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경쟁력 활용 '마스가(MASGA)' 제안

미국의 '쌀·소고기' 추가 개방 압력 강력해

일본, EU의 협상선례가 한국의 입지 좁혀

정부, 국익 지키기 위해 관세협상 올인 중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이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조선업을 부러워하고 탐내고 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쌀과 소고기 등에 대한 농축산물 추가개방도 압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EU가 상호관세율 15%는 그럭저럭 지킨 반면,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국익을 최대한 지키는 관세 협상 타결을 트럼프 정부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심의 ‘마스가(MASGA)’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

8월 1일로 예정된 관세유예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28일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하워드 러트닉 장관의 자택에서 진행된 한미 산업장관 협상에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MASGA 프로젝트'를 핵심으로 한 한미 조선 산업 협력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쇠락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서는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현지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정부 주도의 공적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뒷받침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한국은 미국 측에 수백억 달러, 한화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 협상 금액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패널을 보이면서 '마스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했다고 한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여부를 정할 '키맨'으로 여겨지는 러트닉 장관도 우리 측의 제안에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26일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협상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은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과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쇠락한 자국 조선업의 재건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이를 도울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뿐이다. 따라서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한국이 조선을 포함해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궁극적 목표로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목표에 가장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산업 동맹'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단순히 투자에 방점을 찍은 일본과 차별화하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7.25.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7.25. 연합뉴스

농축산물 추가개방 외에 미국산 무기 구매도 요구하는 미 정부

한편 트럼프 정부가 한국 정부에 농축산물 추가개방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산 무기의 추가구매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28일 미국과 진행 중인 막바지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능한 한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측 압박이 매우 거센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말한 데 이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미국 측이 농축산물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미국산 쌀과 소고기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 수석은 '비관세 의제 중 국방비 증액이나 미국산 무기 구매 등도 협상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도 협상 목록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시간으로 다음 달 1일이 시한인 관세 협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다각도로 협상 카드를 검토하고 상세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우 수석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주례 회동에서도 관세 협상에 관한 의견이 오갔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농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민감도를 고려해 농산물 품목 중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업계 안팎에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두 품목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과 호주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카드로 쓴 바 있다.

일본은 미국과 상호관세 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호주도 미국과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를 해제했다.

쌀과 소고기 수입확대는 농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대할 뿐 아니라 다른 국가와도 얽혀 있는 문제여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각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할당하지 않아, 다른 국가의 동의 없이도 미국의 쌀 비중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TRQ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만약 미국 물량을 늘리고 다른 나라 물량을 줄이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미국만 더 늘려주려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소고기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광우병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국가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이를 허용하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통상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서울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28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땀을 닦아내고 있다. 2025.7.28. 연합뉴스
서울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28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땀을 닦아내고 있다. 2025.7.28. 연합뉴스

15% 상호관세 얻어내는 대신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약속한 일본과 EU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대규모 무역파트너와의 관세 협상을 연달아 타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한 뒤 당초 30%로 예고했던 EU의 상호관세를 15%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제품에 대한 15%의 관세율은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신 EU는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와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한편, 기존 투자 외에 6000억 달러(약 830조 7000억 원)를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타결된 미-EU간 무역합의는 지난 22일 발표된 미-일본간 무역협상 타결 내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일본은 당초 25%로 발표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대폭 낮춰 적용하기로 했으며, 이 방안에는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포함됐다. 대신 미국산 제품은 일본에 수출할 때 관세가 없으며, 일본이 자동차 및 트럭, 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이 투자를 둘러싼 양국 간의 해석은 판이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연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이시바 행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입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미일 조인트 벤처 설립에도 동의했다.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로, 당초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무역합의 타결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밝혔던 EU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미국의 주요 무역파트너는 한국,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으로 줄어들었다.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약속한 EU와 일본의 전례는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이재명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측면이 확실히 있다.

 

무역 합의 발표하는 미-EU정상. 출처 : 연합뉴스
무역 합의 발표하는 미-EU정상. 출처 : 연합뉴스

첩첩산중의 어려움 속에 국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을까?

일본과 EU가 트럼프 행정부에 속절 없이 백기(?)를 드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입지가 좁아진 건 사실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에 4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국 정부는 ‘1천억 달러+α(알파)’ 규모로 국내 대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EU의 대미 투자규모에 비해 한국 정부가 제안한 투자 규모가 너무 작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일본 측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 제안한 5500억 달러의 투자 패키지 가운데 직접 투자액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투자에 관한 보증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그린필드형(생산시설 직접 투자) 위주의 ‘1000억 달러+α’의 규모가 실제로는 더 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관세 협상 관련 담판을 지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한국만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국익을 수호하는 관세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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