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니얼 퍼거슨, '닛케이'와 인터뷰서 지적

전략적 발상 결여된 트럼프, 동맹국과 관계 파괴

1950년대로 시계바늘 돌리는 제조업 부활 구상

트럼프의 대러시아 접근은 낡은 '대국주의' 산물

닉슨 때와 닮았지만 '키신저 외교전략' 개념 없어

결국 고립되는 건 미국, 3차 세계대전 위험 상존

트럼프 최대 유산은 미국 조야의 중국관 바꾼 것

영국 출신 역사가 니얼 퍼거슨.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이 1970년대 베트남 상황과 닮은 점이 있다고 했다.   일본경제신문 9월 5일 
영국 출신 역사가 니얼 퍼거슨.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이 1970년대 베트남 상황과 닮은 점이 있다고 했다.   일본경제신문 9월 5일 

영국 역사가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관세를 세금 수입원이나 상대국 위협 도구 쯤으로 생각하면서 그것으로 망가진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생각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 없는 관세정책”이 그의 정권을 실추시키고 중국과의 ‘제2차 냉전’(신냉전)에서 미국을 패배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 런던정경대 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의 이력을 지닌 퍼거슨은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9월 5일)에서 그런 트럼프 정권의 관세정책으로 미국은 고립되고 중국과의 신냉전도 심화되면서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퍼거슨은 트럼프의 정책이 리처드 닉슨의 그것과 닮은 점이 있다면서, 중소분쟁을 틈타 중국에 접근해 중소 사이를 갈라 러시아를 고립시킨 닉슨 정권의 ‘키신저 외교’처럼 트럼프는 푸틴의 러시아에 접근해 중러 사이를 갈라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역(reverse) 키신저’ 전략을 쓰고 있지만 실패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에게 ‘역 키신저’ 전략 개념 자체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 3일,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한 하급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신속한 심리를 요청하며, 이미 민감한 무역 협상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2025.8.26.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 3일,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한 하급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신속한 심리를 요청하며, 이미 민감한 무역 협상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2025.8.26. AFP 연합뉴스

1950년대로 시계바늘 되돌리려는 트럼프 관세

트럼프 관세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세입원이고, 국내산업을 보호하면서 (외국자본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이끄는 ‘재공업화(재조업 부활)의 일환이자 협상 수단이기도 하다. 타국에 대해 무역정책뿐만 아니라 국방정책도 바꾸도록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퍼거슨은 그러나 트럼프를 대통령에 재선시킨 것은 그의 관세정책이 아니라 이민문제나 인플레(물가 상승) 같은 일상적인 논점들이었다면서, 관세정책 때문에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이민 대책과 재정 정책, 다양성 관련 정책 재검토에만 주력해도 (대통령에 재선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라며 “과격한 고관세가 경제에 타격을 가해 대통령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왜 관세에 집착할까?

“’관세남(tariff man)‘이라 자칭하는 트럼프는 자유무역은 미국에 대한 (타국의) 착취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재공업화(제조업 부활) 등 경제와 관련한 그의 견해는 참으로 기이하다. 경제이론이나 역사를 부정하고 관세효과를 과대평가하면서 1950년대로 시계 바늘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중앙)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중앙)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닉슨과 닮은 트럼프 외교, 제조업 부활은 설득력 없어

퍼거슨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닉슨의 그것과 닮은 점이 있지만, 트럼프의 미국 제조업 부활 구상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무리한 관세정책이 미국을 고립시키고 결국 대만을 합병한 중국을 제2차 냉전(신냉전)의 승자로 만들면서 미국이 주도한 (2차대전) 전후 80년의 질서가 종언을 고하는 쪽으로 세력균형이 기울 것으로 예상했다.

“1971년 여름, 닉슨은 먼저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개월 뒤에는 달러와 금의 태환을 중지해 달러 가치를 실질적으로 떨어뜨렸고 동시에 관세를 인상했다. 이를 통해 동맹국들에게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렸다. 미국은 무제한의 군사비 지출로 냉전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질 생각이 없었고, (패전국으로 미국이 그 부활을 지원했던) 독일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활해 뒤쫓아 오는 것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그런 닉슨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이 대외 개입을 줄이고 군사면에서 동맹국들 자체의 부담 증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닉슨이나 트럼프 공통의 입장이다.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도 일치한다.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가 겨냥했던 효과를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의 서비스화(탈산업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관세로 미국을 재공업화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없다. 1970년대와 같은 달러의 큰 폭 시세 절하(환율 상승)도 오늘날에는 바라기 어렵다.”

퍼거슨은 애초에 트럼프의 관세가 세금수입원, (자국)산업화, (상대국)제재조치 중 무엇을 우선적으로 겨냥하고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정책은 비즈니스 시대의 연장”이라고 했다. “상업 물건, 호텔, 카지노, 골프장 등 이것저것 손을 댔으나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략적 발상 결여된 트럼프 관세 동맹국관계 파괴

“만년의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에게 전략적 발상이 결여돼 있고 무엇이든 거래(딜)로 본다고 한 적이 있다. 게다가 전략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자기 행동의 2차, 3차 영향을 과소평가하기 마련이다. 4월의 관세 조치 발표가 시장을 혼란시키자 일부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것을 상징한다.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관세는 타국과의 관계도 무너뜨린다면서, 퍼거슨은 “트럼프가 어떤 세계를 구축하려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퍼거슨은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 간의 큰 차이는 “관세가 아니라 동맹국에 대한 태도”라면서 “바이든은 제1기 트럼프 정권의 관세를 유지하면서도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했지만, 트럼프는 동맹국을 미국에게 무역적자와 국방비를 떠맡기는 ’갈취 집단‘으로 본다”고 했다.

결국 고립되는 것은 미국

그것은 결국 여러 나라들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만들 것이다.

“큰 위험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한 쪽을 선택하라고 각국을 압박하면서, 미국을 선택하더라도 고관세를 부과한다면 트럼프 자신은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은 결국 고립된다.”

미국 쪽으로 접근하는 듯 보였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가 50%가 넘는 트럼프의 고관세 부과 이후 소원했던 중국에 접근하면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와 트럼프 관세에 반발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그런 현실을 보여 준다.

트럼프의 파격적인 외교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면서 퍼거슨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영토도 과도하게 양보하는 게 아닌가 경계하는 유럽이 필사적으로 트럼프를 설득하려 하는 상황을 짚었다.

 

9월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중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미사일 폭발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 2025.9.7. 로이터 연합뉴스
9월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중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미사일 폭발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 2025.9.7. 로이터 연합뉴스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작전 중인 미군. 나무위키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작전 중인 미군. 나무위키

닉슨과 닮은 트럼프, 1970년대 베트남과 닮은 지금 우크라이나

그는 외교면에서도 트럼프는 닉슨과 닮았다고 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1970년대의 베트남과 겹쳐 놓을 수 있다. 중동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 전제 위에서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것은 참고가 된다.”

“닉슨은 소련과 중국의 분열이 깊어진 시기에 중국에 접근했다. 트럼프는 거꾸로 러시아에 접근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벌려 놓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효한 전략이냐는 질문에 퍼거슨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래 친밀한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어서 중러를 분리하기는 어렵다”면서 “애초에 트럼프 정권에 ’역 키신저‘ 전략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트럼프의 러시아 접근은 낡은 ’대국주의‘ 사고의 산물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러시아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인 것인가? 퍼거슨은 그것을 트럼프의 낡은 ’대국주의‘ 사고 탓으로 돌렸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국들이 세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고풍스런 대국주의 세계관 때문일 것이다. 중러와 동시에 싸우는 것을 피하자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게는 중러와 이란 등 3개의 다른 상대와 다른 장소에서 세계규모의 전쟁이나 대리전쟁을 치러낼 능력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발발한 지 3년이 지났고, 중동에서도 단속적으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 등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퍼거슨은 “지금의 세계가 1990년대와 2000년대보다 불을 뿜기 쉬운 상태”라고 했다.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은 미중 간의 냉전에 내재돼 있다. 미소의 ’제1차 냉전‘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제2차 냉전‘(신냉전)도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전인 1930년대와 닯아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이 대만 지배하면 미국 우위와 전후 80년 질서 종언

퍼거슨은 시진핑의 리스크(위험) 선호도(대만 침공의 위험성을 감수하려는 생각)가 어느 정도인지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그가 만일 러시아 푸틴처럼 목적 달성을 위해 전쟁을 감행하기로 하고 어느날 중국이 대만에 대한 행동을 개시하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럴 때 트럼프는 싸우든지 포기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몰릴 것이라며 “전자(싸움)라면 큰 전투가 될 것이고, 후자가 되면 중국이 대만을 지배하고 미국의 우위는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전후 80년 질서의 종언이기도 하다. 안전보장조약은 신용을 잃게 될 것이고 무역전쟁 정도가 아니라 더 위험한 세계가 될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세력균형이 기울 것이다.”

그럴 경우 아시아에서 중국 세력권이 확장될까? “그렇다. 그것이 트럼프 방식의 접근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출발하고 있다. 역사가 니얼 퍼거슨은 트럼프의 최대 유산이 미국인들의 중국관을 바꿔 놓은 것이라며 트럼프주의자들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운동은 트럼프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출발하고 있다. 역사가 니얼 퍼거슨은 트럼프의 최대 유산이 미국인들의 중국관을 바꿔 놓은 것이라며 트럼프주의자들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운동은 트럼프가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 예방을 위해 연방 법 집행 기관의 병력을 강화하라고 명령한 후, 시위대가 9월 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카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 예방을 위해 연방 법 집행 기관의 병력을 강화하라고 명령한 후, 시위대가 9월 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카고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5.9.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야의 중국관 바꾼 것이 트럼프의 최대 유산

트럼프가 미국정치에 가져다 줄 변화를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퍼거슨은 그가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은 트럼프 사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2015~16년 정도까지 미국 민주 공화 양당에는 ’중국의 경제적 대두는 미국에게도 세계에게도 플러스(이익)‘라는 일치된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은 위협적인 존재이고 불공정하다며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초당파적인 컨센서스(공통인식)를 깨뜨렸다. 이것이 트럼프에겐 역사상 최대의 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MAGA는 개인 숭배 아닌 정책 주도, 트럼프 이후에도 살아남아

“중국(문제)과 이민 문제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미국의 안전보장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자유로운 무역 및 이민 정책과의 결별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배층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트럼프는 공화당을 장악했고 이제 공화당은 사실상 MAGA 운동의 완전한 ’자회사‘가 됐다.”

퍼거슨은 “MAGA 운동에는 (트럼프) 개인 숭배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있다”면서, MAGA가 “자유무역, 국경 개방, 다양성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MAGA 운동은 개인 숭배가 아니라 정책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지지자들에게 운동의 상징으로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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