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 대미 투자 등으로 불안 심화
한은 "순대외자산비율 55%,역대 최고"
한은 "순대외자산증가, 원화약세 압력"
국내 증시 매력 높여 해외 쏠림 완화를
원/달러 환율이 국내외 증시 조정과 안전자산 선호 등 겹악재를 만나 5일 장중 1450원에 육박했다. 심지어 대규모 대미 현금 투자 부담에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돼,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500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경제 규모 대비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비율이 균형 수준 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는 원화약세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는데,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여 해외 투자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1450원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이러다 1500원 찍나?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량 매도의 영향으로 한때 1,450원까지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이다. 이는 지난 4월 11일(1,449.9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장보다 5.6원 높은 1,443.5원으로 출발해 오름폭을 키워 오후 3시 28분께 1,450원을 찍었다. 장 중 1,450원을 넘은 것도 지난 4월 11일(고가 1,457.2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새벽 2시 야간 거래를 이미 1440.6원으로 마감한 상황이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나오면서 국내외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겪고 있는 점이 이날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 연속 2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2조 5186억 원, 기관이 79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며 2조 5659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와 관련해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능(AI) 테마 주식의 과대평가 우려 속에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대폭 상승한 국내 대형주에서 대거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통상협상에서 합의된 2000억 달러 현금 투자 부담도 잠재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상당 부분이 대미 투자에 쓰일 경우 외환보유액 복원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외 건전성 우려를 자극해 원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달러는 강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간밤 100.253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 지난 8월 1일(100.255) 이후 가장 높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속에 이런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9월 중순 이후 달러가 대다수 통화 대비 상승하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가 생명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불확실한 데다 단기 증시 과열에 따른 조정 우려도 있다"며 "달러인덱스가 102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터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고환율이 유지될 전망으로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하면 1500원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강세 기조 여부, 대미 투자 자금 유출, 미국 통화정책 등이 향후 주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증시가 역사상 최대호황을 누리고 무역수지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어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 1500원 전망까지 나오는 건 우려된다.
한은 "순대외자산 증가, 대외건전성에 긍정적이지만 자본유출 위험"
원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마당에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이 균형 수준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5일 공개한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대외자산(NFA / 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2014년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뒤 지난해 4분기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6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NFA 비율은 5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은이 국민소득, 인구구조 등 펀더멘털(기초)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균형 NFA 비율(GDP 대비)은 2015년 -3%에서 2023년 30%로 올랐다. 우리나라 실제 NFA 비율의 경우 2023년(47%)이나 현재(55%) 모두 2023년 기준 균형 비율보다는 높은 상태다.
이희은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NFA 비율은 일본, 노르웨이 등 전통적 순대외채권국보다 낮지만 대표적 순대외채무국인 미국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며 "최근 한국 NFA 비율이 균형 수준을 넘어 빠르게 높아진 데는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국내 자산 수익률 저하, 연기금 등의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글로벌 무역 불균형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연기금 해외 투자, 국내 투자 수익률 저하 등의 요인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우리나라 NFA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과도한 해외투자, 원화약세 원인 중 하나
이 과장은 "NFA 증가는 대외 건전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본의 해외 유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 글로벌 위험 노출 확대, 무역 불균형에 따른 통상 압력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로 NFA 구성의 중심이 준비자산·은행 부문(기타투자)에서 민간 부문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은행·공공부문 외화자산이 외환 수급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해외 쏠림을 막으려면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여야
돈은 수익을 좇아 움직인다. 서학개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해외 투자가 극성스럽게 된 데에는 미국 증시 등을 위시해 해외 투자 수익률이 국내 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의 해외 쏠림을 근본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 보다 투자 수익률 차원에서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길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추동하는 AI 3대 강국 달성이 이를 가능케 할 거의 유일한 길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남북 교류 협력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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