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읽던 거울, 이제 내 방의 멋이 되다

이른 아침에는 해가 비치더니 하늘이 구름에 가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 글까지 해드린 '해' 와 아랑곳한 이야기에 이어 '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꾸러미를 풀어볼까 합니다. 그 첫째 말은 바로 '구름거울'입니다.

'구름거울'이라니, 참 예쁜 말이지요?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뭉게구름 모양으로 테를 두르거나 비슷한 모양을 한 예쁜 거울을 떠올리실 겁니다. 요즘 나날살이에서는 '구름 모양의 거울'을 '구름거울'이라고 합니다. 아이들 방에 걸어두거나 아기자기한 멋을 내고 싶은 곳에 두는 것 말이지요.

 

하지만 말집(사전)을 펼쳐보면 '구름거울'은 사뭇 다른 뜻을 품고 있습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거울을 사용하여 구름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빠르기를 재는 기구'라고 풀이하고 있지요. 한자말로는 '운경(雲鏡)'이라고 합니다. 네모난 판 위에 동심원을 그리고, 그 가운데에 거울을 두어 하늘의 구름을 비추어 보며 흐름을 살피던 물건이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구름거울'로 하늘의 낌새를 읽고 날씨를 미리 살폈던 것입니다. 하늘의 뜻을 땅에서 헤아리던 슬기가 담긴 이름이지요.

하지만 나날살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 저 구름거울 좀 봐, 꼭 양떼 같지 않니? 아이 방에 걸어주면 참 좋아하겠다." (구름 모양 거울)

아이가 구름거울에 제 얼굴을 비춰보며 까르르 웃었다. (구름 모양 거울)

이처럼 어엿한 쓰임새가 있는 '구름거울'이지만, 아쉽게도 오늘날 나날살이에서 쓰는 '구름 모양 거울'이라는 뜻은 아직 말집(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말이란 본디 물처럼 흘러 새로운 그릇에 담기기도 하고 모양을 바꾸기도 하는 법인데, 말집(사전)이 살아있는 말의 쓰임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하늘의 마음을 읽던 거울이 이제는 우리 곁에서 얼굴을 비추고 방 안을 꾸미는 살림살이가 되었으니, 이 또한 말의 바뀜이자 흐름이 아닐까요? '구름거울'에 '구름 모양으로 만든 거울'이라는 뜻풀이를 더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말을 더 환하게 비춰주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도 오늘, 몽실몽실 예쁜 '구름거울' 하나 들여다보며 빙그레 웃어보는 건 어떠신가요? 더 나아가 이 예쁜 토박이말이 제 뜻을 온전히 찾을 수 있도록 둘레에 널리 알려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우리가 자주 부려 쓸수록 토박이말의 하늘은 더욱 넓고 푸르러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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