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이번 조국·윤미향 사면은 권력 남용 피해를 회복하고 억울한 희생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이번 조국·윤미향 사면은 권력 남용 피해를 회복하고 억울한 희생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의 사면은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최종적 결정이다. 그러나 그 사면 대상이 누구를 향하느냐, 어떤 맥락에서 내려지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사면과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윤석열 검찰이 벌인 대표적인 정치보복이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장관과 가족을 향해 과잉 수사와 여론몰이를 퍼부어, 결국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했다. 여기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왜곡된 프레임까지 씌워 끝내 구속에 이르게 했다. 구속까지의 수사 과정을 보면 이는 엄밀히 말해 사법의 이름을 빌린 검찰 권력의 '조국 일가 소탕작전'이다.

윤미향 전 의원 역시 정치와 사법이 결탁한 희생자다. 1심 재판부는 "30년간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기여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 이어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는 유죄로 뒤집혔다. 그 이면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법과 정의는 정치권력의 의도 앞에 무너졌고, 일본에 정당성의 빌미를 제공하며 굴욕을 당했다. 평생을 바쳐 헌신한 한 인권운동가의 명예는 이토록 참담하게 짓밟혔다.

반면 윤석열 정권이 했던 사면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권의 첫 사면 대상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유죄 판결 직후 곧바로 사면돼 보궐선거에 여당 후보로 재출마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관련 인사와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 직접 수사했던 인물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사면권은 ‘국민 통합’이 아닌 권력 유지와 측근 보호의 도구로 쓰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조국·윤미향 사면은 권력 남용 피해를 회복하고 억울한 희생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피해 보상과 진상규명, 그리고 조작수사에 가담한 검사·판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의를 살리는 사면과 정의를 무너뜨린 사면, 그 차이를 분명히 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