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하기 전에, 각자 자신이 속한 당의 책임부터 묻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하기 전에, 각자 자신이 속한 당의 책임부터 묻는 것이 순서다.

윤석열 정권에서 당정은 사실상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 왔다. 행정 권력이 여당을 압도하고, 여당은 행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에만 몰두했다. 이에 익숙해져 입법과 행정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춘석 의원의 비위를 두고 대통령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들고나왔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답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은 입법부 내부에서 먼저 다뤄야 하며, 책임의 출발점도 그곳에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요구를 하고 있는 쪽의 태도다. 국민의힘을 보자.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사실상 입증되었음에도, 당 차원의 입장 표명조차 없다. 윤상현 의원은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하다 거짓을 실토했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다. 입법부의 책임을 외면한 채 대통령만 겨냥하는 행태는 정당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스스로의 '제 눈의 들보'조차 보지 못하는 자들이 '남의 티끌'을 논하는 꼴이다.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하기 전에, 각자 자신이 속한 당의 책임부터 묻는 것이 순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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