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두둥실 떠오르는 고소한 구름 한 조각

살랑이는 바람에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도 절로 하늘을 닮아갑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 구름을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이름마저 아름다운 우리의 토박이말 먹거리, '구름떡'을 알려 드립니다.

구름떡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찹쌀가루에 밤, 대추, 강낭콩 따위를 넣어 쪄 낸 뒤 붉은팥이나 검은깨 가루를 묻혀서 네모난 틀에 넣어 굳힌 떡. 단면이 구름의 모양과 같다고 하여 이렇게 이른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만든 떡을 썰면 하얀 찹쌀떡 속에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콕콕 박힌 모습이 마치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모양 같다고 하여 '구름떡'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켜켜이 쌓인 떡의 모습이 하늘의 구름 같기도 하고, 썰어 놓은 한 조각의 무늬가 구름 같기도 하니, 참으로 멋스러운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어떤 것의 생긴 모양이 구름을 닮았을 때 그 이름 앞에 '구름-'이라는 말을 붙여 쓰기를 즐겼던 듯합니다. 얼마 앞서 우리가 함께 알아본 '구름거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동화책에 나오는 '구름빵'이나 '구름똥' 같은 말들을 보면 그 쓰임새를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러니 우리도 소담하게 피어난 목화솜을 '구름솜'이라 부르거나, 갓 태어나 털이 보송보송한 작은 강아지를 '구름털 강아지'라고 불러 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예쁜 우리말은 우리가 마음껏 생각하고 살갑게 부려 쓸 때 더욱 넉넉해지고 살뜰해질 것입니다.

아쉽게도 문학작품에서 '구름떡'이 쓰인 보기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우리의 나날살이에서 얼마든지 곱게 부려 쓸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조카를 보러 가는 길, "아기 보러 빈손으로 갈 수 있나. 저기 떡집 들러서 구름떡이라도 한 상자 사 가자. 어른들도 좋아하실 거야."

소풍 가는 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며, "김밥만 싸면 심심하니까 엄마가 만든 구름떡도 좀 넣었어. 친구들이랑 맛있게 나눠 먹어."

오랜만에 만난 벗에게 차를 대접하며, "손수 만든 건 아니고 저잣거리에서 가장 맛있는 집에서 사 온 거야. 갓 쪄낸 것처럼 말랑한 구름떡 맛 좀 보렴."

이름만 들어도 구름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구름떡'.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맛과 멋을 알고 사랑하는 우리 떡입니다. 오늘, 곁에 있는 분들과 함께 고소하고 쫀득한 구름떡 한 조각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쁜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퍽퍽한 우리네 살림살이가 한결 더 포근하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나만 알고 있기보다는, 널리 나누고 함께 쓰며 가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구름떡
[오늘의 토박이말]구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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