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협상 3시간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X에 올린 글은 대한민국의 새벽을 하얗게 불태웠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논평을 넘어 한국 정치에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켰다. 극우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국내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 대통령의 방미 협상을 비관적으로 몰아붙였다. 더 나아가 특검 활동까지 정치적 야욕이라 덧씌우며 공격했다. 참으로 세계 제일 강대국의 무도함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과연 우리의 진정한 동맹국이 맞는가 싶을만큼…
기선제압을 위한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 제스처는 익히 경험한 바 있지만 그것이 우리 현실에 직접적으로 다가왔을 때의 충격은 '~카더라'와는 비교가 안되는 훨씬 큰 공포였다.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지닌 파장력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폭군, 깡패 트럼프라 해도 타국의 국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최소한의 외교적 매너는 지금까지 지켜왔지 않은가. 그의 SNS 한 줄에 이토록 흔들었지만, 계엄을 이겨내고 탄핵을 성취한 '빛의 혁명'의 나라답게 정상회담 현장에서 바로 극복해냈다. 정작 가장 농락을 당한 것은 극우 보수 진영이다.
이번 사태에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트럼프의 말장난의 패턴을 알면서도 아무런 필터링 없이 받아쓰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며 정치적 선동에 가세한 언론은 결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국내 극우 보수 세력이 미국의 마가(MAGA) 진영과 연계해 치밀하게 설계한 정치적 공세다. 이들을 더 이상 '자유'를 외치는 작은 보수단체로 치부해선 안 된다. 국민의힘 새 대표로 선출된 장동혁은 취임사에서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겠다"라며 대놓고 공언했다. 이는 극우 단체와 보수 정당이 결합해 국가 전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현재 극우의 준동을 민주주의의 포용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감싸주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모스탄, 고든 창, 애니 챈 등 해외 극우 인사들과 손잡고서 현 정권의 몰락을 계속해서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활동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세대 간 갈등과 계층 간 분열로 사회적 대립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서 보장된 자유가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무기로 악용될 때, 국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한계점이다. 더 이상 트럼프 한마디에 , 한 줄 글에 흔들리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된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