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만평 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사법부는 국민이 우습다고 생각하는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의 기각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내란 혐의까지 포함된 국가적 중대 사안의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는 현실은, 단순한 법리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 스스로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증거가 부족하면 부족해서, 충분하면 충분해서 기각한다는 것은 사법 판단이 아니라 장난에 가깝다.
사법부가 언제부터 이토록 '인권의 최후 보루'였나. 과거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때 침묵하던 법원이, 유독 권력과 조직을 흔드는 사건 앞에서는 과잉 보호의 방패를 들고 나선다. 지금의 기각 행태가 국민을 향한 일종의 시험이라면, 그 끝이 어떠할지 사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진정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우선 스스로의 이중 잣대부터 직시해야 한다.
특정 판사의 비정상적인 기각률 논란은 이미 공론화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법원은 어떠한 해명도, 제도적 보완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며 문제 제기 자체를 불편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법부가 이런 행태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면 이제는 입법부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다.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은 사법부 내부 권력의 폐쇄적 구조를 고착시키고, 사실상 통제 불능의 사법 엘리트 집단을 만들어 놓았다. 법원조직법 개정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과제다. 인사권 분산 없이는 사법개혁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내란 사건을 포함한 국가적 중대 범죄를 다룰 전담 재판부 신설도 시급하다. 지금처럼 영장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좌우되는 구조는 너무도 불합리하고 위험천만하다. 지금이라도 2심 재판과 최종심까지 일관된 판단 체계가 마련돼야 사법 신뢰가 최소한이나마 회복될 수 있다.
검찰 개혁 역시 뿌리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논란을 명확히 정리하고, 검찰청 폐지 이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제도의 허점을 없애야 한다. 검사 징계법 폐지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며, 책임져야 할 공직자는 즉각 인사 조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 논의로 나아갈 준비도 해야 한다. 내란 범죄에 대한 소급 처벌 규정, 법관·검사·공직자 범죄에 대한 징벌적 처벌 도입 없이는 지금의 국가적 내란 위기 사태를 넘어설 수가 없다. 사법이 책임을 방기하고 정치가 무력화된다면, 국민은 또다시 광장으로 집결하게 될 것이다.
사법부는 여전히 국민이 무력하다고 생각하는가. 광장에서 들려올 원성은, 결국 지금보다 더 냉혹하고 더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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