어난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을 해외 본사에 배당하기로 해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두 외국계 은행의 본점 건물. 연합뉴스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손실 흡수 능력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SC제일·한국씨티 등 주요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2300억 원 이상을 배당해 본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들에게 금리 인상기에 늘어난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고 비판하면서 성과급 지급과 과도한 배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해 온 당국의 이들 외국계 은행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1600억 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자 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3901억원의 순이익(잠정)을 냈다고 밝혔다. 순이익 규모는 전년(1279억 원)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9년 6550억 원, 2020년 490억 원, 2021년 800억 원을 배당한 바 있다. 배당 규모가 전년의 2배로 늘어난 셈이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732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배당을 확정한 뒤 4월 중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9년 652억 원, 2020년 465억 원을 배당했다. 2021년에는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으로 인해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배당금은 사실상 전액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했으며, 지분율은 99.98%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배당과 관련해 주주환원 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도,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주주 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 등으로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 강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챌린저 은행 도입 등 국내 은행 과점체제 개혁 방안을 밝혔다. 2023.2.22.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챌린저 은행 도입 등 국내 은행 과점체제 개혁 방안을 밝혔다. 2023.2.22. 연합뉴스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 덕에 이자이익이 급증했으나, 늘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내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고 주주 배당 확대에만 몰두해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물론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돈잔치’라고 비난하면서, 챌린저 은행 도입 등 은행 과점체제를 깨는 방안까지 들고 나왔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배당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 배당 규모는 2022년도 회계 결산 결과에 따른 일상적인 경영 관점에서 결정됐다"며 "이번 배당 이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 비율은 각각 17.83% 및 14.73%로 국내외 감독 당국의 자본규제 요건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자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손실을 가정하고 이를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자본 여력을 감안해 배당금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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