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완화 방향 전환,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국고채 금리 일제히 치솟아…10년물 3.3%
27일 발표 수정 경제전망 성장률 수준 주목
통화긴축 신호?…금리인하 사이클 소멸되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방향 전환 언급에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이 총재가 "한은의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 유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 총재의 발언 직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뛰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금리 인상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소멸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방향 전환을 언급한 이창용 총재
핀테크 행사 참석 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 유지"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다"며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아마도 1.8∼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며 "2주 뒤 새로운 전망을 발표하는데, (전망치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기조를 지속할지는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포함해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토대로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이 총재는 원화 약세 배경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국 정부의 셧다운, 달러 강세, 일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차례로 거론했다.
이 총재는 "현재 너무 많은 요인이 (환율에) 작용하고 있다"며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방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견을 전제로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고환율에 따른 금융 불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환율 움직임은 대부분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좌우됐다"며 "외화 부채 수준은 안정적이고 다른 지표들도 우리 시장의 건전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급등한 국내 증시와 관련, "주가가 상당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면서 "한국 주식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 총재의 '통화완화 사이클 유지' 발언보다 '통화방향 전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은 평소처럼 데이터를 보고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 인하 기조 지속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이 총재 발언에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10년물 장중 3.3% 기록
12일 중앙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됐던 시장이 자극받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전 구간의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92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282%로 8.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9.7bp, 8.1bp 상승해 연 3.088%, 연 2.837%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275%로 7.0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7.4bp, 7.1bp 상승해 연 3.200%, 연 3.049%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 급등은 이 총재의 발언이 직접적인 ‘트리거’(계기)가 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퍼져
시장은 한은이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비롯해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토대로 통화 기조를 결정한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 총재의 언급 가운데 특히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이 시장 참여자들을 자극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시장은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총재가 '방향 전환'을 언급하자 금리 인상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여겼던 시장의 불안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인하 가능성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
가뜩이나 시장에선 여전히 불안한 서울 집값, 외환위기 당시를 능가할 정도로 불안한 환율, 반등하는 경제성장률 등을 근거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관점이 지배적이다.
거기에 이창용 총재의 '통화방향 전환'까지 가세했다. 아무래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소멸 단계에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