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도덕경의 경구처럼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失) 대장동으로 끝을 보려 했던 이재명은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부메랑이 된 대장동은 이제 검찰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때 검찰이 발악하면 언론이 받쳐주고, 야당이 협공해 여론을 좌지우지했던 '삼두마차'의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거짓은 앞뒤가 맞지 않아 결국 혀가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진실은 언제나 짧고 단호하다. 오늘 검찰의 말은 한없이 길었고, 정부의 태도는 그만큼 더 강직했다.
'개혁'이란 외부의 강요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부가 스스로 필요성을 자각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이번 검찰개혁 역시도 국민이 먼저 요구했다기보다는, 검찰 스스로의 선택과 행태가 불러온 숙명에 가깝다. 권력의 방향에 맞춰 먼저 부역하고, 정의 수호의 미명 아래 폭력을 '기술'이라 자부하며 군림해 온 그 오만함이 '검찰개혁'을 소환했다.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속 이 대사가 떠오를 때마다, 선민의식에 취해 괴물로 변해버린 검찰 조직이 자연스레 겹쳐 보인다. 법을 독점하고, 진실을 관리하며, 국민의 삶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믿어온 조직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힘을 완전히 잃었다.
검찰은 죽었다. 이제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성되느냐가 남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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