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출 미래 성장엔진 R&D·AI에 베팅

재정으로 성장견인…선순환 구조 만든다

사회안전망 강화 위한 예산도 대거 증액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안이 총지출 720조 원대 규모로 편성됐다. 내년 중앙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8%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을 끝내고 '적극재정'을 통해 성장을 추동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엔진이라 할 인공지능(AI) 및 연구·개발(R&D)분야에 늘어난 예산을 집중 배정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예산을 할당했다. '적극재정'은 필연적으로 상당 기간에 걸친 재정적자를 수반한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재정’이라는 마중물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 → 성장률 증가 → 세수증가 → 균형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보다 8% 증가한 728조 원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총수입은 22조 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 2000억 원으로 짜였다. 국세를 7조 8000억 원(2.0%)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14조 8000억 원(5.5%) 늘려 잡은 규모다. 총지출은 54조 7000억 원(8.1%) 늘어난 728조 원으로 편성됐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 원)과 비교하면 8.1% 늘어난 규모로,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로 4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의무지출은 365조 원에서 388조 원으로 23조 원(9.4%), 재량지출은 308조 3000억 원에서 340조 원으로 31조 7000억 원(10.3%) 각각 증가했다. 전체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53.3%, 재량지출이 46.7%를 차지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위축된 경기와 얼어붙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며 “어렵게 되살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히 확장적 재정운용이 아닌, 성과가 나는 부분에 제대로 쓰는 전략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며 “재정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경제로의 대전환을 뒷받침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신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도 27조 원에 이르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총지출 증가분(54조 7000억 원)의 약 절반에 달한다. 2023년(24조 1000억 원)과 지난해(22조 7000억 원), 올해(23조 9000억 원)에 이어 4년 연속 20조 원대 구조조정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세입 여건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장기 국정과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1300여 개 사업이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늘어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도 대폭 감액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2025.8.29.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2025.8.29. 연합뉴스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엔진인 R&D 및 AI에 재정 증가분 집중

재정 증가분은 향후 성장을 좌우할 R&D 및 AI에 집중됐다.

R&D 예산은 올해 29조 6000억 원에서 내년 35조 3000억 원으로 5조 7000억 원(19.3%) 증가한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통상 현안 또는 탄소중립 이슈가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는 4조 1000억 원(14.7%) 증가한 32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을 받는 국방예산은 5조 원(8.2%) 불어난 66조 3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69조1천억원으로 20조 4000억 원(8.2%) 증가한다.

그밖에 일반·지방행정 121조 1000억 원, 교육 99조 8000억 원, 농림·수산·식품 27조 9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27조 5000억 원, 공공질서·안전 27조 2000억 원씩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관통하는 핵심 목표로 ‘초혁신경제’를 내세우면서 ▲지방거점 성장 ▲ 저출산·고령화 대응 ▲ 사회안전대응 ▲민생·사회연대경제 ▲ 산재 예방 ▲ 재난 예측·예방·대응 ▲ 첨단국방 및 한반도 평화 등을 두루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예산안 분야별 재원배분,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2026년 예산안 분야별 재원배분,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내년도 본예산의 양대 키워드는 미래의 성장엔진인 AI와 R&D다.

3조 3000억 원에 불과했던 AI 예산은 이례적으로 3배 넘는 10조 1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2000억 원을 투입해 ‘공공 AX’ 전환에 나선다. AI 인재 양성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도 주력한다.

역대 최대폭 인상되는 R&D 분야에서는 AI(A), 바이오(B), 콘텐츠(C), 방산(D), 에너지(E), 제조(F) 등 이른바 ‘ABCDEF’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 올해보다 2조 6000억 원 늘어난 10조 6000억 원이 배정된다.

 

2026년 예산안 주요 투자 사업.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2026년 예산안 주요 투자 사업.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다대한 예산을 투입할 예정

정부는 지방거점성장 차원에서 거점 국립대학에만 총 87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3956억 원)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이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예산도 상당 부분 증액된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월 207만 8000원, 1인 가구 82만1000원으로 각각 12만 7000원, 5만 5000원 인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도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내년에 인구감소 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으로 1703억 원이 배정됐다.

내년에는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로 국비보조율도 상향한다.

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내년엔 8세 아동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정부 예산도 올해 25조 6000억 원에서 내년 27조 5000억 원 규모로 늘어난다.

 

지역화폐 가맹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화폐 가맹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적극재정 통한 경제선순환 구조 성공 여부가 관건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엔진이 식기 전에 ‘적극재정’이라는 마중물을 통해 경제선순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안은 그 의지의 표현이다. 관건은 ‘재정투입→ 잠재성장률 반등→세수증가→균형재정 달성→재정투입’으로 진행되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할 수 있느냐다. 

내년 시장조성용이나 차환 발행을 제외한 국채 순발행 규모는 116조 원이다. 이중 총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적자국채는 110조 원이다. 국가채무는 1273조 3000억 원에서 1415조 2000억 원으로 141조 8000억 원 불어난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8.1%에서 내년 51.6%로 3.5%포인트 오른다.

 

국가채무 전망.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국가채무 전망.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2.8%에서 내년 4.0%로 1.2%포인트 높아진다. 다만, 올해 2차 추경예산 적자비율(4.2%) 기준으로는 소폭 낮아졌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의 가이드라인격으로 제시한 재정준칙(GDP대비 3%)은 사실상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정부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오는 2029년 50%대 후반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물론 선진국들 대비해선 여전히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양호하다. 하지만 증가속도가 눈에 띄게 빠른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이재명 정부가 국가채무 증가속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적극재정을 통해 꺼져가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엔진을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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